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의 스피드 스케이킹 종목이 열리는 강릉 오벌의 내부. 강릉 |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쨍한 겨울 바다풍광과 고즈넉한 고택
정동심곡바다부채길. 예전 군 해안정찰로를 일반에 개방해 지역명소가 됐다.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로 2300만 년 전에 지각변동으로 인해 생겨난 절경이다. 정동진과 심곡항까지 바다 절벽을 따라 조성한 2.87km의 탐방로를 걸으며 대자연의 파노라마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강릉 |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만약 강릉을 찾는 이에게 동해 바다의 특별한 매력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면 먼저 추천해줄 곳이 정동심곡바다부채길이다. 국내 유일의 해안단구로 천연기념물 437호이다. 2300만 년 전에 지각변동으로 인해 생겨난 절경이다. 정동진과 심곡항까지 바다 절벽을 따라 조성한 2.87km의 탐방로를 걸으며 기암절벽과 바다가 어우러진 대자연의 파노라마를 한 눈에 담을 수 있다. 이곳의 탄생과 특징을 설명하는 어려운 지질학 전문용어를 몰라도 그냥 시야 가득 들어오는 풍광 자체가 압도적이다. 전에는 군 해안 경계근무 정찰로여서 일반에 개방하지 않았지만 이제는 강릉의 대표 명소가 되었다.
사계절 언제 찾아도 멋진 경치를 보여주지만, 겨울에는 햇살과 짙은 코발트빛 바다가 어우러진 특유의 쨍한 정취가 느껴져 걷는 재미를 더해준다. 탐방로는 심곡항에서 정동진 썬크루즈호텔 주차장까지 이어지는데 대략 편도 70분이다. 다만 해안 바닷바람이 생각보다 매섭기 때문에 방한준비를 해야 한다. 또한 심곡항서 출발해 정동진으로 갈 경우에는 마지막 썬크루즈 호텔 주차장까지 제법 길고 가파른 계단길을 오르는 각오도 해야 한다.
강릉의 대표적인 고택 선교장의 활래정. 300여 년간 원형이 보존된 사대부 전통 가옥으로 국가민속문화재 5호이다. 한옥이 가진 단아하고 기품있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강릉 |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선교장은 강릉의 대표적인 고택이다. 300여 년간 원형이 보존된 사대부 전통 가옥으로 국가민속문화재 5호이다. 한옥이 가진 단아하고 기품있는 모습을 감상할 수 있다. 오붓한 넓이의 연못가에 자리한 활래정, 화려한 양식미의 열화당 등의 건물은 조선시대 건축 장인들의 손맵시가 느껴진다. 광해군이 하사한 말안장, 추사 김정희가 쓴 현판 등 유물 200여 점을 전시하는 생활유물전시관도 있다. 집 뒷편으로 완만한 경사의 동산과 검은 대(오죽)이 있는 숲도 있어 함께 돌아보면 좋다.
경포호 인근 허균과 그의 누이인 천재 시인 허난설헌을 기리는 기념공원에 있는 생가터. 선교장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고택이다. 무엇보다 다른 곳에서 보기 드문 정교한 장지문 창살 문양이 눈길을 확 끈다. 공원에는 남매의 작품과 자료를 전시한 기념관과 야외 동상, 허씨5문장 비석 등이 있다. 강릉 |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경포호 근처에는 이곳서 태어난 허균과 그의 누이인 천재 시인 허난설헌을 기리는 기념공원이 있다. 남매의 작품과 자료를 전시한 기념관과 야외 동상, 허씨5문장 비석 등이 있다. 잘 관리된 공원 내 생가터는 선교장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고택이다. 무엇보다 다른 곳에서 보기 드문 정교한 장지문 창살 문양이 눈길을 확 끈다.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에 맞춰 경포해변에 조성한 야외 갤러리. ‘지구를 지키는 공생의 강원’이란 이름으로 생물다양성, 기후변화 및 위기, 환경 문제를 다룬 국내외 작가의 야외 설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강릉 |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각기 다른 멋을 지닌 해변을 걷는 재미도 강릉여행의 매력이다. 경포호와 마주한 경포해변에는 ‘2024 강원동계청소년올림픽’을 맞아 백사장을 각종 설치미술 작품으로 장식한 야외 갤러리가 만들어졌다. ‘지구를 지키는 공생의 강원’이란 이름으로 생물다양성, 기후변화 및 위기, 환경 문제를 다룬 국내외 작가의 야외 설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동계청소년올림픽 기간인 2월1일까지 전시한다. 강릉 1박 시 거의 ‘국룰’이라 할 일출구경에서 발그레한 동해 여명과 어우러지는 모습도 일품이다.
경포해변과 안목해변 사이에 있는 강문해변의 명물 솟대다리. 일출 명소가 즐비한 강릉에서 드물게 멋진 일몰을 볼 수 있는 곳이다. 해질녁이면 다리 아래로 흐르는 경포호 물길과 마을, 멀리 보이는 백두대간 산자락이 어우러져 그림같은 정경을 선사한다. 강릉 |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경포해변과 ‘커피성지’ 안목해변 사이에 위치한 강문해변은 상대적으로 떠들썩함이 덜한 차분한 분위기가 인상적이다. 이곳의 명물은 경포해변과 강문해변을 잇는 솟대다리다. 일출 명소가 즐비한 강릉에서 드물게 멋진 일몰을 볼 수 있다. 해질녁이면 다리 아래로 흐르는 경포호 물길과 마을, 멀리 보이는 백두대간 산자락이 어우러져 그림같은 정경을 선사한다.
●걷는 맛 제대로, 월정사 전나무숲길
동계청소년올림픽의 개·폐막식이 열리고 봅슬레이, 스켈레톤, 루지, 스키점프 등의 종목을 진행하는 평창여행에선 겨울 오대산을 빼놓을 수 없다. 해발 1563m의 비로봉을 주봉으로 호령봉, 상왕봉, 두로봉, 동대산의 다섯 개 봉우리와 월정사, 상원사를 비롯한 수많은 사찰을 품고 있어 트레킹부터 사찰문화까지 다양한 투어를 즐길 수 있다.
지붕마루에 쌓인 눈이 고즈넉한 겨울정취를 자아내는 오대산 월정사. 평창 |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그중 동대 만월산 앞에 자리한 월정사는 상원사와 함께 문수보살 성산인 오대산 일원을 대표하는 도량이다. 신라 선덕여왕 12년(643)에 자장율사가 창건한 천년 고찰로 국보인 월정사 팔각구층석탑이 유명하다. 아쉽게도 현재는 탑을 보존하기 위한 보수공사로 인해 볼 수가 없다. 애써 이곳을 찾은 여행객의 이런 아쉬움을 달랠 수 있는 곳이 절 입구 ‘천년의 숲길’로 불리는 전나무숲길이다. 일주문을 지나 사찰 입구 금강교까지 약 1km의 걸이로 걷다 보면 좌우로 아름드리 큰 전나무 숲이 아늑하게 펼쳐진다. 겨울에 눈이 내리면 숲길 풍경이 장관을 이룬다. 숲길 전나무의 평균 나이가 약 83년이며 최고령 나무는 370년이 넘는다.
하얗게 내린 눈이 멋진 정취를 자아내는 월정사 전나무 숲길. 일명 ‘천년의 숲길’로 불리는 산책로로 월정사 일주문을 지나 사찰 입구 금강교까지 약 1km의 걸이로 걷다 보면 좌우로 아름드리 큰 전나무 숲이 아늑하게 펼쳐진다. 평창 |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전나무숲길에서 조금 더 겨울 오대산의 매력을 느끼고 싶다면 선재길을 거닐면 된다. 전나무 숲길에서 시작해 동피골을 거쳐 상원사까지 약 10km 구간으로 오대천을 좌우로 오가며 여유로운 겨울산책을 만끽할 수 있다. 구간 대부분이 평지이긴 하지만, 비포장 산길이다 보니 아이젠과 스틱 등 겨울산행 준비는 단단히 해야 한다.
평창송어축제의 얼음낚시.1월28일까지 평창군 진부면 오대천 일원에서 진행한다. 얼음 송어낚시, 손어 맨손잡이 등의 이벤트가 유명하다. 스노우 래프팅, 얼음카트, 얼음자전거 등 다양한 눈과 얼음 레포츠 프로그램도 있다. 평창 |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평창에서는 이 무렵 겨울 축제도 열린다. 평창송어축제다. 지난해 12월29일 시작해 1월28일까지 한 달 여간 진행한다. 평창군 진부면 오대천 일원에서 진행한다. 평창은 우리나라 최대의 송어 양식지이며 전국에서 송어횟집이 가장 많은 곳이다. 얼음 송어낚시, 손어 맨손잡이 등의 이벤트가 유명하다. 스노우 래프팅, 얼음카트, 얼음자전거 등 다양한 눈과 얼음 레포츠 프로그램도 있어 송어잡이가 내키지 않을 경우 대안으로 즐기기 좋다.
뮤지엄 딥다이브는 최근 붐이 일고 있는 체험형 미술관이다. 다양한 미디어 아트 기술과 착시현상을 활용해 작품을 전시하는데, 아르떼 미술관 강릉과 비슷한 느낌이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람객에게 비중을 둔 전시가 특징이다. 평창 |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용평 리조트 내에 있는 뮤지엄 딥다이브는 최근 붐이 일고 있는 체험형 미술관이다. 다양한 미디어 아트 기술과 착시현상을 활용해 작품을 전시하는데, 아르떼 미술관 강릉과 비슷한 느낌이다.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 관람객에게 비중을 둔 전시가 특징이다.
●소박한 풍미, 감자옹심이와 ‘짬순’
곱게 간 감자와 녹말가루를 반죽해 팥죽 새알처럼 만들어 삶아 먹는 감자옹심이. 들깨와 김 등을 양념으로 곁들여 먹는데 구수한 풍미가 일품이다. 강릉 | 김재범 기자 oldfield@donbga.com
여행길에서 다양한 지역 음식을 맛보는 ‘먹부림’은 선택이 아닌 필수 체험 항목이다. 강원도의 향토 음식은 타 지역에 비해 화려하진 않지만, 특산물을 활용한 소박한 정취가 넘쳐난다. 감자 옹심이는 강원도의 대표적인 지역 요리다. 곱게 간 감자에 녹말가루를 섞어 반죽하여 팥죽의 새알처럼 만들어 끓여먹는다. 참깨나 김 등 양념을 올려 먹는데, 슴슴하면서 구수한 풍미가 특징이다. 간 감자로 부친 전을 곁들이면 좋다. 강릉시가 선정한 지역 전통 음식이다.
두부요리 격전지 강릉 초당마을서 인기인 짬뽕 순두부. 짬뽕 육수에 면이나 밥 대신 순두부를 넣었는데 얼큰한 국물과 순두부의 부드러운 풍미가 어우러진 것이 특징이다. 강릉 | 김재범 기자 oldfield@donbga.com
강릉은 또한 대한민국 제1의 두부 격전지다. 경포대 옆의 작은 마을 초당이 두부 요리의 성지 취급을 받는데, 그만큼 여러 두부집들이 원조를 내세우며 경쟁을 하고 있다. 얼마전부터 인기 있는 테마가 짬뽕순두부, 일명 ‘짬순’이다. 이름 그대로 짬뽕의 얼큰한 해물 국물에 면이나 밥 대신 순두부가 들어가 있다. 매운 맛을 선호하는 최근 젊은층의 기호에 맞다 보니, 유명한 집들은 평일 저녁에도 웨이팅이 생길 정도로 인기가 높다.
강릉·평창 | 김재범 스포츠동아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