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피플] 박효남 셰프 “임원·교수 명함 많지만, 주방이 가장 행복”

입력 2017-01-16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스스로“인생에서 가장 즐거운 놀이터”라고 말하는 주방에서 화려한 불꽃의 플랑베(flambee) 를 보여주는 박효남 셰프. 한국 프렌치 요리의 발전을 이끌어 온 ‘대한민국 조리명장’이지만 그는 여전히 “앞으로도 40년은 더 현역 셰프로 일할 것”이라고 요리에 대한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40년간 프렌치 요리의 길 걸어온 세종호텔 전무 박 효 남 셰프

그의 이름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화려한 수식어가 함께 따라온다. ‘한국 프렌치 요리 1세대’, ‘국가대표 셰프’, ‘호텔 셰프의 신화’, ‘긍정의 화신’. 1978년 그랜드 하얏트 서울로 시작해 현재 세종호텔에 이르기까지 40년간 프렌치 요리에 전념해온 장인의 이력, 힐튼 시절 글로벌 체인의 최연소 임원(38세)에 오른 신화, 그리고 중졸 학력에 어린시절 사고로 오른손 검지 한 마디가 없는 어려움을 이겨낸 긍정적인 사고에 이르기까지. 박효남 세종호텔 전무가 걸어온 길은 꽤 드라마틱하다. ‘레드오션’이라 불리는 치열한 호텔업계의 경쟁 속에서 핵심 분야인 F&B(식음료)를 담당하는 임원이지만, 그는 여전히 수트 차림의 집무실 보다는 하얀 조리복을 입고 주방에 있는 것이 더 편하고 즐거운‘현역 셰프’다.


후배 양성 프로젝트 위해 세종호텔로 이직
셰프는 음식으로 소통하는 종합엔터테이너…
요리사 꿈꾼다면, 포기말고 주방을 즐기세요



- 셰프로서, 호텔 임원으로, 또한 대학서 후배를 양성하는 교수로서 무척 바쁠 것 같다.

“아무래도 주방에만 있을 때보다 영역이 굉장히 넓고 다양하고, 일정도 복잡하다. 통상 오전에는 호텔에 있고, 낮에 학교에 갔다가 저녁에는 다시 호텔로 복귀해 업무를 하거나 필요에 따라 외부 출장(케이터링)도 나간다. 주말에도 업무 특성상 고객이 많이 오시기 때문에 일정이 많다.”


- 2년 전에 글로벌 체인 호텔에서 토종 브랜드인 세종호텔로 옮겨왔다.

“하얏트에서 5년, 힐튼에서 32년 등 총 37년을 외국계 호텔서 근무하면서 나름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마음에 품고 있던 10년 프로젝트를 위해 이직을 생각했다. 세종의 브랜드가치도 마음에 들었고 계열에 세종사이버대학교가 있는 것도 끌렸다. 지금까지 일하면서 대학까지 공부했기 때문에 비슷한 길을 걷는 친구들에게 경험을 나눠주고 싶었다.”


- 세종의 브랜드 가치를 살린 마케팅 전략이라면.

“호텔마다 고객의 특성이 다르다. 계속 오던 분들이 익숙해 하고 선호하는 것이 있다. 무조건 내 방식만 고집하면 안 된다. 고객과의 조율이 필요하다. 세종의 경우 전통 깊은 토종 브랜드로 오랜 세월 이곳을 찾은 어르신들이 많다. 특히 이곳 은하수 뷔페의 한식에 대한 믿음이 강하다. 그런 역사를 살려 한식 메뉴를 통해 어르신들의 향수를 채워주고 싶다.”


- 주방을 지휘하는 셰프와 임원의 입장은 다를 것 같은데.

“레스토랑 외에 연회장, 케이터링 등의 F&B 전 업장을 회사의 경영을 고려하면서 감독해야 한다. 현장 셰프 시절부터 주방에서도 경영을 생각하고 고객관리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나를 보고 찾아오는 고객에 먼저 인사하고, 나중에는 그분이 차를 탈 때까지 인사하고 배려하는 것. 요리사는 종합 엔터테이너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것을 지금도 반영하고 있다.”


- 종합 엔터테이너란 말이 인상적이다.

“셰프는 음식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고객이 업장에 들어와서 문을 나서기까지 모든 과정을 책임져야 한다. 그런 관심을 통해 단골이 되고 서로 신뢰가 생긴다. 인연이 깊은 20년, 30년 된 고객이 많은데, 그런 분들은 병원에 문병도 가고, 집으로 초대받기도 한다. 손님과의 관계를 비즈니스로만 보면 안 된다. 셰프와 고객은 정으로 연결해 음식으로 소통하는 것이다.”

세종호텔 전무 박 효 남 셰프.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 요즘 쿡방이 인기고 셰프가 유명인으로 주목을 받는다. 어떻게 생각하는지.

“박세리 선수가 미국에서 활약하는 것을 보고 자란 ‘박세리 키즈’가 요즘 활약한다. 가르치는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를 보면 TV 다큐멘터리나 기사를 통해 내 이야기를 접하고 요리사를 꿈꾸었다는 내용이 있다. 요리에 대한 높은 관심 덕분에 학과나 학교도 많이 생겼다. 우리야 배고프니까 돈벌러 주방에 들어갔지만, 지금은 돈과 삶을 즐기기 위해 요리사를 꿈꾼다. 주방이 놀이터고, 나도 그 점을 강조한다.”


- 후배 양성에 대해 관심과 열정이 높다.

“대부분 외식업이나 주방에서 일하는 친구들이 시간을 쪼개 공부하는 것이라 음식과 셰프에 대한 열망이 높다. 꿈을 갖는 것은 좋은 것인데, 다만 학교나 현장에서 꿈과 현실의 차이를 마주할 때 극복하지 못하고 포기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 고생한다고 여기지 말고 주방에서 즐긴다는 마음으로 인내를 가져야 한다.”


- 셰프로서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 강의할 때 늘 하는 말이 있다. ‘나는 아직 젊다. 앞으로도 40년을 더 요리할 것이기 때문에 너희들과 나중에 주방에 함께 있을 것이다’라고. 지나온 40년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40년이 중요하다. 지역봉사도 지금보다 더 많이 하고 싶다. 올해나 내년 쯤 푸드 트럭을 마련해, 양로원, 고아원, 재활원을 찾아가 요리해주는 사회적 기여를 하고 싶다.”


● 박효남 세종호텔 전무

▲1961년 강원도 춘천 출생. 초당대학교 조리과학과 학사, 동대학 석사. ▲ 1978∼83 그랜드 하얏트 서울, 1983∼2015 밀레니엄 서울 힐튼 총주방장(상무) ▲2015∼현재 세종대학 전무이사, 세종사이버대학교 호텔관광경영학부 부교수 ▲1999년 제2건국추진위 ‘신지식인’ 선정. 2006년 프랑스 농업공로 훈장 메리뜨 아그리꼴(MERITE AGRICOLE) 수상. 2014년 ‘대한민국 요리명장’ 선정 ▲KCC 한국총주방장회 회장, 2009 프랑스 Bocuse d’Or 심사위원, 독일 루프트한자 스타 셰프, 대한 올림픽 문화위원 서울 세계음식박람회 국제요리대회 심사위원 역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