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나 마타타” 뮤지컬 라이온킹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들 [공연]

입력 2022-03-17 13: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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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온킹을 두고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뮤지컬”이라 단언한 사람이 있었다. 어느 정도 공감하는 바이다. 적어도 현재까지는 완벽에 가장 근접한 뮤지컬 걸작 중 하나임에 틀림이 없다.

명작은 고전과 같아 볼수록 깊은 재미가 우러나온다. 아무리 좋은 찻잎도 서너 번 우려내면 맛이 흐려지지만, 명작은 다르다. 우릴수록 맛이 깊어질 뿐만 아니라 삶의 지혜가 그윽하게 올라온다.

라이온킹도 관객에게 할말이 많은 작품이다. 요즘은 ‘할많하않(할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다)’이 트렌드인 모양이지만, 라이온킹은 할말을 아끼지 않는다. 심지어 맨 앞에 하고, 맨 뒤에 또 해 관객의 마음을 꼬치로 꿰어 버리는 무서운 작품인 것이다.

그렇다면 뮤지컬 라이온킹에서 우리는 무엇을 건져볼 수 있을까. 라이온킹을 보고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재미와 감동은 물론 삶의 지혜까지 챙겨 공연장을 나설 수 있다면 그대는 진정한 위너다.


●위대한 자연의 섭리…Circle of Life

뭐니 뭐니 해도 라이온킹의 대주제는 Circle of Life(삶의 순환). 개인적으로 ‘위대한 오프닝’이라 칭하는 데에 주저하지 않는 오프닝 장면의 넘버제목이기도 한데, 이 작품의 문을 열고 닫는 강력한 주제이다.

“우린 들소를 먹지만 우리가 죽으면 몸은 풀이 되지. 그리고 들소는 그 풀을 먹는다. 우리는 순환하는 거야. 위대한 자연의 섭리 속에서”.

아빠 사자 무파사가 사고뭉치 아들 심바에게 들려주는 대사다.
이 삶의 지혜는 우리 조상님들도 잘 알고 계셨다. 대대로 농사를 짓고 살던 조상님들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밥 먹고 똥 싸면, 똥이 거름이 되고, 거름이 밥이 되어 다시 우리 입으로 들어오는 거시여”.

어떤가. 무파사의 대사보다는 투박하지만 전달하고자 하는 이미지만큼은 훨씬 더 뚜렷하지 않은가. 우리 조상님들에게 밥은 똥이요, 똥은 밥이었다.

사실 이 삶의 순환은 보다 깊이 들여다볼 수 있는 주제다. 당신이 신의 존재를 믿는다면, 이 삶의 순환이 신이 창조한 광활한 우주의 위대한 운영 원리라는 데에 동의할 것이다. 만약 이 순환 과정 중 어딘가에 문제가 생긴다면 전체의 문제로 확산되고 말 것이다. 이는 ‘생명의 유통과정’에 고장이 발생했다는 얘기. 인류는 당장 이 문제에 직면해 있다.


●“아무 걱정 하지 마”…하쿠나 마타타

“아무 걱정하지 말라”는 아프리카 스와힐리어. 라이온킹에서 가장 유명한 대사이기도 하다. 유사어로는 “현재 이 순간에 충실하라”라는 뜻의 라틴어 ‘카르페 디엠’이 있다.

간혹 ‘케세라세라’와 하쿠나 마타타를 혼동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케세라세라는 “될 대로 돼라”는 의미다. 비슷한 점이 없지 않으나 어감도 용도도 많이 다르다.

하쿠나 마타타는 아버지 무파사의 죽음에 책임을 느끼고 프라이드 록을 떠나 방황하는 심바에게 미어캣 티몬과 멧돼지 품바가 들려준 위로이자 격려의 말이다.

극 중에서는 심바로 하여금 아버지의 복수도, 왕으로서의 책임감도 잊은 채 정글의 안온한 생활에 젖어버리게 만든 원인으로 슬쩍 떠밀리는 감이 없지 않지만, 사실 하쿠나 마타타는 심바가 몸도 정신도 건강한 청년사자로 자랄 수 있도록 해준 삶의 지혜이자 철학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쿠나 마타타가 아니었다면 어린 심바는 극심한 정서적 피폐함을 견딜 수 없었을 것이고, 필시 정글에서 쓸쓸히 말라 죽거나 세계 최초의 우울증 또는 조현병 사자가 되었을 것이다.

하쿠나 마타타는 아프리카인들의 깊은 지혜를 담은 말이다. 불교 등 많은 종교의 교리들은 “지금 이 순간을 살라”고 가르친다. 과거는 이미 지나갔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으니 오직 현재를 살라는 얘기이다. “지금 이 순간 깨어 있으라”라는 가르침도 있다.

예수님께서도 마태복음에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라고 말씀하셨다. 그러니 걱정하지 말자. 하쿠나 마타타!!



●“너 자신을 알라”

과연 나는 프라이드 록으로 돌아가 삼촌 스카를 물리치고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을까. 좌절감에 빠진 심바에게 죽은 아버지 무파사의 영혼이 들려주는 말.

“네 자신을 들여다보아라, 심바. 넌 아직 진정한 자신에 이르지 못했다. 네가 누군지 잊지 마라.”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하면서 무거운 질문이다. 이 질문에 답을 구하기 위해 평생을 바쳐 수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버드 대학생을 ‘푸른 눈의 수행자’ 현각스님으로 만든 것도 스승 숭산스님의 “너는 누구냐”라는 일성이었다.

이 질문의 실을 길게 끌고 간다면 소크라테스의 저 유명한 “너 자신을 알라”와도 직결된다.

무파사는 심바에게 “생명의 순환 속에서 네 본분을 찾아라”고 일깨워준다. 이때 깔리는 넘버가 ‘He Lives in you’다.

기독교에서는 한 영혼의 가치를 온 우주보다 귀하다고 여긴다. 우주까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우리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귀하고 큰 존재다. 우리는 우리가 어떤 존재인지 잊지 말아야 한다.
사자도 그쯤은 알고 있는 것이다.



●보너스 지혜…이것까지 챙기면 진정한 위너

“과거 때문에 아플 순 있어. 하지만 넌 선택할 수 있지. 그로부터 도망치느냐, 아니면 극복해 내느냐.”
라이온킹의 ‘현자’ 개코원숭이 라피키의 귀중한 어록. 누구에게나 아픈 과거는 있다. “잊으라”는 말은 무책임할지 모른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도 있지만, 살다보면 도저히 피할 수도 즐길 수도 없는 아픔이란 게 있는 법이다.

아픈 과거로부터 대부분의 사람들은 도망친다. 그런데 좀 살아본 사람들은 알 것이다. 이 놈의 과거는 아무리 도망쳐도 언젠가는 따라붙어 내 뒷덜미를 잡고야 만다는 것을.

도망칠 수 없다면 극복하고 그로부터 배운다. 라피키의 말이다. 배움으로써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과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상처는 기워지고, 마음의 근육이 벌크업 된다.

당신은 아픈 과거로부터 도망치고 싶은가. 아니면 극복하고 배워서 나아가고 싶은가.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에게도 꼭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인터내셔널투어 뮤지컬 라이온킹(제작 에스앤코)은 3월 18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막을 내린 뒤 부산으로 이동한다. 4월 1일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다시 막을 올릴 예정. 예매사이트 예스24가 최근 대극장 뮤지컬 예매자들을 대상으로 리서치를 진행했는데 부산·경남 응답자의 96%, 서울 응답자의 81%가 부산 공연 관람 의사를 밝혔다는 결과가 나왔다.

상황이 이러하니 라이온킹을 볼 사람은 예약을 서두르는 게 좋겠다. ‘하쿠나 마타타’는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 | 에스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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