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핏빛 투혼’ 2004년 커트 실링-2022년 안우진, 최종 무대가 연출하는 스토리

입력 2022-11-03 15: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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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움 안우진. 스포츠동아DB

“굳은 살 만들어야죠. 던지고 싶어요.”


키움 히어로즈 안우진(23)의 의지는 확고했다. 팀을 위해 다시 공을 던지겠다는 투지를 보이며 마운드에 오를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안우진은 1일 SSG 랜더스와 한국시리즈(KS·7전4선승제) 1차전에서 오른손 중지 물집 부상으로 2.2이닝 2실점 투구만 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KT 위즈와 준플레이오프(준PO) 승부 때부터 이어진 물집 이슈. 이번엔 살이 벗겨져 ‘선혈’까지 보였다.


안우진은 경기 도중 손에서 피가 나는 걸 일찍 확인했다. 그는 “2회부터 공에 피가 묻어 나오더라. 통증이 없어 그냥 던졌는데, 3회가 되니 피가 많이 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유니폼에는 피를 닦아낸 흔적이 역력했다.


창단 첫 우승에 도전할 수 있는 무대인 한국시리즈. 안우진은 ‘에이스’인 자신의 역할을 알고 있기에 투지를 불태웠다. 그는 “빨리 굳은살을 만들어서 남은 경기에 등판할 것”이라며 “꼭 다시 공을 던지고 싶다”고 강조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가을야구 최종무대에서 ‘선혈’은 투혼의 상징이다. 2004년 ‘밤비노의 저주’를 푼 당시 보스턴 레드삭스 우완 커트 실링(은퇴)의 피 묻은 양말은 메이저리그 팬들이 투혼의 스토리를 펼칠 때 가장 많이 회자된다. 당시 실링은 발목 부상을 입은 와중에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월드시리즈 2차전에 선발로 등판해 6이닝 1실점 호투로 팀 승리를 이끌었다. 시리즈를 4승무패로 끝낸 보스턴은 86년 만에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메이저리그와 KBO리그의 차이는 있지만, 최종 무대와 투혼이란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둘. 1999년생인 안우진에게 실링의 스토리에 대해 물었다. 그는 곧바로 “당연히 알고 있다. 그 분은 다리 아니었나”라며 웃었다.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을 합쳐 안우진은 올해 215이닝 이상을 던졌다. 피로감은 극에 달해 있는 상황. 하지만 프로선수이기에 최종 무대에서의 우승 욕심을 버릴 순 없다. 꿈의 무대에서 나온 핏빛 투혼을 알고 있는 그가 실링의 스토리를 KBO리그에서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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