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민미술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실감형 디지털 전통정원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이 전시는 13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사진제공 | 국가유산청
전통조경 디지털 정밀실측 활용 제작
“생생한 전통정원 향유하도록 노력”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서
국가유산청(청장 최응천)이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로 일민미술관에서 실감형 디지털 전통정원인 ‘미음완보(微吟緩步), 전통정원을 거닐다’ 전시를 선보인다. 이 전시는 매일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생생한 전통정원 향유하도록 노력”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서
미음완보는 조선시대 학자 정극인(1401~1481)의 ‘상춘곡(賞春曲)’ 속 글귀로 ‘나직이 읊조리며 천천히 걷다’는 뜻이다. 단순히 정원을 감상하는 것을 넘어 자연과 교감하고 내면을 바라보는 심미적 과정을 담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전통조경 실감형 콘텐츠는 국가유산청이 2021년부터 축적해 온 전통조경 디지털 정밀실측 데이터를 활용해 제작했다. 그간 그래픽, 학술연구 등 일부 전문가들에게만 한정적으로 활용되던 정밀실측 데이터를 전시에 활용해, 누구나 한국 전통조경을 쉽게 이해하고 생생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전시는 총 3부로 구성했다. 1부 ‘풍월주인(風月主人), 자연에서 찾은 풍류’에서는 빼어난 경승을 찾아 유람하는 풍류문화를 주제로, 자연 속에서 정원으로 향하는 여정을 실감 디지털로 구현했다. 명승 ‘지리산 쌍계사와 불일폭포 일원’에서 착안한 양방향(인터랙티브) 콘텐츠로, 머리 위로 나눠지는 물길과 서 있는 바닥 주변으로 헤엄치는 물고기들을 체험하며 도심에서 자연을 만나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폭포의 물길을 따라 누각 구조물에 이르면 보와 기둥, 난간이 이루는 시각틀을 통한 차경기법(주변의 경치를 감상하는 경관연출 기법)으로 자연경관을 생생하게 감상할 수 있다.
선비의 이상향 별서정원
왕의 안식처 궁궐정원
2부는 ‘세외도원(世外桃原). 속세를 벗어난 별천지’에서는 별서정원을 조성함으로써 속세를 벗어나 산수가 수려한 곳에 사상이나 철학적 의미를 담아 이상향을 구현하는 방식을 살펴볼 수 있다. 전통정원의 대표적 공간구성 요소인 방지원도(方池圓島·네모난 연못 안에 둥근 섬을 둔 정원양식)와 석가산((石假山·돌을 쌓아 산악 풍경을 모사한 조형물)을 재해석해, 사물에 영상을 투사한 미디어매핑 콘텐츠로 구현했다.
대형 4면 영상에 구현된 네 곳의 별서정원 ‘보길도 윤선도 원림’, ‘담양 소쇄원’, ‘담양 명옥헌 원림’, ‘화순 임대정 원림’을 직접 거닐어보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별서정원 미디어아트는 10월 영국 사치갤러리에서 먼저 공개되었는데, 한국 전통정원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실존하는 정원을 실측한 정밀데이터를 활용했다는 점에서 큰 호평을 받았다.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개최된 실감형 디지털 전통정원 전시 ‘미음완보(微吟緩步), 전통정원을 거닐다’ 개막식에서 관계자들이 기념 테이프를 자르고 있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제1회 대한민국전통조경대전’의 수상작을 함께 전시하고, 그간 국가유산청에서 발간한 전통조경 관련 도서들을 열람할 수 있도록 꾸몄다. 전시 홍보 영상은 종로구와 협력해 일민미술관 전광판과 주변 옥외전광판에서도 상영된다.
이경훈 국가유산청 차장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일민미술관에서 개최된 실감형 디지털 전통정원 전시 ‘미음완보(微吟緩步), 전통정원을 거닐다’ 개막식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