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FC 이정효 감독.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27일 K리그1(1부)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FA컵 3라운드 원정경기가 대단했다. 광주는 6-1 대승을 거뒀다. 직전의 리그 경기에서 선두 다툼을 벌인 부천FC를 1-0으로 격파한 데 이은 놀라운 상승세다. 지금의 기세라면 K리그1 승격이 불가능하지 않다.
돌풍의 중심에 이정효 감독(47)이 있다. 성남FC와 제주 유나이티드 등에서 남기일 감독을 도와 K리그1 승격을 함께 일군 특급 참모 출신인 그는 프로팀 사령탑 첫 해부터 지도력을 뽐내고 있다.
이 감독에게는 분명한 철학이 있다. ‘신나는 축구’다. 그는 스포츠동아와 인터뷰에서 “선수·지도자 모두 즐거워야 한다. 그런데 신나려면 이겨야 한다. 또 이겨야 신이 난다”면서 “프로는 결과란 점은 분명하다. 단, 매몰되지 않으려 한다. 과정이 우선이다. 좋은 경기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법”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러한 비전은 2년 전 세웠다. 수석코치를 오래 경험하며 스스로를 돌아봤다. “내게 ‘감독 자질이 있나? 준비는 됐나?’를 물었고, 만약 감독이 된 이후의 방향을 설정해봤다. 지난해 여름부터 뭘 할지 하나하나 정리해봤다. 준비됐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마침 광주에서 연락이 왔다.”
지난시즌 다시 강등된 광주는 기로에 섰다. 도약할 것인지, 더 깊은 수렁에 빠질 것인지의 경계선이었다. 그런 팀을 맡아야 하는 게 이 감독은 두렵지 않았다. 흥분됐고, 설¤다. 이런 감정을 선수들과 적극 공유하고 싶었다.
“첫 상견례가 기억난다. 강등으로 완전히 다운된 상태였다. 환경·여건에 불평하지 말자고 했다. 과거 대신 내일을 고민하자고 했다. 가슴을 활짝 열자는 메시지를 줬다.”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다행히 경직된 분위기가 금세 풀렸다. 환한 미소와 큰 웃음이 훈련장을 채우자 실전에서도 결과가 나왔다. 벤치의 따스한 격려와 독려, “두려워 말고 도전하자”는 적극적인 멘토링에 선수들이 춤을 췄다. 대신 너무 먼 목표는 주지 않았다. 바로 앞 경기에 초점을 뒀다. “빨리 승격하자는 생각이 왜 없겠나. 그런데 의욕으로 시즌을 보낼 수 없다. 한 경기씩 잡아가면 어느 순간 승격도, 플레이오프(PO)도 보이지 않겠나.”
이 감독의 꿈은 의외로 소박하다. 우승 청부사도, 승격 도사도 아닌, ‘가꾸는 지도자’를 원한다. “난 선수들을 빛내는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누구나 장·단점이 있고, 성향이 있다. 장점을 드러내줄 수 있는 지도자가 꿈이다. 선수들이 은퇴할 때 ‘나를 가꿔준 사람’으로 봐줬으면 한다. 광주는 배고픈 사람들이 모였다. 간절한 이들이 헌신했을 때 자신과 팀이 빛을 낸다. 우린 할 수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