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샘추위도 못 말린 목동시대 개막, 심각한 잔디 상태에 사라진 미소 [현장리포트]

입력 2022-03-20 14: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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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샘추위에도 불구하고 많은 서울 이랜드 팬들이 목동주경기장에서 열린 2022시즌 홈 개막전을 찾았다. 사진제공 | 서울 이랜드

갑작스레 불어닥친 꽃샘추위 탓에 기대만큼의 팬들이 모이진 않았지만, 서울 이랜드의 새로운 보금자리인 목동 ‘레울파크’의 열기는 상당히 뜨거웠다. 다만 경기가 시작되자 프로구장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한 잔디 상태 때문에 눈살이 찌푸려졌다.


서울 이랜드는 19일 목동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충남아산FC와 ‘하나원큐 K리그2 2022’ 6라운드 홈경기에서 0-0으로 비겼다. 2015년 창단한 서울 이랜드는 잠실올림픽주경기장을 안방으로 사용해오다 2022시즌부터 목동에 새로 터를 잡았다.


목동에서 첫 경기는 풍성하게 채워졌다. 다양한 특성화 좌석, 구단 고유의 컬러에 맞춘 경기장 풍경이 돋보였다. TV 예능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의 구척장신 팀의 시축, 걸그룹 우주소녀의 하프타임 축하무대, 골대 뒤편에 마련된 푸드트럭 등 볼거리와 즐길거리로 가득했다. 갑작스러운 꽃샘추위 때문에 사전예매 4000석을 다 채우진 못했지만, 2376명의 홈팬들이 자리를 빛냈다.

목동주경기장의 잔디 상태가 매우 심각하다. 선수들의 부상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경기 진행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목동 |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


그러나 심각한 잔디상태 때문에 정성은 빛이 바랬고, 선수들은 부상 위험에 노출됐다. 발을 내딛을 때마다 경기장 곳곳의 잔디가 움푹 파였고, 접촉이 없는데도 선수들은 넘어지기 일쑤였다. 울퉁불퉁한 그라운드 상태 때문에 짧은 패스에도 제약이 뒤따랐다. 경기 후 박동혁 충남아산 감독은 “우리뿐 아니라 서울 이랜드도 마찬가지다. 전술, 전략을 하나도 쓰지 못해 아쉽다”며 잔디 상태를 지적했다.


예견된 일이다. 목동구장에선 기존에 잡혀있던 아마추어축구 등 일정이 모두 끝난 지난해 11월에야 인조잔디를 천연잔디로 바꾸는 공사가 시작됐다. 잔디 활착까지 시간이 부족했던 데다, 생육에 도움이 되는 추가 조치도 없었다. 서울 이랜드는 개막 후 한 달간 원정을 떠돌았지만, 여전히 경기를 치를 상태가 아니었다. 1주일 전 치른 연습경기에서 잔디 상태의 심각성을 알아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구장 관계자는 “적어도 4월까지는 상태를 봤어야 하는데 일정이 너무 촉박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서울 이랜드는 K리그2(2부)를 넘어 K리그1(1부)까지 바라보는 구단으로서 팬들에게 최상의 경기를 보여줄 의무가 있다. 향후 5년 이상을 목동에서 보내야 하지만, 당장은 힘들어 보인다. 구단 관계자는 “27일 FC안양전까지 잔디를 보수하고 관리하는 데 힘쓰겠지만, 1주일 동안 크게 나아지긴 힘들다”고 밝혔다.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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