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재계 먹구름

입력 2017-01-1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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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검, 430억원대 뇌물 혐의로 청구

삼성 ‘총수 부재’ 땐 경영 전반 올스톱 위기
美 전장기업 하만 인수작업은 이미 엇박자
SK·롯데그룹 곧 수사…불안감 더 커질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 위기에 처했다. 특검팀의 칼날이 갈수록 매서워지면서 재계 전반에 먹구름이 드리웠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6일 뇌물공여와 횡령, 위증 등의 혐의로 이 부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수사가 시작된 뒤 대기업 총수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속 여부는 18일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결정된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찬성표를 받는 대가로 최씨 등에 특혜 지원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검팀이 산정한 금전 지원 액수는 430억원대에 달한다. 삼성그룹은 이에 대해 “대가를 바라고 지원한 일은 결코 없다”며 “합병이나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부정 청탁이 있었다는 특검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법원에서 잘 판단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덧붙였다.

‘총수부재’라는 최악의 사태를 맞을 경우 삼성은 경영전반이 올스톱될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직간접적 영향을 받아왔다. 사장단 및 임원 정기인사는 물론 대내외 행사 등이 줄줄이 미뤄졌다. 또 삼성전자 지주사 전환 논의도 중단됐다. 지난해부터 본격화한 공격적 인수합병(M&A) 행보에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당장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인수합병 사상 최대 규모인 미국 전장기업 하만 인수 작업이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전반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당장 업계에선 특검팀이 다음 타깃으로 SK그룹과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를 곧 시작할 것이란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SK그룹은 미르·K스포츠재단에 111억원을 출연했다. 롯데의 경우 미르·K스포츠재단에 45억원을 출연했으며, 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지원했다가 돌려받은 바 있다. 특검팀은 최태원 회장의 광복절 특별사면, 롯데의 면세점 특허권 재승인과 관련한 대가성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수사가 확대될 경우 SK와 롯데도 연초 계획했던 공격적인 경영에 적지 않은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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