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강마에의 인기를 이을 것인가.’
TV 속 인기 캐릭터로 까칠한 남자가 각광받고 있다. 한동안 ‘옴므파탈’ 즉 나쁜 남자가 드라마와 예능프로그램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보였다면 이제는 자상한 모습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까칠남’들이 여성 시청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런 흐름을 주도한 캐릭터는 인기리에 막을 내린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주인공 강마에. 매사에 삐딱한 시선을 취했던 강마에는 독설가로서의 면모까지 갖춘 이색적인 모습으로 ‘까칠남’이 인기 캐릭터로 부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최근 이런 분위기에 합류한 주인공은 유지태, 김현중, 환희다. 강마에의 선택이 음악이었다면 유지태는 ‘글’로 까칠한 성향을 표현한다.
SBS 수목극 ‘스타의 연인’(극본 오수연·연출 부성철)에서 국문과 시간강사 철수로 출연하는 그에게 톱스타 최지우가 운명적으로 빠져드는 대목도 남다른 성격에 매력을 느끼기 때문. 강마에가 말끝마다 ‘까’를 붙였다면 유지태는 언짢은 목소리로 ‘네’를 덧붙이는 독특한 화법을 구사하는 것도 둘의 공통된 특징이다.
제작진은 이런 유지태의 캐릭터에 대해 강마에보다 발전한 ‘세일즈맨의 죽음’을 쓴 소설가 아서 밀러의 부활이라고 귀띔했다. “전설의 스타 마릴린 먼로와 사랑했지만 이혼한 뒤 그녀의 장례식장에도 나타나지 않을 정도로 까칠했던 아서 밀러와 유지태의 극중 상황이 공통분모 묶인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꽃미남 스타 김현중도 ‘까칠남’ 대열에 합류한다. KBS 2TV가 1월 5일부터 방송하는 월화극 ‘꽃보다 남자’(극본 윤지련·연출 전기상)에서 안하무인 부잣집 도련님으로 등장한다.
“너희들 뭐야? 꺼져”란 거친 말은 극중 김현중의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 단골 대사. 아이들(idol) 그룹 출신으로 그동안 미소년으로 각광받은 김현중의 변신이 관심을 끈다.
한 방송관계자는 “최근 등장하는 ‘까칠남’ 캐릭터는 따뜻한 본심을 깊숙이 숨기고 있다는 면에서 무작정 나쁘기만 한 ‘옴므파탈’과는 다르다”며 “점차 입체적인 캐릭터가 각광받고 있는 요즘에는 시청자들이 냉정한 겉모습과 따뜻한 감성이 교차하는 다면적인 인물에 호기심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드라마 속 인기 캐릭터는 예능프로그램으로까지 범위를 넓혔다. MBC ‘일요일 일요일 밤에’의 코너 ‘우리 결혼했어요’에서 가수 환희는 실제인지 설정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까칠한 면모를 과시한다.
가상의 부부생활을 담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탓에 환희는 드라마 속 캐릭터보다 더 높은 현실감을 드러내며 사랑받고 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