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폰트의 ‘9이닝 퍼펙트’가 남긴 교훈, 대기록과 능력은 별개 [베이스볼 브레이크]

입력 2022-04-03 13:54: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SSG 폰트. 사진출처 | SSG 랜더스 SNS

SSG 랜더스 외국인투수 윌머 폰트(32)는 2일 창원 NC 다이노스전에서 KBO리그 역사에 길이 남을 기록에 도전했다. 다름 아닌 퍼펙트게임이었다. 한국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부터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던 미지의 영역이다. 근접했던 선수는 여럿 있었지만, ‘퍼펙트게임’이란 5글자를 완성하진 못했다.


퍼펙트게임은 선발투수가 단 한 명의 타자도 출루시키지 않고 팀의 승리를 이끌어야 주어지는 대기록이다. 그러나 이는 투수의 능력만으로 이뤄질 수는 없다. 볼넷과 안타뿐 아니라 실책에 따른 출루조차 허용하지 않아야 한다. 그만큼 야수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1999년 7월 18일 메이저리그(ML) 역사상 16번째 퍼펙트게임을 작성한 데이비드 콘(당시 뉴욕 양키스)도 당시 좌익수였던 리키 리디의 그림 같은 호수비 덕분에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타선의 역할 또한 중요하다. 2일 폰트의 사례가 남긴 교훈이다. 폰트는 이날 KBO리그 역사상 최초로 ‘9이닝 퍼펙트’에 성공했다. 타선이 일찌감치 터졌다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수 있었다. 그러나 SSG 타선이 9회까지 1점도 뽑지 못한 까닭에 경기는 연장으로 접어들었고, 4-0으로 앞선 10회말 이미 104구를 던진 폰트가 마운드에 오르지 않으면서 ‘9회까지 퍼펙트’라는 비공인 기록만이 남았다. KBO리그 역사상 ‘가장 극적으로 무산된’ 퍼펙트게임이었다.


10회말 교체도 본인과 코칭스태프의 결정이었다. 그 선택을 비난하긴 어렵다. 한화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도 3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앞서 “개막전부터 선발투수를 10회까지 올리는 데는 리스크가 있다. 내가 그 상황이라도 교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출처 | SSG 랜더스 SNS


이날 폰트의 피칭은 눈부셨다. 넓어진 스트라이크존을 십분 활용했다. 시속 150㎞대 중반의 하이패스트볼은 타자들에게 살인무기나 다름없었다. 2스트라이크 이후 타이밍을 빼앗은 슬라이더와 커브의 움직임 역시 기막혔다. 팀의 개막전 선발투수라는 포지션은 에이스라는 증거다. 능력은 충분했지만, 대기록은 허락되지 않았다.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선수가 기록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2010년 5월 9일 ML 19번째 퍼펙트게임의 주인공이 된 댈러스 브레이든(오클랜스 애슬레틱스)의 빅리그 커리어는 94경기에서 26승36패, 평균자책점(ERA) 4.16이 전부였다. 2012년 4월 21일 통산 21번째 퍼펙트게임을 달성한 필립 험버(시카고 화이트삭스)의 빅리그 통산 성적도 97경기에서 16승23패, ERA 5.31에 불과했다. 2015년 KIA 타이거즈와도 인연을 맺었던 험버는 그해 12경기에서 3승3패, ERA 6.75의 초라한 성적만 남긴 채 퇴출됐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