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 I 이영숙 안산시청 감독
‘육상 대모’ 이영숙 안산시청 감독(57)이 9월 2022항저우아시안게임을 앞둔 후배들을 격려하며 여전히 자신이 보유 중인 여자 100m 한국기록을 하루빨리 경신하길 촉구했다.
이 감독은 한국육상에서 입지전적 인물이다. 1990베이징아시안게임 여자 100m에서 동메달(12초10)을 목에 걸며 이 종목의 마지막 한국인 메달리스트로 남아있다. 4년 뒤에는 당시만 해도 선수로선 황혼기로 여겨진 한국 나이 서른 살에 한국기록(11초49)을 무려 2차례나 수립하는 투혼을 발휘했다.
현재 이 감독은 비웨사 다니엘 가사마(19)를 비롯한 제자들에게 자신의 단거리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나날이 바쁜 와중에도 강다슬(30·광주광역시청)을 비롯한 여자 단거리 후배들에게 쓴 소리와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기도 하다.
이 감독은 “강다슬이 내 기록에 가장 접근했으나 개인최고기록(11초63)을 6년 동안 경신하지 못해 아쉽다”며 “부상관리와 나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가급적 개인최고기록을 30세 이전에 수립한 뒤 매년 경신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훈련 트렌드에 대해서도 “좋은 컨디션에서 훈련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최대 6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어떤 훈련을 하느냐가 중요하다”며 “이전 세대와 비교해 요즘 선수들은 보강훈련과 웨이트트레이닝보다 기술훈련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피지컬이 전제된 후 기술이 가미돼야 기록을 단축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무엇보다도 이 감독이 우려하는 것은 얇은 선수층이다. 강다슬 이후로 여자 100m 한국기록에 도전할 만한 20대 단거리 유망주가 보이지 않아 걱정이 크다. 이채현(18·경기체고), 이은빈(16·전남체고) 등 새 얼굴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시안게임 메달권 기록이 지난 30년간 약 0.5초 전후로 단축됐음에도 한국기록은 제자리걸음을 거듭해왔다.
이 감독은 “선수층이 얇아 벽을 깨지 못하고 있는 느낌이다. 우수선수를 향한 격려와 유망주 발굴이 더 필요한 시기”라며 “선수들이 원래 갖고 있던 기량에 동기부여나 태극마크의 무게감 등을 더한다면 한국기록 경신도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격려했다.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