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막 소피와 세 아빠 대화 장면, 앙상블과 무대 대폭발
-신영숙, ‘The Winner Takes It All’ 절창에 심장이 툭
-김환희, 색농도 진한 MZ 스타일의 소피 캐릭터 신선
뮤지컬 ‘맘마미아!’를 보고 왔습니다. -신영숙, ‘The Winner Takes It All’ 절창에 심장이 툭
-김환희, 색농도 진한 MZ 스타일의 소피 캐릭터 신선
‘맘마미아’와 ‘맘마미아!’의 차이를 아시는지요. 네, 바로 느낌표(!)입니다. 이 느낌표까지 넣어줘야 비로소 이 멋진 작품의 공식 풀네임이 됩니다. 맘마미아!
(사실 이 부분은 ‘맘마미아!’ 초연 때부터 제작사측에서 기자들에게 꾸준히 요청해오고 있는 사항이기도 합니다. “느낌표를 꼭 넣어주세요!”)
이와 비슷한 사례로는 ‘모차르트!’가 있겠군요.
‘맘마미아!’의 국내 초연은 2004년이었습니다. 근 20년이 다 되어 가네요.
그 동안 ‘맘마미아!’를 여러 차례 관람했습니다. 봐도 봐도 카레와 물회처럼 물리지 않는 작품이었습니다. 하루에 두 번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은 각별했습니다.
처음 ‘맘마미아!’를 보았을 때와 비슷한 강도의, 그러나 조금은 다른 의미에서의 감동과 전율을 경험하고 돌아왔거든요.
한때는 “맘마미아는 아바의 음악이 전부”라고 생각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아니더라고요.
이날 든 생각은 “맘마미아는 아바의 음악이 아니더라도 대단히 뛰어난 걸작품”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우선, 이날 ‘맘마미아!’를 보면서 ‘맘마미아가 이렇게 박력 터지는 작품이었나’ 싶었습니다.
1막 막바지의 ‘Gimme! Gimme! Gimme!’에서 ‘The Name of the Game’과 ‘Voulez-Vous’로 이어지는 신은 그야말로 박력의 대폭발. 박진감에 객석의 몸이 출렁입니다.
소피와 세 아빠후보의 대화, 앙상블의 군무가 어우러지는 이 장면은 가히 압권으로, 경이로운 연출입니다. 하나의 막 전체를 이 하나의 신에 왕창 쏟아 붓고 나서는 압축파일로 잠가버린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맘마미아!’는 어떤 의미에서 ‘쉼표가 없는 작품’입니다. 대사와 넘버가 이쑤시개 하나 들어갈 틈 없이 정교하게 맞물려 돌아가지요. 배우들에게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작품입니다. 누구 하나 삐끗하는 순간, 급브레이크를 밟듯 극의 숨이 턱 막히게 되니까요.
최정원(도나), 전수경(타냐), 이경미(로지) 3인방의 ‘도나와 다이나모스’를 오래도록 보아 왔는데(황현정 타냐도 최고였습니다!), 이번 신영숙(도나), 홍지민(타냐), 박준면(로지)의 조합도 못지않게 막강했습니다. 음색이 전혀 다른 세 사람의 화음도 신선했고요.
신영숙 배우는 개그캐에도 일가견이 있는 배우인 만큼 최정원 배우와는 또 다른 도나의 얼굴을 보여줍니다. 2막의 ‘The Winner Takes It All’은 엄청난 절창으로,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아, 신영숙이었지’하는 순간을 경험하게 됩니다.
김환희 소피는 전형적인 소피의 ‘톤’을 가진 배우. 페기 소여(브로드웨이 42번가)를 했던 배우답게 역대 소피 중에서 최상위권의 댄스 실력을 보여줍니다.
초강력 에너지 뿜뿜이었던 김자경 소피, 성숙하면서 어딘지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냈던 박지연 소피와는 결이 다른 소피입니다. 밝고, 당차고, 사랑에 열정적인 것이 소피의 기본 컬러라면 김환희 배우의 소피는 여기에 각각의 색농도를 5%씩 끌어올린 느낌입니다. 그 덕에 이 배우의 소피에게선 그리스의 짙푸른 바다와 MZ세대의 내음이 묘하게 섞여 납니다.
신영숙, 홍지민, 박준면 트리오의 파트너 격인 김정민(샘), 이현우(해리), 송일국(빌) 트리오의 조합도 좋습니다. 그러고 보니 세 명 중 두 명이 가수로군요. 송일국 배우가 맡은 빌은 노래의 부담이 다른 두 명에 비해 적습니다.
김정민 배우의 샘 연기가 흥미로웠습니다. 이 분은 뭐랄까, 록커출신으로 상당히 ‘뻣뻣한 창법’을 구사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연기도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어떻게 보면 어색해 보일 수도 있는 그의 대사 연기가 뉴욕의 건축가이자 21년째 도나를 잊지 못하는 순정남 ‘샘’에게는 찰떡처럼 찰지게 어울리니 참 재미있지 않습니까.
“누가 진짜 소피의 아빠일까”는 ‘맘마미아!’ 초연 이래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온 오래된 질문입니다. 저도 한때는 이 질문의 답을 얻기 위해 애써 보았지만, 지금은 다 포기하고 ‘아무려면 어때’하는 경지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만약 누군가가 제게 “누가 진짜 소피의 아빠일까”가 아니라, “누가 소피의 아빠였으면 좋겠는가”라고 물어봐 준다면 나름 답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은행가이자 젊은 시절 ‘헤드 뱅어’로 불렸던 남자, ‘해리’가 소피의 아빠였으면 싶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신지 궁금하네요.
‘맘마미아!’보다 더 큰 재미와 감동을 주는 뮤지컬이 없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맘마미아!’만큼 보는 이의 마음을 행복하게 만드는 뮤지컬은 보지 못했습니다.
‘맘마미아를 관람하겠다’는 것은 곧 ‘나는 행복해지겠다’라는 말의 동의어라고 생각합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 | 신시컴퍼니
※ 일일공프로젝트는 ‘일주일에 한 편은 공연을 보자’는 대국민 프로젝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