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매스스타트의 ‘현재’ 이승훈-‘미래’ 정재원의 의기투합이 주목받는 이유 [강산 기자의 베이징 리포트]

입력 2022-02-20 1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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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훈(왼쪽), 정재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한민국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의 현재와 미래가 2022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나란히 포디움에 섰다. 한국이 매스스타트의 강국임을 재입증한 결과라 의미가 상당하다. 주인공은 정재원(21·의정부시청)과 이승훈(34·IHQ)이다.


19일 베이징스피드스케이팅오벌에서 벌어진 대회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매스스타트에서 한국은 은메달(정재원)과 동메달(이승훈)을 따냈다. 올림픽 개인전 첫 메달을 따낸 정재원은 한국 빙속의 미래, 동계올림픽 개인통산 최다 메달(6개)의 주인공이 된 이승훈은 현재이자 레전드다. 챔피언 바트 스윙스(벨기에)의 양 옆에 선 둘의 모습은 많은 이들을 흐뭇하게 했다.


이승훈은 명실상부한 한국 빙속의 레전드다. 역대 동계올림픽에서 금 2, 은 3, 동메달 1개를 따냈다. 4차례 올림픽에 출전해 단 한 번도 빈손으로 돌아간 적이 없다. 2018평창동계올림픽부터 새롭게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매스스타트의 최강자 중 한 명으로도 자리매김한 그의 레전드 로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승훈.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대회 기간 내내 부담 없는 레이스, 즐기는 올림픽을 강조하며 메달 욕심을 드러내지 않던 그가 상향평준화한 매스스타트에서 메달을 거머쥔 것은 그 자체만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경험에서 묻어나는 전략, 스피드, 지구력 등이 여전히 세계 정상급임을 증명했기 때문이다. 금메달에 얽매였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올림픽 첫 동메달이라 너무 기쁘다”고 말할 정도의 여유도 생겼다.


이승훈의 후계자가 바로 정재원이다. 이번 대회를 앞두고 전문가들은 정재원을 주연으로 꼽았다. 4년 전 평창대회에선 금메달을 따낸 이승훈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했던 그가 몇 년 사이 놀라울 만큼 성장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실제로 정재원은 이번 대회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운영능력을 선보였다. 소속팀 사령탑인 제갈성렬 의정부시청 감독이 보완 과제로 꼽았던 “변수에 센스 있게 대처하며 타이밍을 읽는 눈”도 탁월했다.

정재원.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정재원이 세계적 선수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챔피언이라는 꿈을 꾸게 해준 든든한 선배가 바로 이승훈이다. 그런 만큼 함께 포디움에 오른 것은 의미가 크다. 그는 평창대회 당시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했던 경험마저 소중히 여겼다. “평창올림픽 때 페이스메이커 전략을 펼치며 많이 성장한 덕분에 지금의 결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승훈이 형과 함께 포디움에 올라서 더 의미가 있고, 기쁘다. 승훈이 형은 매스스타트의 레전드고, 그만큼 경험이 많다. 많은 조언을 해준 덕분에 더 많은 전략을 생각할 수 있었다.”


2026밀라노동계올림픽 때 어떤 그림이 나올지도 기대된다. 밀라노대회 때 정재원은 25세로 한창 전성기를 구가할 나이다. 당연히 3번째 올림픽 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스스로도 “다음 올림픽 때는 지금보다 더 성장해서 더 많은 종목에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4년 뒤 38세가 되는 이승훈은 “출전할 수 있다면 (올림픽에) 가야 하지 않겠나. 지금은 1년씩 생각하며 운동을 하려고 한다”며 “4년 뒤에도 내가 가야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면 안 되는 것 아닌가. 그래도 내가 가야 한다면 가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베이징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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