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 속의 ‘퀴어’, 세상 속으로

입력 2022-07-05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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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천, 신동엽, 하니가 진행하는 ‘메리 퀴어’. 사진제공|웨이브

‘메리 퀴어’ ‘남의 연애’ 등 채비
“새로운 시도” 속 “반발 클 것”
방송가에서 퀴어(성소수자) 소재가 더욱 일상적이고 친근하게 다뤄지면서 시청자의 인식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최근 BL(Boy’s Love·남성 동성애 코드의 로맨스물) 장르가 방송가 트렌드로 떠오른 데 이어 예능 분야에서도 관련 소재를 전면에 내세우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퀴어 소재를 하위문화로 여기고 다루기 꺼려온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다.

BL 장르는 OTT를 통해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하면서 최근 방송가의 ‘스타 등용문’으로 꼽히고 있다. 그룹 DKZ의 멤버 재찬이 왓챠 BL드라마 ‘시맨틱 에러’를 주연해 스타덤에 오른 이후 많은 아이돌 멤버와 신인들이 BL드라마 오디션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데뷔 11년 차인 B1A4 공찬 등 경험 많은 아이돌 출신 연기자들도 BL드라마 주연으로 나선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8일 OTT 웨이브가 세 쌍의 LGBT(성소수자) 커플의 일상을 담은 리얼리티 콘텐츠 ‘메리 퀴어’를 선보인다. 또 남성 성소수자들을 대상으로 한 연애 예능 콘텐츠 ‘남의 연애’도 막바지 작업 중이다. 예능 콘텐츠가 퀴어 소재를 내세운 것은 처음이다.

임창혁 웨이브 국내 편성사업부 책임매니저는 4일 “성소수자들의 일상과 현실을 극화하지 않고 리얼리티 포맷을 통해 그대로 드러내는 편이 공론화와 공감을 더욱 잘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어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포용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가 이미 성소수자를 평범한 이웃으로 표현하는 사례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며 방송가 안팎의 변화를 짚었다.

이는 “단순하게 BL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에서 더 나아간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하재근 대중문화 평론가는 “서구에 비해 보수적이어서 당분간 반발이 클 것으로 예상한다”면서도 “다양한 성 정체성에 대한 시청자의 거부감이나 고정관념을 약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만큼 응원과 편견, 우려의 시선이 공존하고 있음을 드러낸다. 임 매니저는 “출연자들이 깊은 고심 끝에 출연을 결정했다”면서 “성소수자를 향한 공감과 이해의 폭을 넓히는 데 힘을 보탤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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