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공부 끝없다” 김광현 vs 이정후, 승부 즐기는 韓 대표 투타 에이스들

입력 2022-05-10 14: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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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G 김광현(왼쪽), 키움 이정후. 스포츠동아DB

“어느 날 지면 또 어느 날은 이겨요. 야구가 그래서 재미있거든요(웃음).”

김광현(34·SSG 랜더스)은 승부를 즐긴다. 매 순간 ‘어떻게’를 생각하는 과정이 즐겁다. 똑같은 슬라이더여도 구속을 조절해 상대를 혼란스럽게 만들지, 상대가 직구를 노릴 듯한 타이밍에 변화구를 던져 허를 찌를지 고민한다. 그는 “냉정한 승부의 세계지만, 타자를 끝없이 공부하는 것은 물론이고 순간적 판단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에 대처하는 것 모두 정말 재미있다”며 웃었다.

이정후(24·키움 히어로즈)는 김광현이 승부를 즐기는 맞대결 상대 중 한 명이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로 진출하기 전인 2019년까지 통산 상대 타율 0.526(19타수 10안타), OPS(출루율+장타율) 1.158로 천적이었다. 지난 2년간은 타격왕(2021년·0.360)에 올랐을 뿐 아니라 2020도쿄올림픽에도 다녀오면서 한층 성장했다. 그 사이 김광현도 빅리그 경험을 쌓았다. 성숙해진 이들의 투타 맞대결을 향한 기대도 커졌다.

올 시즌 첫 맞대결이던 4월 21일 인천 경기에선 김광현이 웃었다. 주무기 슬라이더로 범타(유격수 땅볼~3루수 파울플라이~투수 땅볼)를 잇달아 유도했다. 이정후도 힘없이 물러선 것은 아니다. 투수 앞 땅볼을 친 3번째 타석에선 사라진 선행주자의 자리를 금세 메웠다. 도루로 SSG 배터리를 흔들었다.

맞대결 뒤에는 서로를 향한 예우도 갖췄다. 이정후는 “김광현 선배의 공은 메이저리그 진출 전에도 좋았다. 내가 어떻게 안타를 쳤는지 모르겠다”며 “나도 최선을 다해 준비했지만 공을 제대로 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광현은 “나를 너무 칭찬해줘 부담스럽다(웃음). 다음에는 (이)정후 선수도 많이 생각하고 나올 것이고, 나도 공부할 것”이라며 “정후 선수를 누상에 내보내면 후속타자가 야시엘 푸이그다. 출루를 최대한 막겠다”고 다짐했다.

시즌 2번째 맞대결이던 이달 8일 고척 경기는 팽팽했다. 이정후는 첫 타석에서 안타를 때렸다. 앞선 맞대결에서 공략하지 못했던 슬라이더를 받아쳤다. 출루 후에는 2루를 훔쳤다. 하지만 김광현도 만만치 않았다. 이후 2타석에선 이정후에게 자주 구사하지 않던 커브를 던져 타이밍을 빼앗았다. 이정후는 잇달아 땅볼에 그쳤다.

맞붙을 때마다 새롭다. 고민의 흔적이 곳곳에 묻어난다. 이들 2명의 맞대결은 올 시즌 KBO리그의 한 가지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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