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로마시는와인]직장인맘달래주는‘벌목공의예술’…토브렉우드커터스

입력 2008-06-08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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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줄거리 - 와인을 잘 몰라 스트레스를 받던 정유진은 소믈리에로 일하는 고교 동창 김은정에게 연락해 매주 한 차례 과외를 받기로 한다. 첫날 라벨에 담긴 정보를 배운 정유진은 문익점처럼 포도 접수를 밀수한 장 레옹, 돔 페리뇽 수사의 코르크 마개 발명으로 탄생한 샴페인, 백년전쟁의 원인은 와인이라는 것을 배운다. 골프 와인으로 알려진 ‘1865’에서 숫자 1865가 의미하는 것은 산 페드로사의 설립 연도이고, 샤블리가 굴과 잘 어울리는 이유는 중생대 바다였던 샤블리 토양에 굴 껍질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라는 재미있는 사실도 습득한다. 스크류캡이 코르크보다 신선한 맛과 향을 담을 수 있는 있다는 사실에는 다소 놀라기 까지 한다. 열 번째 와인 과외날. 자리에 앉자마자 김은정이 싱글싱글 미소를 지으며 묻는다. “너, 로버트 파커라고 알지?” 내가 로버트 파커도 모를까봐. 나도 와인 마신지 벌써 두 달 반이나 됐고, 매주 대형마트 와인매장에 가서 와인을 유심히 살펴보고 산다고. “그럼. 와인 값을 좌지우지하는 세계적인 와인평론가 아냐. 그 사람이 높은 점수를 주면 와인 값이 올라가고, 낮은 점수를 주면 와인 값이 떨어진다며. 얼마 전 우리나라에도 왔다갔고.” “맞아. 그런데 로버트 파커가 이번 갈라 디너에서 내놓은 와인 못 마셔 봤지?” 얘가 사람 놀리나. 신문 보니까 와인 한 병당 가격이 수십 만원에서 100만원을 넘어가는 것도 있던데. “그거 비싸서 어떻게 마셔?”라며 퉁명하게 말하자, 김은정이 테이블 위로 와인을 한 병 올려 놓는다. ‘토브렉 우드커터스 쉬라즈(Torbreck Woodcutter's Shiraz)’다. 처음 보는 와인인데 왠지 귀에 익다. 어디서 들은 와인이지? “파커가 내놓은 와인 중 ‘토브렉 런닉’ 2004 빈티지가 있었지. 럭닉은 2001 빈티지부터 2004 빈티지까지 4년 연속 99점을 받은 와인으로 토브렉의 상징적인 와인인데, 토브렉에서 나온 우드커터스는 런닉의 느낌을 적은 돈으로 살짝 느껴볼 수 있어. 럭닉은 40만원이 넘지만 우드커터스는 1/10 가격으로 살 수 있으니까.” 밝은 자주빛이 나는 붉은 액체는 잔을 몇 차례 돌리니 스파이시한 향을 발산한다. 목을 타고 넘어가는 느낌은 쉬라즈 특유의 강렬함이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과일 향이 은은하게 퍼진다. 파커 얘기를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기분 좋은 맛을 낸다. “어때? 돈이 많다면야 런닉이 물론 좋겠지만 얘도 편하게 마시기에 나쁘지 않아. 그런데 왜 이 와인에 우드커터스라는 이름을 붙였는지 알아? 토브렉 설립자 데이빗 포웰은 원래 벌목공으로 일했던 사람이라서 그래. 와인을 만들기 위해 호주로 건너간 그는 자신이 예전 숲에서 힘들게 일하고 돌아와 저녁에 푸짐한 식사와 함께 마시고 싶은 와인을 만들고 싶었고, 그게 바로 벌목공이란 뜻의 우드커터스를 탄생시킨 거지. 포웰이 일하던 곳은 스코틀랜드 산악지대에 위치한 토브렉 숲이었는데 이 때의 추억을 담아 회사명도 토브렉이라고 지었고.” 벌목공에서 세계적인 와인을 만드는 사람으로의 변신이라. 근사하다. 우드커터스라는 이름의 소박함은 특히 맘에 든다. 포웰이 힘든 벌목에서 돌아와 따뜻한 밥과 함께 와인을 먹고 싶어 하는 마음은 낮 동안 각종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집에 돌아와 편안하게 쉬기를 원하는 샐러리맨들의 그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한국국제소믈리에협회 KISA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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