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롯데, 난감하네

입력 2017-09-20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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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롯데마트 매장(왼쪽)과 롯데백화점 서울 영등포점 외부 전경. 어려운 상황에서도 중국시장 고수를 밝혀온 롯데는 최근 롯데마트 중국매장 매각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유통분야의 대표적인 알짜 매장인 롯데백화점 서울 영등포점과 롯데마트 서울역점도 올해 말 민자역사 점용허가 기간 만료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사진제공|롯데마트·롯데백화점

창립 50주년 뜻 깊은 해, 안팎으로 난제
뚝심으로 버텨온 중국 시장…마트 매각

면세점, 인천공항과 임대료 두고 신경전
알짜 매장, 민자역사 국가귀속에 놓칠 위기


내우외환(內憂外患). ‘내부에서 일어나는 근심과 외부로부터 받는 근심’이라는 뜻이다. 요즘 롯데그룹이 놓인 상황을 가장 적절히 표현해주는 사자성어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 배치 보복으로 오랫동안 공들여 온 중국시장에서 물러나게 됐고, 국내에서는 알짜배기 점포 두 곳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사드 갈등 장기화 국면에 결국 중국시장서 철수

그동안 롯데마트는 업계의 숱한 소문과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텼다. 3월 3600억원의 운영자금을 긴급수혈한 데 이어 최근 홍콩 롯데쇼핑 홀딩스가 중국 금융기관에서 직접 3억 달러(약 3400억원)를 추가 조달하는 등 한중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갖고 물러나지 않았다. 하지만 북한의 잇따른 미사일·핵실험 도발로 인해 사드 4기 추가 배치 등 해결 기미는 커녕 오히려 장기화될 조짐이 보이자 결국 매각으로 결단을 내렸다. 주관사로 골드만삭스를 선정하고 중국 매장 처분에 들어갔다. 이미 글로벌 기업과 협상이 시작돼 인수가격 등 구체적인 이야기도 오가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중국 사드 보복의 불똥은 그룹의 효자 노릇을 하던 면세점에도 영향을 미쳤다. 현재 롯데 면세점은 인천공항공사와 임대료 조정 문제를 둘러싼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롯데면세점은 중국 관광객 감소로 매출이 급감하자 인천공항공사에 임대료를 낮춰달라는 변경안을 요구했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면세점을 철수하겠다는 초강수를 뒀다.

롯데는 2015년 9월부터 2020년까지 8월까지 업황에 관계없이 약 4조1000억원의 임대료를 납부하기로 되어 있다. 그러나 매출 악화로 올해만 2000억원 이상, 계약기간 5년 동안 누적 적자가 최소 1조4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적자를 감수하며 영업하느니 차라리 3000억원 정도인 철수 위약금을 내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인천공항공사 측이 협의에 응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합의점 찾기에 나선 모습이다.


●민자역사 진출 알짜 점포도 올해 말로 폐점 위기

그런가 하면 국내에서는 정부의 민자역사 국가귀속 방침으로 알짜배기 점포 2개를 상실할 위기를 맞았다. 국토교통부는 올해 말 점용허가 기간이 만료되는 서울역, 영등포역, 동인천역 등 민자역사 3곳에 대해 국가귀속 원칙을 재천명했다. 다만 해당 역사에서 영업 중인 상인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1∼2년 임시사용허가 방침을 밝혔다.

이는 롯데백화점 영등포점과 롯데마트 서울역점이 사실상 문을 닫는 것이나 다름없어 롯데로서는 당혹스러운 입장이다. 임시 사용기간 이후 운영방안이나 사업자 선정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만큼 결국 임시 사용기간이 폐점을 위한 수순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관계자의 설명이다.

두 곳 모두 롯데로서는 놓치기 어려운 알짜 매장이다. 1991년부터 운영 중인 롯데백화점 영등포점은 서울 서남부 상권의 핵심 점포다. 또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외국인 관광객 매출 비중이 높은 점포로 알려져 있다. 롯데 측은 “당장 혼란은 피하게 됐지만 1∼2년 뒤가 되더라도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대외 여건도 좋지 않은데 국내 정책도 롯데에게 계속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올해가 창립 5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해인데, 잇따른 악재가 계속되면서 유난히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정정욱 기자 jja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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