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릴 때 엄마가 오빠들을 군대에 보내 놓고 우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엄마가 우시면 “엄마 왜 울어요? 울지마요”하면서 따라 우는 정도였습니다.
결혼을 해서도 친구들이 아들 입대한다고 막 따라가서 울고 하는 걸 봤을 때도 ‘아휴. 저러지 말아야지. 입소하는데 무슨 이유로 따라가지?’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란 게…. 막상 집으로 아들의 입영통지서가 날아오고, 입대 날짜가 하루가 다르게 다가오니까 저도 비슷했습니다. 걱정이 말이 아니었습니다.
사실 저희 아들은 키도 많이 작고 마른데다 왜소해서 신검 받으러 갈 때도 걱정이 됐습니다. 아들이 3급 판정을 받아서 왔을 때는,‘1급을 못 받았을 바엔 차라리 4급을 받아서 공익요원으로 빠지지, 왜 3급을 받아서 현역을 가냐’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렇게 걱정과 함께 아들을 군대에 보냈습니다.
그리고 저는 언제 아들이 휴가 나오나 목 빠지게 기다리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첫 휴가를 나왔을 때, 저는 아들 온다는 소리에 그저 빨리 아들을 보고 싶어서 버스정류장에 나갔습니다. 군복 입고 버스에서 내리는 모습이 조금 어색하기도 했지만, 무척이나 늠름하고 대견스러웠습니다.
그렇게 아들의 9박 10일 휴가가 시작됐는데, 이 녀석이 집에는 겨우 이틀만 있고, 할머니 찾아뵈러 가겠다면서 전주로 내려가 버렸습니다. 사실 전주에서 학교를 나와서 이 녀석 친구들이 그 곳에 다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휴가 기다린 엄마 생각해서 곧 있으면 오겠지’라고 생각했는데, 거기서 일주일을 다 보내고 바로 복귀하겠다고 그러는 겁니다. 물론 친구들 만나서 놀고 싶어 하는 아들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저는 저 나름대로 아들이랑 많은 시간을 보내고 싶었습니다. 오랜만에 집에 왔으니까, 그동안 못 먹었던 맛있는 음식도 많이 해주고 싶었는데 생각처럼 함께 할 시간이 많지 않으니 속상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저 해준 거라곤 휴가 첫 날 집에 왔을 때 아들 좋아하는 회 한번 사준 겁니다. 한번은 집에서 쇠고기 사다가 구워주고, 혹시 체력이 부족할까봐 백숙 한 번 해준 게 전부였습니다.
아들을 서울로 보내고, 버스 타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아들 앞에서 내내 참았던 눈물을 사정없이 쏟아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이게 바로 아들을 군대 보낸 엄마의 마음이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엄마 마음은 모르고 친구들하고 놀기 바빴던 아들이 서운했지만, 그 서운한 마음보다 더 잘해주지 못한 아쉬움이 더 컸습니다.
다음 휴가 나올 때는 좀 더 가족과 함께 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들 벌써 보고 싶습니다. 빨리 또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경남 창녕|임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