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첫 걸음’ 롯데 전미르 “신인왕 생각은 안 합니다”

롯데 전미르. 스포츠동아DB

“더 자신감 있게 선배님들의 미트를 보고 던지겠습니다.”

롯데 자이언츠 신인 우완투수 전미르(19)는 2일 대전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원정경기에서 1이닝 무실점으로 팀의 1-0 승리를 도왔다. 팀의 2번째 투수로 7회말 등판한 그는 타선이 8회초 결승점을 뽑아준 덕분에 데뷔 첫 승을 신고할 수 있었다.

전미르는 2024년 신인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특급 유망주다. 본리초~협성경복중~경북고를 졸업한 그는 고교시절 이미 시속 150㎞의 공을 던지며 프로 스카우트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투수는 물론 타자로도 일발 장타력을 갖춘 덕분에 한때 투타 겸업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김태형 롯데 감독은 스프링캠프부터 전미르를 줄곧 투수로만 기용하겠다는 뜻을 누차 밝혀왔다. 이제 막 프로무대에 입성한 신인에게 굳이 큰 과제와 부담을 주지 않겠다는 의도에서였다. 상대적으로 더 뛰어난 투수 재능을 활용하겠다는 구상도 물론 담겨있었다.

김 감독의 예상은 적중했다. 전미르는 개막 엔트리부터 한 자리를 차지하더니 3일까지 5경기에서 1승무패, 평균자책점(ERA) 0.00(4.2이닝 무실점)을 기록 중이다. 그의 초반 투구를 지켜보던 김 감독은 “감독이 본인을 어떻게 써야하는지 판단이 서게 해줬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더니 접전 상황에서도 쓰기 시작했다. 사령탑의 기대에 부응한 전미르는 순식간에 롯데 불펜의 기대주로 등장했다.

2일 대전 한화전은 올 시즌 5경기 중에서도 전미르의 잠재력을 가장 크게 드러낸 경기였다. 전미르는 7회말 선두타자 최재훈을 유격수 실책으로 출루시켰다. 이후 후속타자의 희생번트와 볼넷으로 1사 1·2루 위기에 놀렸다. 이 위기에서 전미르가 상대한 타자는 뜨거운 타격감을 자랑하는 요나단 페라자였다. 그러나 전미르는 볼카운트 2B-2S서 자신의 주무기인 커브를 바깥쪽으로 구사해 페라자를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채은성까지 투수 땅볼로 잡았다. 한화의 중심타선을 상대로 무실점 호투를 펼친 것이다.

자신의 능력으로 데뷔 첫 승을 만든 그는 경기를 마친 뒤 “오늘(2일)을 계기로 더 자신감 있게 포수 선배님들의 미트를 보고 공을 던지겠다”는 당찬 각오를 밝혔다. 7회말 등판 상황에 대해 설명하면서는 “맞아도 씩씩하게 맞자는 생각을 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배짱까지 보였다.

돋보이는 첫 걸음을 내디뎠지만, 서두르지는 않겠다는 뜻도 밝혔다. 전미르는 “신인왕에 대한 생각은 안하려고 한다. 생각하면 쫓기기 때문에 팀 승리를 가장 먼저 생각하고 싶다”며 ‘팀 퍼스트’를 새삼 강조했다.

대전 | 장은상 기자 awar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