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이윤아아나“청개구리전법으로700대1뚫었죠”

입력 2008-04-10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튀는차림으로면접통과“나만의색깔로뉴스진행”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 방송부를 꾸렸어요.” 전남 목포 하당 초등학교 2회 졸업생인 이윤아는 새 학교, 새 교실, 새 방송실에 방송부가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선생님들조차 경험이 없어 엄두도 못내는 일을 5학년 꼬마는 시작했다. 친구들을 모으고 후배를 뽑아 조례-종례, 점심 방송을 진행했다. 요일별로 오늘은 가요, 내일은 클래식, 모레는 영화 이야기로 출발한 수다 방송이 지금 와 되돌아보니 스물 넷 아나운서가 되는 첫 발이었다. - 왜 아나운서가 되고 싶었나. “초등학교 때부터 고교까지 계속 방송반 활동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것에 중독된 것인지, 진정한 언론인이 되고 싶은 것인지 제 자신이 혼란스러웠다. 방송 일을 하고 싶은데 기자, 아나운서, PD 중 어떤 직종을 선택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그러다 PD로 활동한 대학 방송제 때 무대 위에서 빛나는 동기들을 보며 결심했다. PD 마인드를 가진 아나운서가 되면 어떨까. 카메라 앞의 아나운서가 아닌 카메라 뒤까지 배려하는 아나운서가 되자고 마음먹었다.” - 700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자신만의 비법이 있다면. “청개구리 전법이 통했나? 일부러 반대로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막상 아나운서 면접 때 내 의상은 아나운서 아카데미에서 추천한 모범 의상과는 완전히 달랐다. 흰색 상의에 빨간 치마, 거기에 스타킹도 안 신어 꼬물거리는 발가락을 훤히 드러낸 빨간 샌들을 매치했다. 아카데미에서 권장하는 모범 면접 차림은 짧은 단발 머리에 파랑 초록 혹은 자주색 상의, 하의는 무조건 단정한 블랙 스커트다. 흰색 상의는 카메라 테스트에 불리하기 때문에 금기 색상이다.” - 왜 튀는 의상을 선택했나. “그 옷이 가장 예뻐 보였다. 예뻐 보인다는 것은 내 스스로 자신감이 충만하다는 것과 같다. 남자 친구에게 당장이라도 사랑을 고백할 수 있는 상태랄까. 그 정도 자신감이라야 면접관 앞에서 떨지 않을 것 같았다. 모두 7차 테스트 기간 중 일주일의 실습 테스트 때는 요일별로 입고 싶은 옷차림새를 노트에 그렸다. 그 중에는 아카데미에서 금기하는 바지 정장과 짧은 스커트도 들어 있었다.” - 늘 자신감이 넘치는 편인가. “의외로 소심하다. 실수를 자책하며 밤새 끙끙대는 스타일이다. 1월 ‘생방송 TV 연예’ 리포터 데뷔했을 때 였다. 무거운 뉴스가 흐른 뒤, 말을 더듬고 나도 모르게 혀를 내미는 실수를 해서 많이 울었던 것 같다. 항상 긴장의 끈을 놓치지 말아야 하는데 ‘내가 왜 그랬을까’ 자책하며 밤을 지새웠다. 수습 기간 조직생활을 체득하느라 혼도 많이 났다. 평소 말을 툭툭 내뱉는 습관 때문에 선배들의 지적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야단 친 후에는 기죽지 말고 네 색깔을 지키라는 덕담도 함께 들었다.” - 예능 프로그램에서 춤 실력도 선보였다. “예능 프로그램 나가면 신고식을 하는데 춤을 추게 됐다. 나름 이야기도 많이 했는데 방송을 확인하면 춤 밖에 보이지 않아 속상했다. 덕분에 수습 딱지도 떼기 전에 ‘춤추는 아나운서’ 수식어를 얻었다. 요즘은 아나테이너라는 말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시청자들은 여전히 정돈된 아나운서를 원하시는 것 같다. 아나운서의 활용범위가 넓어지는 걸 반기지만은 않는다고 느꼈다. 개인적으로 예능 프로그램보다 뉴스 진행이 좋다. 화면 안에 가득 찬 제 얼굴이 예쁘다고 생각한다.” - 선배 윤현진 아나운서의 로맨스가 화제를 모았다. 아나운서의 사생활 또한 대중의 호기심 범위 안에 있는데. “사생활 노출? 정말 무섭다. 매일 출근하자마자 먼저 하는 일은 내 이름을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거다. 혹시 이상한 기사나 댓글이 없는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입사 직후 아나운서 검색 순위에 이름이 올라서 좋아했는데, 지금은 없는 게 더 좋다. 잠잠할 때가 행복하다. 겁이 많아진 것 같다. 가끔 아무 것도 모르고 의욕에 차있던 갓 입사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지금은 혈기왕성과 진중함 사이의 합의점을 찾아가는 과정 같다. 선배님들 또한 기죽거나 네 색을 잃지 말라며 격려해주신다.” ●이윤아 아나운서는? 1984년 7월 25일생. 인터넷 프로필은 키 169 cm, 몸무게 48kg 실제로는 170cm이고, 몸무게도 최근 3kg 늘어서 51kg이다. 2006년 미스코리아 서울 미 출신. 2003년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입학, 신문방송학을 복수 전공했다. 2006년 3학년 우연히 치른 아나운서 최종 면접에서 탈락한 뒤 본격적으로 언론사 입사 준비를 시작했다. 아카데미를 다닌 지 꼭 1년, 4학년 재학 중 SBS 아나운서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수습 6개월을 끝낸 2008년 4월 SBS의 미래를 이끌 아나운서로 첫 발을 내디뎠다. 이유나기자 lyn@donga.com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