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제주로 떠나는 아트 여행 [김재범 기자의 투얼로지]

입력 2022-03-1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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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데르트바서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뮤지엄 내부. 곡선의 건물 외양, 비슷한 색채나 모양이 없이 저마다 개성적인 기둥, 옥상에는 자연친화적인 정원을 갖추고 있는 뮤지엄 외부, 포도뮤지엄에서 전시 중인 권용주 작가의 작품들(위로부터 시계방향). 제주|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테마파크·미술관…‘예술의 섬’이 부른다

우도 자리잡은 ‘훈데르트바서파크’
소설속 비밀의 정원 온 듯 몽환적
건축물에 자연의 생명력 불어넣어
서귀포 ‘포도뮤지엄’ 전시도 이색
혐오와 편견 풀어낸 ‘너와…’ 열려
봄날의 제주는 볼 것이 참 많다. 유채꽃을 비롯한 봄꽃들이 꽃망울을 터트리고, 겨우내 매섭게 옷속을 파고들던 바닷바람에는 살짝 온기가 배어든다.

화사한 풍광을 즐기는 것이 이맘때 제주여행의 ‘국룰’. 그런데 조금 더 섬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런 것에 더해 육지서 접하기 힘든 예술적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들이 있다. 이번에 제주의 동쪽과 서쪽을 오가며 새롭게 주목할만한 아트여행 명소 두 곳을 다녀왔다.


●우도 ‘훈데르트바서파크’


제주 성산항에서 뱃길로 불과 10여분 안팎이면 다다르는 섬 우도. 최근 우도에는 훈데르트바서파크(HUNDERTWASSER PARK)라고 조금 낯선 이름의 공간이 생겼다. 오스트리아 출신 화가이자 건축가, 환경운동가의 이름을 딴 아트 테마파크다. 배를 타고 우도 천진항에 도착해 남쪽 우도봉 기슭 방향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나타난다.

소설 속 ‘비밀의 정원’ 같은 오밀조밀한 길을 따라 들어가다 보면 특이한 형태의 건물들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물결치듯 구불구불 이어진 벽면과 각진 곳 없이 둥근 형태로 저마다 모양이 다른 기둥들. 건물의 색감도 무척 강렬하다.

훈데르트바서파크는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는 작가의 예술철학을 담고 있는 공간이다. 구스타프 클림프, 에곤 쉴레와 함께 오스트리아의 3대 화가로 불리는 훈데르트바서는 “인간은 자연에 들른 손님”이라는 이념 아래 건축물에 자연의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훈데르트바서파크 역시 작가의 생전 건축 작품들 콘셉트와 디테일들을 파크 안에 구현했다. 건물을 지을 때 베어지는 수목을 최소화하기 위해 자생하던 1600여 그루의 나무들을 옥상을 비롯해 파크 곳곳에 옮겨 심으며 자연과의 조화를 추구했다. 건축물도 같은 형태가 하나도 없다. 파크 내 건축물에 있는 총 78개의 기둥과 131개의 유리창이 각각 다른 형태와 색감을 지니고 있다.

파크는 훈데르트바서의 일생과 작품을 관람하고 체험하는 상설기념관 ‘훈데르트바서뮤지엄’, 신진작가의 작품을 소개하는 ‘우도 갤러리’, 시그니처 디저트와 차를 마시면서 우도 절경을 즐기는 ‘카페 톨카이’와 ‘훈데르트윈즈’, 기념품샵, 그리고 성산일출봉 전망의 지중해풍 숙박시설 ‘훈데르트힐스’로 이루어져 있다. 훈데르트힐스에 속한 캐주얼 다이닐 레스토랑 ‘말차이트’에서는 제주 식재료를 통해 만든 현무암슈니첼, 톨칸이리조또, 뿔소라갈치속젓파스타 등의 이색적인 메뉴도 맛볼 수 있다.


●서귀포 ‘포도뮤지엄’

제주도 동쪽인 우도에서 서쪽으로 섬을 횡단하다시피 한참을 가다 보면 서귀포 포도뮤지엄이 나온다. 이곳에서는 현재 아포브(APoV, Another Point of View) 전시 ‘너와 내가 만든 세상’을 진행하고 있다.

‘너와 내가 만든 세상’은 인류사에 많은 비극과 갈등을 초래한 혐오와 편견을 예술가의 시각을 통해 경험하고 공감의 의미를 나누는 시뮬레이션 전시이다. 한국의 강애란 권용주 성립 이용백 최수진 진기종, 일본의 쿠와쿠보 료타, 중국의 장샤오강 등 8명의 작가가 참여했다.

강렬한 사회적 메시지의 전시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너와 내가 만든 세상’은 그런 메시지를 애써 ‘강요’하거나 ‘선동’하지 않는 점이 매력이다. 재기발랄하고, 예술적 흥취가 넘치는 작품들은 저마다의 화법으로 가짜 뉴스, 오해와 고정관념이 나은 편견, 그리고 그것을 묵인하고 방치하면서 자아낸 혐오의 현장을 말한다.

감상하는 재미가 남다른 작품을 하나씩 보다 보면 어느새 ‘내 안에는 과연 저런 모습이 없나’라며 스스로를 돌아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뮤지엄 2층에서는 노동과 빈곤, 전쟁과 죽음, 모성을 소재로 작품활동을 한 독일작가 케테 콜비츠 ‘아가, 봄이 왔다’도 같이 열리고 있다. 역시 마음의 여운이 깊은 작품들이 많아 함께 돌아보면 좋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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