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안 움직이는 게 보이는데도…” 올라운더 황대헌의 스트롱포인트 [강산 기자의 베이징 피플]

입력 2022-02-10 14: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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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500m에서 9일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황대헌(23·강원도청)의 강점은 어떤 종목이든 가리지 않고 성적을 낼 수 있는 ‘올라운더’라는 사실이다. 생애 첫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쥔 1500m를 비롯해 최고의 레이스를 펼치고도 편파판정의 희생양이 됐던 1000m, 한국의 취약종목인 500m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췄다. 지금의 흐름을 유지하면 남은 종목에서도 충분히 금메달을 추가할 수 있다. 세계 최고의 스케이터가 될 수 있는 요소들을 모두 갖췄다는 의미다.

최고 수준의 추월능력

황대헌은 1500m 준준결선부터 결선까지 다른 모든 선수들을 압도하는 기량을 뽐냈다. 후순위에서 기회를 엿보다가 치고 나가는 과거의 한국 쇼트트랙을 연상케 하는 측면도 있지만, 그 방식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황대헌은 인코스와 아웃코스를 가리지 않고 한 번 기회가 보이면 과감하게 추월을 시도한다. 그만한 스피드를 지니고 있어서다. 피지컬이 뛰어난 서구권 선수들이 인코스를 막으면 아웃코스를 파고들고, 스피드가 뛰어난 선수들을 상대로는 과감하게 안쪽을 노린다.


비록 편파판정에 막혔지만, 7일 1000m 준결선에서 인코스로 중국 선수 2명(리원룽·우다징)을 추월한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어떤 접촉도 없이 물 흐르듯 자연스레 경쟁자를 추월한 뒤 끝까지 순위를 유지하는 스케이팅은 엄청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상황에 관계없이 다양한 방법으로 추월하는 능력도 마찬가지다. 황대헌은 “지금까지 노력했던 것들, 운동했던 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고 털어놓았다.

자타공인의 경기운영능력과 체력

황대헌은 1500m 금메달 직후 “깔끔한 경기 중에 오늘은 가장 깔끔한 경기로 전략을 세웠다”고 말했다. “그 누구도 손을 대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랐다. 압도적 레이스를 펼칠 수 있는 기량과 전략이 뒷받침돼야 가능한 일인데, 그 어려운 일을 해냈다. 어드밴스(자동진출) 자격을 얻은 선수들까지 총 10명이 결선을 치른 숨 막히는 상황에서도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 7바퀴를 남기고 선두로 나선 뒤 끝까지 순위를 지켰다.


맞춤전략을 완벽하게 실행하는 경기운영능력을 뒷받침하기 위해선 체력이 필수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본 MBC 안상미 해설위원은 “(황대헌이) 먼저 움직였다. 앞에서 끌어나가려면 체력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특히 마지막 2바퀴를 남기고는 다리가 안 움직이는 게 눈에 보일 정도였다. 그만큼 힘들었는데도 너무 잘 버텨냈다”고 칭찬했다.

탁월한 전략과 막판 스퍼트를 위한 체력을 모두 겸비한 황대헌의 금메달은 당연한 결과였다. 황대헌은 “자신 있었고, 정말 힘들긴 했다. 힘들 때마다, 한 바퀴 지날 때마다 계속 응원해주신 분들이 떠올라 조금씩 힘을 냈다”고 밝혔다.

베이징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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