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가족’ 정일우 “꽃미남 대신 노숙자, 내겐 보석 같은 작품” [인터뷰]

입력 2022-11-01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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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고속도로 가족’의 주역인 배우 정일우는 “처음 해보는 노숙자 캐릭터에 걱정이 많았다”면서 “이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메이크업뿐 아니라 면도조차 하지 않고 카메라 앞에 섰다”고 돌이켰다. 사진제공|9아토엔터테인먼트

영화 ‘고속도로 가족’서 새로운 얼굴 선보인 정일우

15년만에 영화 주연 파격 변신
‘정일우인지 몰랐다’ 칭찬 뿌듯
배우 정일우(35)와 김슬기(31)가 영화 ‘고속도로 가족’(감독 이상문·영화사 설렘, 고고스튜디오)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얼굴’을 꺼내 보인다. 상처를 가지고 있는 두 가족이 만나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는 과정을 진지하게 담은 영화에서 두 사람은 고속도로 휴게소를 전전하며 노숙생활을 하는 부부를 연기했다. 웃음기를 거두고 어쩔 수 없이 유랑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애달픈 인생을 그려냈다. 정일우는 끔찍이 사랑하는 두 아이를 앞세워 구걸하는 삶을 살아가는 인물을 “어떻게 해서든 이해해 보려 노력했다”고 돌이켰다. “평범하게 살 수 있는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걸 되새기며 연기했다. 김슬기는 “삶의 끝에 내몰린 부부”를 주인공을 내세우지만 “결국 희망”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말했다. 정일우와 김슬기는 “허지웅 작가님의 ‘최소한의 이웃’이라는 책을 봤는데 그 책 제목이 우리 영화와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 영화를 통해 나 또한 누군가에게 ‘최소한의 이웃’이 되어줘야 겠다”고 힘줘 말했다.

●정일우
2007년 ‘내 사랑’ 이후 15년 만에 영화 주연으로 나선 정일우는 “드라마 위주로 연기를 하다 보니까 영화 시나리오가 많이 들어오지 않았다”고 솔직히 말했다. 오래 기다린 만큼 복귀작에서는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었다며 이번 영화를 “마침내 만나게 된 보석 같은 작품”이라고 표현했다.

그가 연기한 기우는 영화 초반까지는 비극적인 상황에도 대책 없이 해맑게만 보인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을 겪은 후 약점을 드러내고 한없이 무너져 내린다. 정일우는 그런 기우를 통해 “내가 끝과 끝의 감정에 어디까지 치달을 수 있었는지 시험해 보고 싶었다”고 돌이켰다.

“처음 해보는 역할이니만큼 걱정이 컸죠. 촬영 전까지는 ‘내가 왜 한다고 했을까’ 하고 지옥 같은 시간을 보냈을 정도니까요. 감독님께서 처음에는 ‘거침없이 하이킥’ 속 윤호처럼 연기하면 된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윤호만큼 해맑고 행복해 보여야 후반의 감정이 더 극대화된다고요.”

노숙자를 제대로 표현하기 위해 메이크업은 물론 면도도 하지 않았다. “고등학생 때 산 밑창이 너덜너덜한 등산화”를 촬영 내내 신었다. 정신질환을 앓는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정신의학과 전문의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양해를 구한 뒤 환자상담을 참관하기도 했다.

“외적은 부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죠. 오히려 감독님이 끝까지 가도 된다고 했어요. 극중 정신질환으로 인해 얼굴 진흙을 바르고 침을 줄줄 흘리기도 하는데 사실 아무렇지도 않았어요. 군 대체목부를 요양병원에서 해서 많은 분들을 뵀어요. 그분들을 보면서 그런 행동이 기이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죠.”

늘 연기 변화를 꿈꿔 왔지만 드라마를 통해 이미지가 굳어질까 고민했다는 그는 “관객이 가진 정일우에 대한 고정적 이미지”를 깰 수 있을 거라 확신하고 있다. 영화를 본 동료 배우들의 칭찬도 큰 힘이 됐다.

“박해일 선배님께서 VIP시사회 후 ‘일우야, 너 이제 욕해도 되겠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제가 드라마를 주로 해서 욕하는 연기를 할 일이 없었잖아요. 영화를 통해서 더 많은 역할을 하게 될 거라는 말이었어요. ENA드라마 ‘굿잡’을 함께 한 (권)유리도 ‘오빠 진짜 미쳤다’고 하더라고요. 하하.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정일우인지 몰랐다’는 관객의 말을 많이 들었어요. 제가 정말 듣고 싶었던 말이죠.”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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