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기 거센 돌풍…‘승급=고전’ 속설 깼다

입력 2022-05-25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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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스피돔에서 선수들이 결승선을 앞두고 전력질주를 하고 있다. 경륜 신인 26기들이 ‘승급하면 고전한다’는 경륜의 속설을 깨고 각자의 등급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국민체육진흥공단

‘저주받은 기수’ 오명 씻고 경륜 강자로

기수별로 가장 많은 승급 선수 나와
절반 이상이 우수급서 눈에띄는 활약
김영수, 특선급 데뷔전 보란듯 우승
“인기에 비해 입상률 가장 높아 주목”
경륜의 여러 속설 중 ‘승급=고전’이란 말이 있다. 아래 등급에서 펄펄 날던 강자들도 승급을 하면 실력차로 경기력이 떨어진다는 뜻이다. 선발급 선수가 우수급에 승급하면 기존 우수급 잔류자 외에 특선급에서 온 강급자들과 경쟁해야 한다. 위치 선정부터 제약을 받아 출발부터 어려움을 겪는다.

지난해 26기들은 코로나로 유례없는 적은 경기에 참여했다. 그래도 김주석, 강동규, 김영수, 정지민이 특별승급에 성공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등급 심사에서는 전경호, 강동규, 윤승규, 김다빈, 박종태가 선발에서 우수로 승급했다. 기수별로 보면 가장 많은 숫자다. 25기의 승급자가 단 1명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주목할 점은 26기 승급자들에게는 ‘승급=고전’이란 속설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승급 후에도 동급 준강자 또는 시드급 활약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김영수다. 그는 지난해 선발, 우수 모두 특별승급에 성공했다. 3월4일 첫 출전한 특선급 데뷔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최고의 기량을 가졌지만 신인이라 우수급을 배정받은 임채빈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경륜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김영수는 경륜 지존인 임채빈도 인정하고 앞뒤 연계를 꾀할 만큼 특선급에서 단기간에 자리를 잡았다.

강동규, 김다빈, 방극산, 이태운, 전경호, 정현수도 웬만한 우수급 편성에서는 모두 축으로 활약 중이다. 이밖에 박종태, 박지웅, 박찬수, 배수철, 정지민 등도 꾸준히 입상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배석현, 이인우 등은 선발에서 매 경주 압도적 격차로 우승을 차지해 하반기 승급이 확정적이다.

26기 전체 22명 중 절반이 넘는 선수가 우수급에서 뛰고 있는데 선수층이 두터워진 요즘에는 결코 쉽지 않은 결과다. 어느 기수든 자신의 등급에서 하위에 머무는 선수들이 있기 마련인데 26기는 단 한 명도 고전하는 선수가 없다.


●‘저주받은 기수’란 오명 깨

26기들의 이 같은 활약은 전문가들도 의외로 받아들이고 있다. 임채빈으로 대표되는 25기에 비해 대어급이 없다는 이유로 훈련원 시절부터 기대가 크지 않았고, 데뷔 때는 코로나로 훈련원에서 쌓은 기량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도 적었다. 그래서 26기들을 가리켜 일부는 ‘저주받은 기수’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런데 26기가 기대를 뛰어넘는 활약이 가능했던 요인 중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코로나 상황이 한몫했다. 대부분 가정을 가진 선배들은 이 시기 생활을 위해 다른 일을 해야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미혼이 많고 20대 초중반인 26기들은 경제적 부담이 덜해 훈련에 집중할 수 있었고 비교적 몸 관리도 잘할 수 있었다.

26기들은 팀 훈련에서 분위기 메이커를 담당하면서 각 지역팀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요즘 뜨는 동광주와 세종팀이다. 26기의 활약에 각 팀 고참들은 올해 데뷔하는 27기들을 한명이라도 더 확보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과거와 달리 젊은 피 수혈의 중요성을 깨닫는 계기가 된 것이다.

최강경륜의 박창현 발행인은 “경륜장 격언 중 ‘화려한 명성의 노장보다 신인을 주목하라’는 말이 있다”면서 “특선급 예비 스타들이 넘쳐나는 26기들은 인기 대비 실제 입상률이 가장 높은 기수여서 앞으로 적잖은 기간 제몫을 해줄 효자 선수로 활약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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