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레이터Ms.박의라이브갤러리]클림트를알고싶다면그의그림을보라

입력 2009-03-11 0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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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달 2일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클림트 황금빛 비밀’전에 연일 많은 인파가 몰려들고 있다. 평생을 사랑이라는 주제로 대중이 함께 숨쉴 수 있는 예술을 꿈꾸었다는 클림트의 작품 세계를 너도나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새라 전시장에는 발 딛을 틈조차 보이지 않는다. ‘사랑’은 클림트의 작품 세계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만 하는 관문이다. 생전에 클림트는 수많은 여인들을 화폭에 담아 사랑을 찬미했다. 그녀들은 클림트에게 치명적 아름다움의 숨결을 불어넣었고, 세기말 유럽의 허무와 절망을 몸소 노래했으며, 오늘날 메마른 우리의 영혼을 일으키는 뮤즈가 되었다. 위대한 예술 작품 치고 사랑 없이 이루어진 것은 단 하나도 없다. 그런데 모든 예술의 영원한 주제이자 숙제인 사랑은 기묘하게도 그것이 무엇인지 시원하게 밝혀진 적이 없다. 수많은 예술가들이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렸지만, 우리는 그것을 본 적이 없고 그것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한다. 사랑은 수수께끼와 같은 비밀이며 그래서 대단히 위험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클림트의 예술은 사랑 없이 불가능한, 바꿔 말하면 사랑이야말로 클림트의 예술을 불멸의 걸작으로 만들었다. 그는 평생을 다해 사랑의 비밀을 밝히고자 아기, 처녀, 어머니, 누나, 무희의 얼굴과 몸을 통해 사랑의 온갖 은밀한 요소들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다. 이번 한국전에 온 ‘유디트I’(1901)에서부터 ‘은물고기’(1901), ‘창백한 얼굴’(1903), ‘처녀’(1913), ‘아기(요람)’(1917), ‘아담과 이브’(1917)에 이르기까지 우리는 그 흔적들을 직접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번 전시에서는 클림트 생전에 공개되지 않았던 개인사, 특히 여러 모델들과의 로맨스에 대한 기록과 작품들이 대거 선보임으로써 관람객으로 하여금 예술가의 비밀을 훔쳐볼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남성을 유혹해 고통과 죽음으로 몰고 가는 운명의 여인, 팜 파탈도 클림트 앞에서는 도리어 그녀 자신이 운명의 희생양이 되었다. 클림트는 그녀들 사이에서 수 십 명의 자식을 두었는데, 그 아이의 엄마들은 아기들을 모두 ‘구스타프’로 불렀다고 한다. 클림트의 여인들은 육체적 유혹으로 파멸한 불운의 여신일까? 아니면 사랑의 비밀을 밝혀줄 행운의 여신일까? 이 질문에 대해 클림트의 예술 세계를 단순히 육체적 관능의 에로티시즘에서 생각하는 것은 참으로 순진하다. 그의 에로티시즘은 육체적 관능을 역으로 종교적 차원의 성스러움으로까지 끌어올렸기에 특별한 것이다. 그 안에는 삶과 죽음, 꿈과 악몽, 성스러움과 속됨, 정신과 육체, 그리고 사랑과 증오의 경계들이 교묘하게 뒤섞여 있다. 그의 황금빛이 푸른 기운과 붉은 기운을 동시에 내뿜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클림트는 사랑을 영원히 비밀에 부친 최후의 화가이다. 비밀은 드러나지 않을 때만 비밀일 수 있다. 이 신비로운 진실은 그의 선문답 같은 말에서 잘 드러난다. “나에 대해 알고 싶다면 내 그림을 보라.” 박 대 정 유쾌, 상쾌, 통쾌 삼박자가 맞아 떨어지는미술 전시를 꿈꾸는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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