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아침편지] 15년만에만난친구와‘점집나들이’어찌나즐거운지…

입력 2009-07-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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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들을 학교에 보내놓고 집안일을 하고 있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야, 우리 사주 보러 가지 않을래?”하는 겁니다. “뜬금없이 무슨 사주냐”고 하니까, “기분도 울적하고 맘도 싱숭생숭 한데 심심풀이로 한 번 보러가자”고 하더군요. 용하다는 집을 다 알아놨다면서 얼른 나오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친구를 만나 사주를 보러 갔습니다.

사주보는 집은 왜 대로변 같은데 없고, 골목을 몇 개씩이나 돌아야 하는 복잡한 곳에 숨어있던지. 한참을 헤매서 찾아갔죠. 현관 앞에는 이미 신발이 수북했습니다. 거실에는 예닐곱 명의 사람들이 대기 중이었습니다.

저와 친구는 빈자리에 앉아 기다리려는데, 어떤 분이 “거기 문 앞에 메모지 보이죠? 거기에 순서대로 이름 적혀 있으니 거기다 이름 쓰고 기다려요. 근데 내 보아하니 사주 보려면 오후에는 와야 가능 할 것 같은데?”라고 말하더군요.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저와 친구는 일단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시내로 향했습니다.

오랜만에 큰 서점에 가서 책도 좀 보고, 요즘은 어떤 옷이 유행하나 구경도 하고, 모처럼만에 마음 맞는 친구랑 돌아다니까 기분이 좋았습니다.

이 친구는 20년 전에 직장생활을 하다가 알게 됐죠.

저보다 한 달 늦게 입사한 친구였습니다. 직장생활을 6년 정도 하다가 결혼을 하면서 남편을 따라 이곳저곳 옮겨 다니며 살았는데, 얼마 전에 이곳 광주에 정착하면서 다시 만나게 됐습니다. 거의 15년 만에 만났는데도, 어제 본 것처럼 익숙하고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라고요.

저와 친구는 물 만난 고기마냥 신이 나서 여기저기 둘러봤는데, 밥 때가 됐는지 슬슬 배가 고팠습니다.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기억을 더듬어 20년 전에 자주 갔던 음식점에 찾아갔습니다. 그곳은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아직도 성업 중이었습니다. 인테리어도 그대로였고, 밖까지 나와서 줄 서서 기다리는 것은 여전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오랜만에 추억을 떠올리며 밥을 먹고 다시 사주보는 집으로 향했습니다. 다행히 아직 저희 앞에 사람들이 계속 사주를 보고 있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사주. 두근거리기도 하고, 한편으론 두렵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점쟁이가 남편과 제 사주를 보더니 “연분은 연분이네, 천생연분! 자네한테 부족한 것이 남편에겐 너무 많이 차 있고, 자네한테 차고 넘치는 게 남편에겐 부족해. 남편은 자네 덕에 사는 거고, 자네는 남편 덕에 사는 거니까 서로 잘해야겠어. 그러니 서로 위하면서 살아!”라고 했습니다. 아무튼 오랜만에 맘에 맞는 친구 덕에 쇼핑도 하고, 점심도 먹고, 좋은 얘기도 듣고! 기분 제대로 풀었습니다. 매번 사주를 보는 것 까진 아니어도, 종종 이렇게 친구랑 다녀야겠어요∼

광주광역시 광산구|이선자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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