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고집불통아빠길들이기

입력 2008-05-2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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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학교 4학년, 졸업을 코앞에 둔 여대생입니다. 집은 대구인데, 학교는 충남 공주라서 따로 자취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말마다 자주 집에 내려가서 부모님을 뵙고 오고 있습니다. 하루는 집에 내려갔더니, 아빠가 무슨 종이쪽지를 보며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리고 계셨습니다. 뭔가 궁금해서 “아빠 그거 뭐야? 웬 쪽지?” 하면서 봤더니, 누군가가 휴대전화로 사진 찍는 법을 친절하게 차례대로 적어 주었습니다. 제가 “우와∼ 아빠 이거 누가 이렇게 적어줬어? 동생이 적어 줬어? 아니면 언니가 적어줬어?” 하고 물어봤는데 아빠가 씩∼ 웃기만 하셨습니다. 옆에 있던 저희 언니가 갑자기 웃으며 그랬습니다. “그거 휴대전화 서비스센터 언니가 적어준 설명서야. 아빠가 휴대전화가 조금만 이상하면 바로 서비스센터로 달려가서 안 된다고 고쳐달라고 그랬대. 그러니까 그 언니가 이렇게 자세히 적어주더란다”고 설명했습니다. 저희 아빠는 저희들에게는 참 다정다감하게 잘 하시는 분인데, 유독 밖에 나가시면 성격도 급하게 굴고, 뭔가 뜻대로 안 되면 투덜거리고 무서운 호랑이처럼 구는 면이 좀 있으십니다. 아마 이 종이를 받아 오신 날도 전화기가 고장이라는 둥, 사진기능도 안 되는데 된다고 해서 속여 팔았다는 둥 아마 온갖 고집을 세우시며 말도 안 되는 걸로 투덜거리셨을 겁니다. 서비스센터 직원은 손님에게 싫은 소리 할 수도 없고, 그만 오라고 할 수도 없고 아마 고민이 많았을 겁니다. 언니가 화살표까지 그려가며 친절하게 적어준 그 종이를 보는데 마치 ‘이제 제발 그만 좀 오세요∼’하고 말하는 것만 같았습니다. 생각해 보면 아빠에겐 자식이 네 명이나 있지만, 큰 언니는 형부와 지난달에 캐나다로 유학을 갔고, 둘째 언니는 몇 달 전에 결혼해서 따로 살고 있습니다. 저도 학교가 다른 지방이라 따로 나와 있고, 막내야 돈 번답시고 나름대로 바쁘게 생활했을 거고, ‘우리 아빠 어디 물어볼 데가 없었겠구나’ 싶었습니다. ‘오죽했으면 서비스센터를 찾으셨을까’ 갑자기 그걸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다행히 내년에 졸업하면 다시 대구로 와서 부모님과 함께 살게 될 것 같습니다. 내년엔 우리 부모님께 더 많이 효도해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요즘 워낙 취업이 어려워서 걱정도 되지만, 함께 살면서 못다한 효도도 하고 재밌고 행복하게 살려고 합니다. “엄마, 아빠! 조금만 기다리세요. 제가 대구 가서 잘 할게요, 늘 건강 하시구요,” 대구 중구|홍원정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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