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SG 오태곤. 스포츠동아DB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합니다. 전 끝까지 버텼어요.”
SSG 랜더스 오태곤(32)은 늘 글러브와 미트를 같이 들고 다녔다. 2010년 롯데 자이언츠에 입단한 뒤 KT 위즈, SSG를 거치며 투·포수를 제외한 나머지 7개 포지션을 모두 소화했다. 경찰야구단에서 전역한 뒤 황재균(KT)의 백업 3루수로 시작해 내야 전 포지션을 돌았고, 2018년부터는 외야 전 포지션까지 섭렵했다. 그는 “그땐 소위 ‘땜빵 선수’였을지 모른다. 하지만 주전 대신 해당 포지션을 ‘볼 줄 아는’ 정도여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누군가 비운 자리에서도 ‘원래 내 자리였던 것처럼’ 능숙하게, 그리고 주전 이상으로 잘하려 했다”고 돌아봤다.
생존을 위한 선택들은 오태곤을 가치 있는 선수로 만들었다. 2021년 SSG로 이적한 뒤 2년간은 1루수와 좌익수, 그리고 결정적 순간 한 방을 쳐줄 타자로 팀의 재건에 기여했다. 지난해에는 강렬한 인상을 심은 날도 적지 않았다. 결승타 5개로 추신수와 팀 내 공동 7위에 오른 것은 물론 보살 8개로 마이크 터크먼(한화 이글스·9개), 야시엘 푸이그(키움 히어로즈·8개) 등 외국인선수와 버금가는 어깨를 자랑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6차전에선 1루수로 우승을 확정하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기도 했다.
프리에이전트(FA)의 꿈도 이뤘다. FA는 선수라면 한 번쯤 행사하고 싶어 하는 권리이자 꿈이다. SSG는 지난해 11월 오태곤에게 4년 최대 18억 원(계약금 6억+연봉 총액 10억+옵션 2억)의 계약을 안겼다. 오태곤은 “야구선수라면 어린 시절부터 꿈꾸는 것들이 있다. 프로선수가 되는 게 첫 번째 목표였다면, 두 번째는 1군 선수가 되는 것일 것”이라며 “1군 선수로 뛰다 보면 다음 목표는 FA다. FA가 되는 꿈을 이뤘다는 것 자체로 나 자신을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버텨낸 세월은 그를 더욱 견고한 베테랑으로 만들었다. 오태곤은 “이것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난 버텼다. 느낀 것도 참 많다. 144경기에는 변수가 가득하다. 주전이 자리를 비울 때 내가 잘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다. 그로 인해 주전이 안주하지 않으면 나와 시너지 효과도 낼 수 있다”며 “어렸을 땐 조급해하기만 했다. 하지만 이젠 안다. ‘경험이 중요하다’는 말도 알겠다. 하루 못 쳐도 기회는 끝이 아니다. 급하면 먼저 지친다. 긴 시즌 동안 내게 찾아올 기회와 그 타이밍을 경험을 통해 안 뒤에는, 늘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유 있게 임한다”고 밝혔다.
김현세 기자 kka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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