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영은이상우의행복한아침편지]배쫄쫄기진맥진서울나들이

입력 2008-08-30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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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서울구경을 원하는 아이들에게 ‘나중에’라는 부도수표만 남발하던 제가 올 여름 결국 서울구경 계획을 세웠습니다. 저희 집 아이들은 초등학교 6학년과 3학년입니다. 서울 여행을 간다고 하니까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보는 서울이라 며칠 전부터 인터넷과 친구들로부터 서울에 대해 알아보는 눈치였습니다. 드디어 5시간이 걸려 서울에 도착하자마자 아이들은 ‘명동’부터 가자고 성화였습니다. 하지만 저희 부부는 서울 여행의 코스를 인사동과 청계천, 국립박물관과 고궁, 마지막에는 남산타워까지 아주 학문적인 곳으로만 골랐습니다. 딸애는 “명동이 서울에서 제일 멋진 곳이라면서요, 살 것도 많구요. 저는 서울 오면 거기서 쇼핑하려고 용돈도 안 쓰고 모았단 말이에요. 우리 명동도 가요, 네?”라며 조르는 게 아닙니까? 그래서 애들 말에 못 이기는 척 마지막에는 명동에 가기로 했습니다. 막상 서울에 도착해서 길을 몰라 헤매다 중심부에 들어서니 어느덧 시간은 오후 3시가 다 되어 있었습니다. 자꾸만 헤매는 저를 보고 아내는 지도라도 하나 구해서 오자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허어- 왕년에 그래도 내가 서울에서 몇 달 산 사람이야. 염려 말라고”하며 큰 소리를 뻥뻥 쳤습니다. 웬일인지… 이건 시작부터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배가 고파서 겨우 밥 먹을 곳을 찾았는데, 주차할 곳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결국 돌고 돌아서 여의도의 한 식당에 자리를 잡으니 오후 4시가 훨씬 지나 있었습니다. 그래도 즐거운 마음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고 가족들과 함께 남산타워로 출발했습니다. 근처에 있는 국립극장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남산타워에 올라가니까 멋진 야경도 보이고 이게 TV에서만 보던 남산타워구나 싶었습니다. 그리고서 다시 버스를 타고 내려왔는데, 뭔가 기분이 이상한 겁니다.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주차해 놓은 국립극장은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당황해서 기사님께 여쭤보니 저희가 버스를 잘못 타서 반대방향으로 내려 왔다고 했습니다. 결국엔 택시를 타고 국립극장 주차장까지 갔습니다. 그 시간만 해도 족히 1시간은 걸린 것 같았습니다. 거기다가 예약해둔 숙소를 찾는다고 복잡한 서울 시내를 뺑뺑 돌다보니 이미 시간은 한밤중이었습니다. 아무리 늦은 점심을 먹긴 했지만 저녁도 못 먹고 저희 가족들은 숙소에서 컵라면으로 주린 배를 채웠습니다. 잠자리에 누우니 마치 시골 쥐가 서울에 와서 종일 뱅뱅거리며 돌아다닌 기분이 들었습니다. 이동을 한 번 하려고 하면 길 잘못 들어서는 바람에 기본으로 1시간이 넘게 걸리고, 가족들 앞에서 면도 안 서고… 괜히 민망했습니다. 다음 날에는 서울 시내에 있는 고궁들을 전부 다 돌아보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궁이 엄청 큰 겁니다. 그래서 창덕궁과 경복궁만 돌고, 걸어서 인사동과 청계천, 그리고 명동까지 갔습니다. 아이들은 고삐 풀린 망아지 마냥 드디어 명동에 왔다며, 서울에 온 기분이 든다며 뛰어다녔습니다. 애들이 언제 저렇게 컸는지, 애들 꽁무니 쫓아다니기만 하는데도 힘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명동까지 둘러보고 광주로 내려오는 길에 저희 부부는 지쳐서 녹초가 되었습니다. 애들은 서울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서울에 한 번 더 가자고 야단입니다. 그건 생각을 좀 해봐야할 것 같습니다. 광주 북구|나병선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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