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문’ 경이로운 우주와 더 놀라운 도경수의 열연 [리뷰]

입력 2023-07-27 08: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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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천만 신화를 쓴 ‘신과함께’ 시리즈로 상상 속의 지옥의 세계를 스크린에 그려내 한국 판티지 영화의 신세계를 열었던 김용화 감독이 또 해냈다. 이번에는 달을 무대로 한 SF ‘더 문’으로 경이롭고 환상적인 우주를 스크린에 오롯이 담아냈다.

2일 개봉하는 영화는 사고로 혼자 달에 고립된 우주 대원 선우(도경수)와 필사적으로 그를 구하려는 전 우주센터장 재국(설경구)의 사투를 그린다. 설경구는 지구에서, 도경수는 달에서 각각 ‘생존’이라는 단 하나의 목표를 향해 함께 싸우는 필사의 과정을 꼼꼼히 담아낸다.



●황홀한 비주얼…체험형 영화가 줄 수 있는 최고의 쾌감

우주와 달을 무대로 한 영화는 진일보한 국내 VFX를 기반으로 ‘그래비티’, ‘마션’, ‘애드 아스트라’ 등 천문학적인 제작비를 쏟아 부운 할리우드의 유명 SF영화와 견주어도 전혀 손색없는 볼거리를 제공한다. 끝을 가늠할 수 없을 만큼 아득한 우주를 관객의 눈앞에 오롯이 펼쳐내 마치 관객이 우주 한복판에 있는 것 같은 체험까지 하게 한다.

“누리호 발사에 성공한 한국의 기술력 아래 현실적으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는 김용화 감독는 한국항공우주원, 한국천문연구원을 비롯한 우주 전문가와 과학자의 철저한 자문을 통해 영화를 완성했다. 덕분에 영화는 SF의 표피를 썼음에도 리얼리티는 기대 이상이다. 우주 대원들의 선발과정부터 우주에서 겪는 우주선 수리 과정, 달 표면에 태극기를 꽂은 우주 대원의 모습, 달에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진 얼음 샘플을 채취 과정 등이 장면들이 대표적이다.



●박진감 넘치는 우주 액션

고요의 바다라는 별명을 가졌을 정도로 정적인 달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하지만 달 위에서 펼쳐지는 일부 액션 장면이 주는 박진감은 엄청나다. 선우(도경수)가 죽을힘을 다해 월면차를 운전해 쏟아지는 유성우를 피하는 장면은 그 어떤 카체이싱 장면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을 만큼 짜릿한 스릴을 선사한다. 유성우를 피하다가 거대한 크레이터(충돌구)에 빠져 드론을 이용해 가까스로 탈출하는 장면의 쾌감도 대단하다.

뛰어난 비주얼과 액션 시퀀스들이 가득한 우주에서의 시퀀스들과 달리 지구를 무대로 한 장면들은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특히 선우의 구출 작전을 진두지휘하는 재국(설경구) 외에 수많은 인물들이 얽혀 있는 우주정거장에는 불필요한 캐릭터들이 다소 포진돼 있어 영화의 몰입을 방해한다. 또한 일부 장면은 김 감독의 전작 ‘신과함께’에 이어 감정 과잉 혹은 신파라는 이유로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릴 것으로 보인다.



●도경수가 다 했다

영화에서 가장 돋보이는 배우는 단연 우주대원 황선우 역의 도경수다. 황선우는 물리학을 전공한 UDT 출신의 우주대원으로 과거 재국과 함께 달 탐사선을 개발하던 연구원인 아버지를 못 이룬 꿈을 위해 달로 향했다가 홀로 고립되게 되는 인물이다.

극 초반 어리숙한 막내의 모습부터 예기치 못한 사고로 우주에 혼자 남은 뒤에서 희망을 잃지 않고 생존을 위해 처절하게 사투하다 좌절하기를 반복하는 복잡한 인물의 내면 등 다양한 감정 등을 섬세하게 그린다. 러닝타임의 대부분을 두꺼운 우주비행복과 시야를 제한하는 헬맷을 착용한 채로 연기하지만 깊이 있는 눈빛 연기와 섬세한 표정 연기로 모든 것을 설득해 낸다.

이승미 기자 smle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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