늘 꿈꿨던 큰 그림을 위한 ‘배추보이’ 이상호의 무한도전이 펼쳐진다 [강산 기자의 베이징 피플]

입력 2022-02-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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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추보이’ 이상호(27·하이원)는 스노보드 불모지나 다름없던 대한민국의 위상을 드높인 인물이다. 동계올림픽 때마다 빙상 종목에 편중됐던 메달 분포를 바꿀 카드로 떠올랐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상호가 2018평창동계올림픽 스노보드 알파인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차지한 것을 두고 많은 이들은 무에서 유를 창조했다고 칭찬했다. 그만큼 대한민국에서 설상 종목의 입지가 좁았기 때문이다.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다.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이상호는 당당히 금메달에 도전한다. 2021~2022시즌 국제스키연맹(FIS) 세계랭킹 1위까지 올랐기에 올림픽 금메달은 충분히 실현 가능한 이야기다.

한국은 설상 종목의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인구는 어느 정도 있었지만, 세계 수준과는 거리가 상당했다. 이상호가 처음 존재를 알렸을 때도 올림픽 메달까지 기대한 이는 많지 않았다. 그러나 체계적 훈련과 부단한 노력을 통해 지금의 위치에 섰다. 처음 이름이 알려졌을 때부터 올림픽 메달이 아니라 ‘한국 스노보드의 발전’을 외쳤던 그의 열정은 큰 울림을 줬다.


스노보드를 위해 태어난 사나이답다. 어린 시절 강원도 정선군 사북읍의 고랭지 배추밭에서 썰매를 타며 성장했다. ‘배추보이’라는 애칭을 얻은 이유다. 재미삼아 썰매를 타던 어린이는 나이가 들자 스노보드와 사랑에 빠졌고, 밥 먹듯이 스키장을 드나들었다. 하얀 눈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가 된 것은 세계 최정상급의 스노보더로 올라서는 데 크게 한몫했다. 여기에 다소 부족했던 집중력을 향상시키자 평창동계올림픽 은메달이라는 영광이 따라왔다.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잠시 위기가 찾아왔다. 2019~2020시즌 어깨 수술 여파로 월드컵에 참가하지 못한 채 슬럼프에 빠졌다. 설상가상으로 전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정상 훈련이 어려웠다. 그 사이 존재감은 점점 옅어졌고, 베이징동계올림픽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그러나 이상호는 주저앉지 않았다. 피나는 노력을 통해 우려를 지웠다. 지난해 여름 내내 스위스 사스페에서 강도 높은 설상훈련과 체력훈련을 병행했다. 그 결과 이번 시즌 FIS 스노보드 알파인 월드컵에서 총 4개(금1·은2·동1)의 메달을 따내며 랭킹 1위로 올라섰다. 베이징 금메달에 도전할 수 있는 발판을 확보한 것이다.

“내가 국제대회에서 성적을 내면서 한국 스노보드가 세계적으로 가능성 있는 종목으로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그러다보면 알파인 스노보드를 즐기는 이들에게도 도전의 길이 열릴 것이고, 선수를 양성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상호가 평창동계올림픽을 1년 앞둔 2017년 밝혔던 각오다.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이룬다면 그 목표에 더욱 가까워진다. 스노보드에 관심을 갖는 꿈나무들이 늘어나고, 자연스럽게 인프라가 발전할 수 있다. 큰 그림을 위한 이상호의 도전은 8일 장자커우 겐팅스노파크에서 시작된다.

베이징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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