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남진, ‘둥지’ 작곡·작사가 김동찬과 신곡 ‘밥사는 사람’ 낸 사연

입력 2023-03-09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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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남진과 작곡·작사가 김동찬(왼쪽부터)이 백용기 회장의 삶을 ‘밥사는 사람’이라는 곡에 담아 “그의 진정성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가수 남진과 작곡·작사가 김동찬(왼쪽부터)이 백용기 회장의 삶을 ‘밥사는 사람’이라는 곡에 담아 “그의 진정성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40년간 누구에게나 ‘밥 사주는 회장님’…그 사람 향기를 노래했지요”

거붕그룹 백용기 회장 ‘나눔의 삶’
100만 그릇 밥 사는게 목표인데
70만끼 밖에 못 샀다며 아쉬워 해
받는 것 보다 주는 행복이 크다며
끊임없는 나누는 회장님,
노래 부를때마다 가슴이 울컥해요
‘밥 사는 남자’가 있다. 그저 사람이 좋아서, 그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서 만나는 사람마다 밥을 산다. 한두 끼도 아니고 40년 넘게 함께 밥을 먹고, 나누었다.

거붕그룹 백용기 회장 이야기다. 1999년부터 거붕백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백 회장은 경기도 화성시 화도중학교 등 비영리법인 3개와 영리법인 6개를 소유하고 있다.

백 회장은 자선 사업가가 아니다. 전남 순천의 부잣집 아들 출신이지만 그 말을 제일 싫어한다. 가진 게 많아서, 남들에게 돈 쓰는 것을 과시하려고 밥을 사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과거엔 “저 사람은 봉인가”라는 오해도 받았지만, “받는 기쁨보다 주는 행복이 더 커서” 한결같은 마음으로 나누고 산다.


●“밥 사는 즐거움, 사람의 가치가 가장 중요”

사실 백 회장의 ‘나눔’ 실천은 의료와 교육 사업이 기본이다. 가족, 친구라고 부르는 내 사람부터 나아가 더 많은 이들에게 조금 더 살기 좋은 환경과 기회를 마련해 주고 싶어서다. 그가 운영하고 있는 사업체 가운데 거붕백병원과 화도중학교에 가장 신경을 쓰고 공을 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백 회장은 1969년 미국 선교사이자 정형외과 의사인 미국인 시블리 박사가 세운 거제기독병원이 모태인 거붕백병원을 인수하면서 지역 의료 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는 거붕백병원에 3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통해 신규 병동 및 환자 부대시설 확장했다. 9월이면 500병상 시설을 갖추고 연간 외래환자도 40만 명이나 된다. 의료산업 활성화를 위해 거제 외에 전남 순천 등에 복합의료산업단지도 추진하고 있다. 또 2005년 학생 수 감소로 폐교 위기에 몰린 화도중학교를 인수해 남들이 부러워하는 특성화 교육을 하고 있다. 이처럼 백 회장의 ‘무한도전’에 가까운 사회적 실천은 사람을 중요시하는 그의 철학에서 나온다.

“하하! 어릴 때 아버지가 하신 말씀이 가장 컸죠. ‘아들아, 너는 밥을 얻어먹지 말고 밥을 사람이 사는 되라’고요. 사람들과 한 끼 같이 하면서 대화도 많이 하고 동정을 살피라고요. 이해관계를 따지지 않고, 겉모습을 보고 판단하지도 말라고 했어요. 서로 연을 맺고 밥을 먹는다는 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밥은 나눈다는 의미에요.”

백 회장이 생각하는 ‘의미’의 진가를 가장 먼저 알아봐 준 곳은 다름 아닌 대만이다. 역시 ‘밥 인연’ 덕분이다. 그는 국내에서 ‘대만통’으로 불리고, 대만에선 ‘국빈’에 버금가는 대접을 받는다. 1992년 대만과의 단교 당시 중국어 한 마디 못하면서도 대만 외교관들과 며칠씩 통음(痛飮)을 함께 하며 배신감과 울분을 달래주는 백 회장의 진심에 대만 사람들도 감탄했다. 지금까지 50여 차례에 걸쳐 사절단을 이끌고 대만을 방문했고 서울·타이베이클럽의 회장도 맡고 있다. 이런 공로로 중화민국 경제훈장, 중국문화대학 명예경영학 박사, 입법원 외교영예훈장 및 외교부 외교훈장, 입법원 외교최고영예훈장 등 민간 외국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상을 받았다.

“대만을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해요. 사람을 그 자체로 보거든요. 사회적인 지휘나 겉치레 등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않아요. 저도 ‘신의’를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대만사람들도 신의로 사람을 사귀면 끝까지 지킵니다.”

거붕그룹 백용기 회장이 ‘나눔’ 실천을 강조하며 “주는 기쁨이 더욱 크다”며 미소 지었다. 사진제공|거붕그룹

거붕그룹 백용기 회장이 ‘나눔’ 실천을 강조하며 “주는 기쁨이 더욱 크다”며 미소 지었다. 사진제공|거붕그룹



●의형제의 진한 우정…“‘신의’로 하나”

백 회장 곁에는 항상 사람이 넘쳐난다. 그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번호만 6000개가 넘었다. 그들 가운데 ‘트로트 황제’ 남진과 인기 작곡·작사가 김동찬은 의형제 사이다. 세 사람은 30년 가까이 인연을 이어오며 피를 나눈 형제보다 더 진한 사랑과 우정으로 뭉쳤다. 큰형이 남진, 둘째 형은 김동찬 작사가이다.

최근 가수 남진은 신곡 ‘밥사는 사람’을 발표하고, 어딜 가나 노래에 얽힌 사연을 풀어놓는데 여념이 없다. “죽을 때까지 100만 그릇의 밥을 사는 게 목표인데 70만끼 밖에 못샀다”는 백 회장의 진솔한 삶을 조금이라도 세상에 알리고 싶어서다. 곡은 남진의 ‘둥지’, 송대관의 ‘네박자’ 등 히트곡을 만든 김동찬이 작사와 작곡을 했다.

“백 회장이 우리보다 나이는 적어도 영향력을 많이 끼친 사람이에요. 솔직히 아무리 돈이 많아도 내 돈 아깝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형제들끼리도 작은 것 하나 때문에 싸우기도 하는데, 그는 끊임없이 나눠요. 백 회장 아들이 몇 년 전 결혼했는데, 우리 둘한테도 예단을 보내는 것도 부족해 시댁 어른이라며 폐백 인사까지 받으라고 하더군요. 아, 이 사람 ‘진짜’구나.”(김동찬)

김 작사가가 백 회장을 위한 곡을 만들겠다고 생각한 건 백 회장의 건강이 나빠져 “이때가 아니면 기회가 없다”고 판단해 단숨에 곡을 썼다. 남진도 “큰형인데 당연히 내가 불러야제”하고 나섰다. 그는 이 노래를 부르기 위해 프랑스 샹송을 100번 이상 들었다.

“지난해 12월 31일 백 회장 생일 모임에서 노래를 처음 공개했어요. 부르면 자꾸 눈물이 나요. 단순히 가사를 전달하는 가수였다면 그렇지 않았을 거예요. 그 사람의 삶을 그대로 옮겨 적은 가사를 떠올리니 울컥, 울컥해요.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노래를 불러봤는데 들을 때마다 느낌도 다르고, 제가 들어도 딴 사람이 부른 것 같아요.”(남진)

주위에서 백 회장에게 밥 한 끼라도 대접받은 사람들은 “이제 우리가 형님한테 진 빚을 갚을 테니 건강만 하라”고 응원하고 있다.

“아주 잘 살았나 봐요. 어느 날 마누라가 그러더군요. ‘당신은 굉장히 복을 많이 받은 사람’이라고.”(백 회장)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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