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어느 한 모퉁이에서, 그 세계의 주민들을 만나 함께 살고 잠들며 그들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MBC 국제시사프로그램 W가 책으로 나왔다. 외신 촬영을 재편집한 게 아니라, W 제작진이 직접 촬영하고 보도해 호응을 얻은 프로그램이다. 현재 국제 분야 서적에서 베스트셀러 3∼4위 상위권에 오르며, 독자들의 관심을 얻고 있다.
이정식 책임 프로듀서는 “가장 W적인 것은 ‘정확한 시각에 따뜻한 시선’을 지닌 것이다”라고 말한다. 책은 바로 W를 통해 반향을 일으켰던 아이템을 다시 엮은 것이다.
중국의 쓰촨성 지진, 미국의 소송문제, 노예로 살아가는 인도의 아동담보노동 등 모두 19개의 소재가 담겨있다.
작가들이 작성한 방송 대본을 기반으로 책을 만들었기 때문에 술술 쉽게 읽힌다. 내레이션으로 들려주기 쉽게 작성되어, 눈으로 읽는 데에도 무리가 없다. 각 장의 끝에는 ‘P.S. 비하인드’로 아이템과 관련한 사전 정보를 덧붙였다.
W 프로그램은 매주 3개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이 때문에 W팀 안에서도 세 개 조로 나뉘어 방송을 만든다. 먼저 피디와 작가, 국제리서처 등 모든 제작진이 제작회의를 통해 최종 아이템을 선택하고, 제작에 들어간다.
국제리서처는 현지 전화 통화나 외신자료검색 등을 통해 아이템을 찾고 정보를 취재한다. 방송작가는 구성 대본을 쓰고, 피디는 촬영과 편집을 담당한다. 제작은 사내 피디와 독립프로덕션의 피디, 현지 해외프로덕션의 피디들이 참여한다.
드라마나 연예프로그램을 상상하면, 많은 제작진이 해외출장을 갈 것 같지만 W는 피디 혼자 취재와 촬영을 맡거나, 피디와 카메라맨 두 명이 협업한다.
회당 약 1000만 원의 제작비가 들어가는데, 환율이 올라 현지 촬영이 힘들어지는 게 지금 가장 시급한 문제다. 매 프로그램마다 엔딩과 예고편에 쓰이는 감각적인 음악은 방송국 내 음악 감독이나 PD가 선택한 곡이다.
W는 2005년 4월 29일 첫방송을 시작해 현재 166회를 넘겼다.
기아나, 난민, 아동학대, 약물 남용 등 심각한 주제로, 일반인들이 ‘많이’ 볼 수 있는 국제시사다큐가 성공할 수 있을까? 내외부적으로 반신반의했지만, W는 고정 시청자들을 꾸준히 지켜갔다. 품격 있는 스타일을 유지해 정제된 국제시사프로그램을 만들겠다던 모토도 잊지 않으려 한다.
이정식 책임프로듀서는 “W는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내부적으로도 계속 진화했고, 적극적으로 시청자들과 함께 세상을 위해 좋은 방향으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방송이 나간 뒤 NGO단체를 후원하겠다거나 시청자들이 특정 주제와 관련한 퍼포먼스를 하겠다는 연락도 왔다.
늦은 밤에 어린이들이 보고, 감동받았다는 사연이 게시판에 올라와 진행자를 감동시키기도 했다.
시청자들의 적극적인 호응 탓에 지난 11월부터 금요일 밤 자정무렵이 아닌, 10시 50분 프라임 시간대로 방송시간도 개편됐다.
W 책은 제작진들의 고된 제작현장 하소연이나, W를 많이 봐달라는 식의 책은 아니다. W에서 다룬 아이템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라 정보성이 높다. 학생들이 읽기에 특히 좋다.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