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들‘웃음을벗고연기를입다’

입력 2008-04-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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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렬·문천식·정준하등연기자로‘자리매김’
MBC ‘이산’의 지상렬, KBS 2TV ‘대왕 세종’의 문천식, SBS 금요드라마 ‘우리 집에 왜 왔니’의 정준하 등 안방극장에서 활약하는 개그맨을 이제는 자주 접할 수 있다. 지난 몇 년간 꾸준히 연기를 해온 이들 외에 지금도 적지 않은 개그맨들이 연기자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지난 해 SBS 주말극장 ‘황금신부’ (박현주 극본, 운군일 연출)의 제작발표회 당시 개그맨 김경식은 “후배들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져 개그맨으로 설 자리도 쉽지 않다”며 연기자 겸업에 대한 속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PD들이 그들을 찾는 이유 많은 개그맨들이 드라마나 시트콤을 통해 신고식을 치르지만 그들이 연기자로서 넘어야 할 산은 많다. PD들이 개그맨에게 기대하는 역할은 대개 코믹한 이미지에 국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KBS 2TV 월화 미니시리즈 ‘강적들’(극본 강은경, 연출 한준서)의 한준서 PD는 “개그맨 출신 연기자를 선호하는 이유는 자연스러운 코믹 연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그게 몇 차례 반복되면 시청자들이 식상해 하기 때문에 연기자 스스로가 연기에 변화를 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도망자 이두용’ ‘경성 스캔들’에 이어 ‘강적들’에서도 개그맨 고명환을 캐스팅한 이유에 대해 “개그맨 출신 연기자로서의 장점과 연기력을 모두 다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장금’에 이어 ‘이산’에서도 지상렬을 캐스팅한 이병훈 PD는 “진지한 사극이라는 게 긴장을 요하는 부분이 많아 답답하고 숨막힐 때가 있어 그것을 이완시키는 역할도 필요하다”며 “시청자를 세 번 웃고 한번 울게 만드는 게 재미있는 드라마의 정석인데 이천을 맛깔스럽게 연기하는 지상렬은 꼭 필요한 연기자”라고 만족감을 표시했다. ○개그맨 보다 연기자로 기억 개그맨이란 이력이 연기자로 첫 출발을 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하지만, 그것이 곧 연기자로서의 활동에 족쇄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를 극복하고 좋은 연기자로 자리매김한 배우들도 있다. ‘대왕 세종’의 문천식이 대표적. 2001년 SBS 시트콤 ‘허니허니’ 이후 십 여편의 드라마에 출연한 문천식은 ‘대왕 세종’에서 고려 황손으로서 복수의 칼을 갈며 내시로 살아가는 전일지를 연기하고 있다. 전일지는 내면에 깊은 슬픔을 간직한 인물로 그를 연기하는 문천식에게서 개그맨의 이미지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대왕 세종의 김성근 PD는 “전일지는 굉장히 이중적인 인물로 결국에는 비극적인 최후를 맞게 된다”며 “문천식이 ‘황진이’에서 덕팔을 연기하는 것을 보고 정극 연기에 대한 신뢰가 있었기에 이 역을 맡긴 것”이라고 밝혔다. 허남훈 기자 noi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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