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권휘. 스포츠동아DB
여기에 ‘깜짝 스타’가 나타난다면 더할 나위가 없다. 3년차 우완투수 권휘(22)의 출발이 반가운 이유다.
권휘는 덕수고를 졸업한 뒤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해 질롱코리아(호주)에서 한 시즌을 뛰었고, 2019년 8월 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해 커리어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 8월 정식선수로 전환한 뒤에는 1군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하며 기대를 모았다. 지난해 24경기에선 승패 없이 1홀드, ERA 2.66의 성적을 거뒀다. 삼진(15개)/볼넷(14개) 비율은 다소 아쉬웠지만, 배짱 넘치는 투구로 눈도장을 받았다. 희망을 품고 새 시즌을 준비할 수 있었다.
시범경기 4게임에선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ERA가 14.73(3.2이닝 6실점)에 달했다. 출발점도 퓨처스(2군)리그였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고 2경기에서 3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한 덕분에 10일 1군 무대를 다시 밟을 수 있었다.
그리고 시즌 첫 등판이었던 12일 수원 KT 위즈전에서 1이닝 1삼진 퍼펙트 피칭으로 홀드를 따냈다. 3-1, 2점차로 불안하게 앞선 8회 등판해 얻은 결과라 더욱 값졌다. 두산으로선 필승카드를 다양화할 수 있다는 희망을 봤고, 권휘는 결정적 승부처에서 리드를 지키며 자신감을 키울 수 있었다. 직구 최고구속이 145㎞까지 나왔고, 포크볼과 슬라이더도 한결 날카로워져 기대가 모아진다.
첫 드래프트에서 지명 받지 못한 아픔은 이미 지운지 오래다. 점점 높아지는 난이도를 하나씩 극복하며 필승계투조까지 넘보는 위치에 섰다. 그 자체만으로도 절반의 성공이다. 또 하나의 육성선수 신화에 도전하는 권휘의 올 시즌 행보가 기대된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