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양궁 김우진이 보인 베테랑의 품격, “내가 10점을 쏴야 동생들이 편해”

입력 2022-05-23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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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제가 앞에서 10점을 먼저 쏴야 동생들이 편하게 경기하죠.”

지난 10년간 한국남자양궁이 겪은 모든 영광의 순간에는 그가 함께했다. 어느새 대표팀 고참이 된 김우진(30·청주시청)의 이야기다.

한국은 22일 광주여대 특설무대에서 열린 ‘광주 2022 현대 양궁월드컵’ 리커브 남자단체전 결승에서 이탈리아를 6-0(59-53 58-57 57-52)으로 제압하고 우승했다.

대회 내내 순항한 여자대표팀과 달리 남자대표팀은 16강 방글라데시전(5-1)을 비롯해 8강 카자흐스탄전(5-4), 4강 스페인전(6-2) 모두 기록상으로 아쉬움을 남기며 결승에 힘겹게 올랐다. 더욱이 8강에선 타이브레이크 대결까지 치르는 등 마지막까지 혼전 양상을 빚어 조기탈락의 우려까지 일었다.

그러나 이탈리아와 결승전에선 초반부터 10점을 쏘며 시종일관 몰아붙인 끝에 손쉽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결승에서 1번 사수로 나선 김우진이 6번의 활시위 중 무려 5번이나 10점을 쏘며 이우석(25·코오롱엑스텐보이즈)과 김제덕(18·경북일고)을 리드한 덕이다.

김우진은 2017년과 2018년 월드컵 2연패를 달성하며 강자로 부상했다. 10대 시절에도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개인전과 단체전을 모두 제패했고, 2016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과 2020도쿄올림픽에선 단체전 2연속 금메달로 실력은 물론 관록까지 쌓아올렸다.

결승에서도 시작과 동시에 3번 연속 10점을 쐈고, 3엔드에선 첫 발로 엑스텐(X10)을 쏘며 상대의 전의를 상실케 했다. 한국양궁의 높은 경쟁력과 건재함을 안방에서 열린 세계대회에서도 보여주는 데 앞장섰다.

김우진은 “모처럼 한국에서 열리는 월드컵이라 선수들 모두 기대감에 차있었다. 시즌 첫 월드컵에서 국민들께 기쁨을 드릴 수 있어 기쁘다”며 “베테랑으로서 팀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1번 사수로 나서 10점을 먼저 쏘고자 집중했는데,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 남자개인전도 제패한 김우진은 2관왕에 오르며 리더십과 실력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를 소개할 때마다 ‘He is the legend’라고 외친 대회 사회자의 코멘트는 괜한 소리가 아니었다.

광주 I 권재민 기자 jmart220@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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