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랜드 무승 끊은 ‘막내’ 정성호 “U-22 카드 아닌 같은 프로 선수로 인정받겠다”

입력 2022-04-20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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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부산 아이파크 원정경기에서 슛을 시도하는 서울 이랜드 공격수 정성호. 사진제공 | 서울 이랜드

킥오프 후 22초밖에 흐르지 않았지만, 서울 이랜드의 골문은 힘없이 열렸다. 무승을 끊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엄습했다. 이 순간 서울 이랜드에서 가장 어린 정성호(21)는 오히려 “할 수 있어요!”라며 형들을 북돋았다. 끊임없이 골문을 두드린 끝에 후반 9분 정성호는 자신의 프로 데뷔골을 터트렸다. 팀은 이 득점을 발판 삼아 17일 부산 아이파크와 원정경기를 2-1 역전승으로 마무리하며 7경기 무승(5무2패)의 고리를 끊었다.

데뷔 4경기 만에 첫 골을 뽑은 정성호의 목소리에선 자신감이 느껴졌다. 그는 “공격수로서 득점을 하면 자신감이 올라간다. 꾸준히 골을 넣어야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첫 골 소감을 밝혔다.

정성호는 올 시즌을 앞두고 K리그1(1부) 포항 스틸러스에 입단한 최전방 공격수로, 골에 대한 강한 집념과 몸싸움이 장점인 선수다. 더 많은 기회를 찾아 K리그2(2부) 서울 이랜드로 임대 이적했다. “U-22(22세 이하) 자원이라는 것을 다 제치고 선수 대 선수로 경쟁해 프로선수로서 인정받고 싶다”며 주전경쟁에 자신감을 보였다.

포항에서 보낸 동계훈련 기간이 좋은 거름이 됐다. “대학교를 다니다 프로에 오다보니 처음엔 정신적으로 힘들었다”는 그는 “김기동 포항 감독님께서 기대를 많이 걸어주셨다. 그런 훈련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다.

정성호는 최근 외국인선수들의 부상 이탈로 얻은 출전 기회를 살려야 했다. 그는 “솔직한 심정으론 좋은 분위기에서 경험삼아 경기에 먼저 나서고 싶었다”면서도 “기회라고 생각했다. 외국인 공격수들의 역할까지 해내면 더 많은 기회를 받을 수 있다고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17일 부산 아이파크 원정경기에서 프로 데뷔골을 터트린 뒤 기뻐하는 서울 이랜드 공격수 정성호. 사진제공 | 서울 이랜드


용인대 재학 시절 ‘U리그의 해리 케인’이란 별명을 얻었던 그는 서울 이랜드에서 손흥민 같은 파트너를 찾았다. K리그 정상급 윙어인 김인성, 2020시즌 영플레이어상 수상자 이동률이다. “인성이 형은 국가대표까지 뽑혔던 대단한 선수고, 동률이 형과는 초등학교, 중학교 선후배 사이”라며 “우리 셋의 장점이 정말 조화롭다. 토트넘의 ‘손케’ 듀오나 리버풀의 ‘마누라(마네~피르미누~살라)’ 트리오 같은 공격 호흡을 보여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성호는 다른 동료들에게도 감사함을 전했다. “공격수라서 항상 주목을 많이 받았는데, 골키퍼부터 수비수, 미드필더 동료들이 없었으면 그럴 기회도 없었다”며 “개인적 기쁨도 동료들과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1년 임대 기간을 마치고 원 소속팀으로 복귀해야 하지만, 정성호에게 서울 이랜드 팬들 역시 매우 소중하다. “팬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며 “‘신인인데 좋은 역할을 해주는구나!’라는 반응이 나와야 내게 붙은 물음표를 느낌표로 바꿀 수 있다”며 팀의 K리그1 승격에 기여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승우 기자 raul164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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