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마미아김자경,축구선수야,뮤지컬배우야? 2시간의에너지폭발

입력 2009-07-12 15:2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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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자경.사진제공|신시컴퍼니

1999년 영국 웨스트엔드에서 시작됐으니 뮤지컬 맘마미아는 올해 딱 10년이 됐다. 런던에서만 4000회가 넘는 공연, 전 세계 200여 도시에서 매일 밤 공연되며 400만 명의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귀에 쩍쩍 들러붙는 아바의 음악을 베이스로 한 맘마미아는 한국 관객의 입맛에도 딱이다. 신시컴퍼니가 제작한 한국판 맘마미아는 지금 이 순간도 공연 예매율 1위를 당당히 지키고 있다.

만든 사람이나 보는 사람, 연기하는 사람의 입에서조차 ‘어머나!(맘마미아!)’가 터져 나오지 않을 수 없는 흥행바람이다.

김자경.사진제공|신시컴퍼니


장충동 국립극장에서 맘마미아를 봤다.

배우들의 연기, 춤, 노래, 현묘하기까지 한 무대장치, 스피커 위에 연필을 굴려가며 체크했다는 초절정 사운드. 뭐 하나 빠지는 게 없지만 극이 진행되는 내내 단 한 번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 가공할 원동력은 바로 주인공 소피의 힘이라 하지 않을 수 없겠다.

도나의 딸로 밝고 명랑하면서도 독립심과 모험심을 지닌 스무 살의 소피는 말 그대로 2시간 내내 무대 위를 방방 뛰어 다녔다. 그라운드의 축구선수들조차 저럴 수 있을까 싶을 만큼, 그는(그것도 조막만한) 밑도 끝도 없는 에너지를 관객을 향해 뿜었다. 그 파워와 생동력의 원천이 궁금했다.

물은 즉 “그 질문 많이 들었다”며 소피가 웃는다. 아니, 소피 역을 맡은 김자경(25) 씨가 웃는다. “소피의 역할 자체가 무대에서 걸어 다닐 수 있는 상황이 없거든요. 늘 급박하고, 당황하고. 힘을 내서 뛰어다녀야지요.”

사람들이 다 좋아하는 건 아니란다. ‘쟤는 왜 미친X처럼 저렇게 방방 뛰어 다니냐’는 시선도 있다. 하긴 무대 위의 김자경은 때때로 시선이 쫓아다니기 힘들 정도로 부지런하다. 방금 있다가도 사라지고, 나갔나 싶은데 어느 틈에 무대 위에 서 있다. 체력에는 문제가 없을까?

김자경.사진제공|신시컴퍼니


그것도 도나(소피의 엄마:최정원·이태원), 타냐(도나 친구:전수경·황현정), 로지(도나친구:이경미·정영주) 등 다른 주인공들이 대부분 더블캐스팅인데 비해 소피는 공연 기간 내내 혼자 뛴다.

“엄마의 내조? 홍삼즙이랑 목에 좋은 도라지, 오미자 같은 걸 늘 먹어요. 공연 중에는 따로 운동을 못 하지만 평소에 헬스를 하죠. 뛰기, 줄넘기 많이 해요. 목 관리요? 만날 목에 칭칭 감고 살죠, 하하.”

‘하늘이 내린 소피’처럼 보이지만 본인은 고민이 많다. “선배들이 해 온 소피와 똑같이 할 수는 없으니까요. 이전 소피와 비교해 ‘쟤는 이게 모자라’소리를 들으면 상처를 받죠. 서울로 와서 마음을 고쳐먹었어요. ‘잊자. 어차피 똑같을 수도, 똑같을 필요도 없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김자경은 지난해 광주와 대구 공연에서 떴다. 본인 표현으로 ‘관객이 의도한 대로 딱 끌려왔다’였다. 맘마미아는 그녀의 세 번째 무대다. 찬스, 헤어스프레이에서 연기했고, 2006년 데뷔니 이제 겨우 3년차 배우다.

지방에서의 폭발적인 반응은 그를 서울 무대로 떠밀었다.

“운이 좋았다. 단시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으니”라고 말하지만 실상 그에게도 무거운 고민이 있다.

“이제 나이도 20대 후반으로 달려가잖아요. 마냥 소피같은 역만 할 수도 없고. 요즘 사춘기처럼 이것저것 호기심이 많아요.” 천부적으로 타고난 맑고 밝은 목소리도 걸림돌(?)이다. 배역의 폭을 넓히는 데 방해가 된다. 어둡고 힘 있는 목소리를 내기 위해 홀로 맹연습 중이다.

무대 위에서 그는 무척 작아 보인다. 어지간한 여배우들도 그녀보다 머리가 하나씩은 더 있다. 키가 얼마나 되느냐고 했더니 ‘155’라고 했다가 이내 수정한다. “반올림해서요”.

김자경.사진제공|신시컴퍼니


단국대학교 뮤지컬학과 재학 시절부터 김자경의 꿈은 ‘미스사이공’이었다. 너무나 하고 싶어 몇 년 동안 악보와 대본을 구해 혼자 연습했다. 하지만 오디션에서는 늘 미역국을 먹었다. 관계자로부터 “그 키로는 안 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땐 가슴이 메어졌다. 친구들조차 “네가 무슨 미스사이공이냐. 어린이 뮤지컬이나 해라”고 했다. 요즘 들어 큰 작품들을 ‘뻥뻥’ 터뜨리니 그런 소리는 쏙 들어가긴 했지만.

김자경에게 맘마미아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명장면. 결혼식을 앞둔 소피에게 도나가 머리를 빗겨주며 ‘Sleeping through my fingers’를 부르는 장면이다. 본인의 노래 중에서는 ‘I have a dream’이 좋다. 평소에도 힘들 때마다 흥얼거리며 힘을 얻는다.

지금은 스무 살 소피. 언젠가는 그도 나이가 들어 엄마 도나역을 맡게 될 것이다. 그 때를 마흔 살로 잡고 있다. 극중 도나가 마흔 살이요, 현재 도나 역을 맡고 있는 최정원의 나이도 마흔이다.

마흔 살의 김자경을 다시 한 번 인터뷰하는 일도 꽤 재미있을 것 같다.

양형모 기자 ran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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