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할 것 많았던 도로공사-현대건설의 5라운드 맞대결 [스토리 발리볼]

입력 2022-02-24 14: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스포츠동아DB

현대건설의 정규리그 1위 확정과 16연승 달성 여부로 관심을 모은 23일 여자부 5라운드 김천 경기는 ‘도드람 2021~2022 V리그’의 하이라이트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만 아니었다면 관중 신기록을 세울 기회였으나, 아쉽게도 무관중 경기로 펼쳐졌다.

22일 IBK기업은행과 홈경기를 마치자마자 수원에서 김천으로 이동해 이튿날 한국도로공사와 원정경기를 치른 현대건설로선 여러모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21일 KGC인삼공사와 원정경기를 벌인 도로공사는 대전~김천의 이동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은 데다, 하루 더 준비할 시간까지 벌었다. 결국 도로공사의 일방적 승리(3-0)로 끝나면서 현대건설은 두 마리를 토끼를 모두 놓쳤다.

결과를 떠나 23일 경기는 많은 것을 담고 있었다. 코로나19로 바뀐 일정 탓에 색다른 경험을 한 현대건설은 ‘연전’이 펼쳐질 경우 경기의 양상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하게 해줬다.

스포츠동아DB


이날 현대건설은 14명의 선수를 투입했다. 1세트에는 베스트 멤버로 총력전을 펼쳤고, 2세트부터는 상황에 따른 전략적 선수기용이 이어졌다. 허리가 좋지 않은 외국인선수 야스민을 2·3세트에 일찍 교체했고, 많이 뛰어다녀야 하는 세터도 2·3세트에는 김다인에서 이나연으로 바꾸며 휴식 기회를 줬다. 정규리그 1위 확정 기회가 충분히 남아있는 만큼 무리하지 않겠다는 강성형 감독의 의도였겠지만, 향후 연전을 리그 일정의 기본으로 삼았을 때 벤치의 선수기용방식을 어느 정도는 엿볼 수 있었다.


그동안 일부 팬들은 소수의 주전만 계속 쓰고 다른 선수들에게는 기회조차 주지 않는 기용방식을 지적해왔다. ‘오늘의 경기 결과로 내일을 보장받는’ 감독의 속사정을 모르는 이들은 신인을 뽑아놓고 기회조차 주지 않으면 리그의 미래가 없다고 비난했다.


이 같은 구조에 불만이 많은 팬들을 달래고, 선수들의 더 많은 휴식과 이동부담 완화를 꾀할 수 있는 방법이 연전이다. 구단과 중계방송사 입장에서도 매력적이다. 경기진행에 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팬들에게 일정을 홍보하는 데도 이점이 많다. 반면 이날 현대건설의 경우처럼 다양한 선수기용이 경기의 긴장도를 떨어트릴 수 있다는 점은 고민해봐야 한다.

스포츠동아DB


이번 시즌 남녀부 모두 7개 구단 체제로 바뀌면서 현재의 경기일정을 고집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자주 나오고 있다. 특히 여자부에선 빡빡한 일정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는 얘기가 자주 들린다. 반대로 남자부에선 경기수를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이런 다양한 요구를 해소해줄 더 나은 방법은 없는지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V리그는 출범하면서 모든 경기의 방송 노출을 주요 방침으로 정했고, 큰 성과를 냈다. 방송용 콘텐츠라는 뚜렷한 목표를 바탕으로 리그를 운영한 덕분에 시청률은 높아졌고, 안정적인 중계권료를 확보했다. 하지만 포기해야 할 것들도 많았다. 선수들의 피로누적과 잦은 부상, 혹사도 그렇지만 코로나19처럼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을 때 중계를 위해 시즌 일정을 끝까지 고집해야 하는지도 고민해볼 문제다. 남자부의 경우 2차례나 경기일정을 더 연기한 끝에 결국 봄배구 일정 단축을 결정했다. 현대건설이 경험한 2연전에 더욱 눈길이 쏠리는 이유다.

김종건 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