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명가’ 미래에셋증권의 男女 에이스 황민하-윤효빈 “태극마크가 절실했어요”

입력 2022-05-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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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증권 탁구단 황민하(왼쪽), 윤효빈. 사진=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태극마크의 의미는 언제나 남다릅니다. 너무 절실했기 때문에 매 순간이 소중해요.”

미래에셋증권 탁구단 남녀부 에이스 황민하(23)와 윤효빈(24)이 수년간의 인내 끝에 만개하기 시작했다. 10대 중반부터 ‘한국탁구의 미래’로 기대를 모았지만, 매번 간발의 차로 태극마크와 인연을 맺지 못해 아쉬움을 삼켰다. 그 사이 동년배 대항마들이 계속 등장해 위기감도 일었다. 그러나 올해 한국프로탁구리그(KTTL) 출범과 함께 소속팀의 에이스로 자리매김했고,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태극마크를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일반적인 천재형 선수들과 달리, 어린 시절 두각을 나타냈지만 그 사이 크고 작은 역경을 이겨낸 ‘서사형’ 선수들이라 더 눈길을 끈다.

황민하. 사진=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부담감과 부족한 확신 극복한 황민하

황민하는 2014년 부천내동중 3학년 때 최연소 국가대표로 발탁되며 화제를 모았다. 과거 10대 시절 태극마크를 달았던 유승민 대한탁구협회장, 유남규 삼성생명 여자부 감독 등과 비교되며 향후 한국탁구를 이끌 재목으로 주목 받았다. 하지만 고교 진학 후 안재현(23·삼성생명), 조승민(24·국군체육부대) 등 또래들이 급성장하면서 스포트라이트가 줄었고, 베테랑 강세까지 겹쳐 오랜 기간 태극마크와 거리가 멀었다.

황민하는 “첫 국가대표 발탁 당시 너무 기뻤지만 실력으로 발탁된 게 아니라 추천으로 얼떨결에 발탁됐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좋은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언젠가는 진짜 실력으로 태극마크를 따내야겠다고 다짐했다”고 떠올렸다.

터닝 포인트는 바로 올해였다. KTTL 출범 첫 해 팀의 에이스로서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고, 4월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도 4승2패로 공동 1위에 올라 태극마크를 따냈다. 그는 “선발전을 앞두고 왼 손목과 발목 부상을 입었다. 마음을 비우되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다”며 “팀에서 매주 목요일 심리학 교수님들을 초빙해서 상담시간을 가진 게 주효했다”고 감사해했다.

심적 안정은 더욱 적극적인 자기관리와 연구로 이어졌다. 한층 더 민첩한 경기운영을 위해 지난 4개월간 몸무게를 77㎏에서 64㎏로 감량했다. 지난 1년간 린윤주(대만)의 경기 영상을 참고해 약점인 백핸드와 리시브를 보완한 점도 황민하의 미래를 밝게 점치는 이유다.

윤효빈. 사진=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일찍 시작한 사회생활, 목표가 커진 윤효빈
신유빈(18·대한항공), 김나영(17·포스코에너지) 등 고교 진학 대신 성인무대를 택한 영건들 이전에 윤효빈이 있었다. 2014년 안양여중 졸업 후 미래에셋증권에 입단할 때만 해도 장밋빛 미래가 펼쳐지는 줄만 알았지만, 그를 맞은 것은 태극마크가 아닌 3년 출장정지였다.

윤효빈은 “아버지(윤기영 안양여중·고 감독)와 함께 주위 자문까지 구해 고교 진학을 포기했는데 예상치 못한 출장정지 징계를 받아 곤혹스러웠다”며 “주변에서 도와주셔서 징계기간이 1년으로 줄었지만, 당시에는 징계를 받은 사실 자체가 속상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탁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 속에서 쟁쟁한 선배들과 맞서며 장점인 파워에 기술까지 더해 약점이 없는 선수로 성장했다. 그 결과 올해 국가대표 명단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4승2패로 공동 1위에 올라 당당히 태극마크를 달았다. 선발전을 앞두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돼 격리 해제 직후 경기에 나선 사실을 고려하면 더욱 놀라운 결과다.

윤효빈은 “10대 시절엔 경기에 나서면 승리보단 ‘언니들을 괴롭히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지만, 20대가 되니 성적을 내야 한다는 압박감이 적지 않았다”며 “이번 국가대표 발탁의 의미는 남다르다. 더욱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탁구단 황민하(왼쪽), 윤효빈. 사진=주현희 기자 teth1147@donga.com

●태극마크의 원동력은 ‘가족’

황민하와 윤효빈 모두 운동선수 집안 출신이다, 이들은 호성적의 원동력으로 가족의 사랑을 꼽았다.
육상선수 출신 아버지와 킥복싱선수 출신 어머니, 탁구선수 출신 형을 둔 황민하는 가족이 좋은 코치라고 말했다. 운동의 기본요소는 비슷하기 때문에 몸 관리 요령 등의 조언을 구한다. 이 같은 조언은 김택수 감독과 오상은 코치의 기술적 피드백과 시너지를 냈다는 평가다.

윤효빈도 가족을 올 시즌 맹활약의 원동력으로 짚었다. 행여 딸이 스트레스를 받을까봐 기술적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아버지의 따뜻한 한마디가 딸에게는 항상 큰 힘이 된다. 여기에 매 경기 눈시울을 붉히는 어머니의 존재도 큰 동기부여가 됐다.

이제 황민하와 윤효빈은 29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 입소한다. 이후 6월부터 크로아티아와 슬로베니아에서 열리는 WTT 피더 대회를 시작으로 유럽 스타 컨텐더, 그랜드 스매시 대회 등에 잇달아 참가해 세계랭킹 상승에 ‘올인’한다.

일찍 핀 꽃이라기에는 인고의 시간이 짧지 않았다. 이제 겨우 재능을 만개하기 시작한 황민하와 윤효빈의 성장세에 한국탁구의 미래도 달려있어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안양 |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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