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희의G레터]게임산업新성장동력원은‘틈새시장’

입력 2008-05-16 00: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여기는 오스트레일리아 시드니의 시내 한 가운데 있는 인터넷 카페. 우리에게 친숙한 용어로는 PC방. 나는 현재 신혼여행을 왔지만 직업상 이런 곳에 오면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를 즐기고 있는지 한번 쓱 둘러보게 된다. 스타크래프트는 어김없이 보인다. 교포 분들이 많아서인지 요즘은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1인칭 슈팅 게임(FPS)을 많이들 즐기고, 호주인들은 워크래프트를 좋아하는 것 같다는 것이 아르바이트하시는 분의 전언이다. 호주는 온라인게임 종주국인 한국의 수출 소식에 자주 등장하는 국가는 아니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어쩌면 아직 덜 확장된 시장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한국 온라인게임의 이용이 활발하지 않은 나라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나는 한국 온라인게임 메이저 기업들이 계속되는 산업의 위기론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회사가 개별적으로는 지속적으로 향상된 실적을 달성하는 모순을 일종의 ‘롱테일 법칙’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즉, 세계 시장을 석권할 만한 차세대 스타 온라인게임이 한국에서 나오고 있지 않아 업계 관계자들을 애타게 하고 있지만(위기론), 개별 기업들 중 일부는 회사를 먹여 살리는 기존 히트 제품의 ‘긴 꼬리’ 덕분에 위기를 피부로 체감하지 않은 채 괜찮은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지 않느냐는 발상이다. 한때 실리콘밸리의 기업 강연회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회자됐다는 이 개념 ‘롱테일 법칙’은 고객 및 소비자의 상위 20보다는 하위 80의 비주류 혹은 틈새시장의 가능성에 주목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내가 한국 온라인게임 산업에 비틀어서 적용한 구도는 이렇다. 한국 온라인게임 중 히트작들이 세계 시장, 특히 수출되는 국가를 기준으로 봤을 때 상위 20는 오래 전 사로잡은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제 예전 같으면 시장이 작다는 이유로 눈여겨보지 않았을 하위 80에 포함되는 다양한 국가들과 수출 계약을 맺고 있다는 것이다. 영어권, 중국어권 등 규모가 큰 시장 때문에 각 언어권마다 로컬라이제이션(현지화)을 충분히 해둔 덕에 새 시장을 위한 수고로움이 훨씬 덜하기에 가능하다 하겠다. 물론 객단가(고객 1인당 평균 매입액)가 증가하고 있는 내수 시장에서의 ‘긴 꼬리’도 있고, 몇몇 회사들이 내놓은 새 제품들의 선전을 무시해서도 안 될 것이다. 다만, 종주국의 위상에 걸맞은 새로운 한국산 스타 제품을 기다리는 업계 관계자의 한 사람으로서 꼬리에서 나오는 수익에 주목하되 반드시 아름다운 꼬리를 드리우는 새 그래프를 그려야 한다는 비장함을 말하고 싶다. 위기론을 한번에 타파할 신 성장동력은 탄탄한 몸통에서 나올 것이다. 정 은 희 액토즈 소프트 홍보팀장 스포츠 기자를 그만두고 유학을 꿈 꾸다 현실의 벽에 부딪쳐 홍보판에 뛰어든 별난 여인. 뒤늦게 빠진 게 임의 매력에 밤새는 줄 모른다.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