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주행’ 단초 제공 배성재-제갈성렬, 김보름에 사과할까?

입력 2022-02-18 16: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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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름이 평창동계올림픽 매스스타트에서 2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뒤 관중에게 큰절을 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김보름이 19일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매스스타트에 출전한다. 김보름은 평창 대회 이 종목 은메달리스트다. 김보름의 메달 획득 여부와 함께 SBS 중계진의 입에도 관심이 쏠린다.

김보름은 4년 전 온 나라를 뒤흔든 ‘왕따 주행’ 논란의 당사자 중 한 명이다. 가해자로 의심 돼 국민적 지탄을 받으며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다. 하지만 이후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와 법원 판결로 왕따 주행은 없었다는 게 확인 됐다. 또한 왕따 주행의 다른 당사자인 노선영으로부터 김보름이 괴롭힘을 당한 사실이 법원 판결로 공식 인정 됐다.

왕따 주행 논란은 평창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팀 추월 준준결승에서 빚어졌다. 네덜란드를 상대한 우리나라는 김보름 박지우 노선영이 팀을 이뤘다. 팀 추월은 스피드스케이팅 종목 중 유일한 단체종목이다. 각각 3명으로 구성된 두 팀이 400m 트랙을 반으로 나눠 출발점에서 같은 방향으로 달리는 경기다. 남자 선수는 8바퀴(3200m), 여자 선수는 6바퀴(2400m)를 돈다. 셋이 동시에 출발해 각 팀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들어온 선수의 기록을 팀 기록으로 삼는다. 세 선수가 한 몸처럼 움직여야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다.

출발 총성과 함께 박지우가 선두에서 첫 번째 바퀴의 레이스를 이끌었다. 두 번째 바퀴는 노선영, 세 번째 바퀴는 김보름이 맨 앞에서 타면서 체력을 안배했다. 기록 결정에 가장 중요한 마지막 두 바퀴는 김보름이 선두를 맡았다. 노선영은 3번 자리로 이동했다. 그런데 김보름·박지우와 노선영의 간격이 조금씩 벌어지기 시작했다. 마지막 바퀴에선 간격이 더 커졌다. 김보름은 준결승 진출을 위해 애초 짠 작전대로 레이스를 펼쳤는데, 노선영의 체력이 이를 감당하지 못 한 것.

선두에게 속력을 늦춰 간격을 맞추라는 감독의 지시가 있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선수들에게 전달이 안 됐다는 게 나중에 밝혀졌다. 김보름은 애초 계획대로 목표한 기록을 위해 앞만보고 달렸다는 것이다.

김보름과 박지우가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노선영이 한참 뒤처져 들어오는 장면은 TV 중계를 통해 그대로 전달됐다. 지상파 3사 중 SBS의 중계가 공정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배성재 캐스터와 제갈성렬 해설자의 조합이었다.

<제갈성렬: 김보름 선수 기다려야 됩니다!
배성재: 선수들이 처졌는데요. 노선영 선수가 뒤로 많이….

제갈성렬: 저렇게 가면 안 됩니다! 뒤에 선수들도 같이 조율을 하면서 호흡이 돼서 가야 되는데 이미 노선영 선수가 떨어져 있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배성재: 팀추월 종목에서 절대 나와선 안 되는, 세 명의 사이가 크게 벌어지는 장면이 나왔는데, 두 명의 선수는 붙은 채로 그리고 노선영 선수가 뒤에 멀찌감치 남은 채로 도착하고 말았습니다.

(경기 직후)

배성재: 여자 팀추월 종목이 상당히 좀 아쉬움을 남겼는데요. 1조로 나왔는데 중반 이후에 노선영 선수가 많이 처졌음에도 불구하고 나머지 선수가 먼저 도착하는, 팀 추월에서 최악의 모습이 연출되고 말았습니다.
제갈성렬: 이런 모습이 나온 것에 대해서는 선배로서 안타깝고, 앞으로는 이런 장면이 나오지 않게끔 선수, 지도자들은 생각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은 이틀 후인 2월 21일 중계에서 다시 한 번 여자 팀 추월을 언급했다.

배성재: 지금 온 나라가 여자 팀 추월의 이해할 수 없는 막판 한 바퀴 때문에 그 이슈에 휩싸여 있습니다.
제갈성렬: 정말 참담함을 금치 못 했습니다. 이런 사태를 통해서 선배들 빙상인 모두 다시 한 번 반성했으면 좋겠구요. 이번 기회를 통해서 여러 가지 일들이 바로 세워지고, 앞으로는 절대로 이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당시 중계는 팀 추월이라는 종목의 특성과 경기장 상황을 잘 모르던 시청자들에게 김보름과 박지우가 일부러 노선영을 왕따 시킨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게 하는 단초로 작용했다. 경기 후 인터뷰 때 김보름의 비웃는 듯한 순간 표정 캡처 사진까지 온라인에서 확산하면서 김보름은 순식간에 ‘국민밉상’이 됐다. 김보름의 선수 자격을 박탈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61만 명이 동의했다.

이후 문화체육관광부 감사에서 노선영에 대한 고의적 따돌림은 없었다는 게 밝혀졌다. 하지만 이미 여론의 뭇매를 맞은 김보름은 큰 상처를 입고 공황장애 등에 시달리며 심리치료를 받아야 했다.

올림픽 폐막 1년이 지난 2019년 1월 김보름은 오히려 자신이 노선영으로부터 훈련 방해, 폭언 등 괴롭힘을 당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2020년 11월 노선영을 상대로 2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최근 법원은 “피고(노선영)는 원고(김보름)에게 3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법원도 평창에서 왕따주행은 없었다고 판단했다.

4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는 반전이 있었다. 다만 당시 SBS 중계진의 사과는 아직 없다. 이에 법원 판결을 계기로 온라인에선 두 사람이 공식적으로 김보름에게 사과를 해야한다는 주문이 많다.

19일 경기의 SBS 중계진은 평창 대회와 같은 조합이다. 두 사람의 입에서 어떤 얘기가 나올지 많은 사람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
동아닷컴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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