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수술 200건 달성…“3명중 2명 5년 이상 생존”

입력 2022-02-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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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의 김동관 교수(오른쪽에서 두번째)가 간질성 폐질환 환자에게 200번째 폐이식 수술을 하고 있다. 사진|서울아산병원

서울아산병원, 폐이식 생존율 세계 최고 수준

심장·간 등에 비해 거부반응 심해
유기적인 다학제 진료시스템 운영
집중관리로 합병증 위험 크게 줄여
3년 생존율 71%로 세계 평균 이상
치료가 힘든 장기질환 환자에게 다른 사람의 장기를 이식해 건강을 회복시키는 장기이식 수술은 현대의학을 대표하는 진료법 중 하나다. 이제는 몸 안의 여러 장기를 수술로 이식할 수 있지만 아직도 이식 조건이나 수술이 유독 까다로운 곳이 있다. 바로 폐다. 폐는 심장이나 간, 신장 등의 다른 장기와 달리 뇌사자 기증이 적어 이식 대기가 길다. 호흡과정에서 외부 공기에 계속 노출되어 감염 위험도 크다. 여기에 이식 거부반응마저 심해 이식 후 생존율도 높지 않은 편이다. 이처럼 진료 난이도가 높은 분야에서 세계 수준의 생존율을 기록하며 명성을 떨치는 곳이 있다. 바로 서울아산병원 장기이식센터의 폐이식팀이다.


●이식 위해 멕시코서 날아오기도

서울아산병원의 장기이식센터 폐이식팀은 최근 간질성 폐질환을 앓던 50대 여성 환자에게 뇌사자의 폐를 이식해 폐이식 수술 200례를 달성했다.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2008년 특발성폐섬유증 환자에게 뇌사자 폐를 이식한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이식수술을 펼쳤다. 지금까지 폐이식팀은 말기 폐부전 환자에게 뇌사자 폐이식 199건과 생체 폐이식 1건을 시행했다. 2019년부터는 매년 30건 이상 수술을 시행해 국내 폐이식 환자 4명 중 1명이 이곳에서 수술을 받았다.

폐이식팀이 기록한 수술 200례를 살펴보면 남성 환자가 127명, 여성 환자는 73명으로 남성이 많았다. 연령별로는 60대가 64명으로 32%를 차지했고, 이어 50대(49명), 40대(29명), 30대(20명), 10대(18명), 10세 미만(10명) 순이었다.

원인질환으로는 폐가 딱딱해지면서 기능을 상실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특발성폐섬유증이 가장 많았다. 그밖에 폐쇄세기관지염, 급성호흡곤란증후군, 간질성 폐질환, 중증 폐렴, 만성폐쇄성폐질환을 가진 환자들이 폐이식 수술을 받았다.

수술 환자 중에는 가습기 살균제 부작용으로 폐 손상을 입은 환자 13명과 코로나19 감염 후유증으로 폐기능을 상실한 환자 10명이 있었다. 코로나로 폐이식을 받은 환자 중에는 멕시코에서 에어앰블런스를 타고 온 50대 교민도 있었다.

2017년에는 특발성폐고혈압 환자가 부모의 폐 일부를 이식받아 건강을 되찾았다. 국내 최초로 생체 폐이식 수술이 성공을 거두면서 이를 계기로 살아있는 사람의 폐를 이식받을 수 있는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개정되기도 했다.


●높은 생존율, 유기적 다학제 진료 효과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의 이식 후 생존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0명의 폐이식 환자 중 약 70%가 인공심폐기(에크모)나 기계적 환기장치를 오래 유지한 중증환자였음에도 1년 생존율 80%, 3년 생존율 71%, 5년 생존율 68%, 7년 생존율 60%를 기록했다. 세계적인 폐이식 센터의 성적을 합한 국제심폐이식학회(ISHLT)의 1년 생존율 85%, 3년 생존율 67%, 5년 생존율 61%를 웃도는 수준이다.

이처럼 폐이식 생존율이 높은 데는 유기적인 다학제 진료시스템이 있다. 흉부외과, 호흡기내과, 마취통증의학과, 감염내과, 재활의학과, 정신건강의학과, 장기이식센터, 수술실, 중환자실, 병동 등 여러 분야의 의료진이 팀을 이뤄 체계적이고 집중적인 중환자 관리를 해 수술 후 출혈이나 합병증을 크게 줄였다.

특히 서울아산병원에는 중증환자 비율이 높아 폐이식 대기 환자들 중 상당수가 에크모나 기계적 환기장치에 장기간 의존한 경우가 많다. 과거에는 이러한 환자들에게 폐를 이식하는 건 금기에 가까웠다. 하지만 서울아산병원 폐이식팀은 과감하게 수술을 진행했고 에크모나 기계적 환기장치를 단 고위험 환자도 폐이식이 가능하며 수술 성공률에 차이가 없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폐이식팀 박승일 교수(흉부외과)는 “다른 장기에 비해 낮았던 폐이식 생존율이 이식 환자 3명 중 2명이 5년 이상 생존할 만큼 크게 향상됐다”며 “앞으로도 폐이식팀의 팀워크와 유기적인 다학제 진료시스템을 바탕으로 더 많은 말기 폐부전 환자들이 새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l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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