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리 “헉! ‘스물아홉’ 국민요정 저도 깜짝 놀라요”(인터뷰)

입력 2009-10-19 07:00:02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너무 어릴 때부터 연예 활동을 시작해 절제하는 것부터 배웠다”는 성유리는 첫 영화 ‘토끼와 리저드’를 통해 배우로 성장하기를 꿈꾸고 있다. 임진환 기자|photolim@donga.com

“이런저런 상처가 없지 않지요.”

열여덟살 어린 나이에 데뷔한 뒤 10여년 동안 연예계에서 활동하면서 사람들로부터 받은 상처가 하나도 없다면 그것은 확실한 거짓말이다.

배우 성유리 역시 그룹 핑클의 멤버로 연예계에 입문해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런 상처로 인해 자신의 것을 쉽게 내보일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어쩔 수 없는 듯했다. 자신을 애써 포장하려는 게 아니어서, 또 자신의 내면으로 향하는 문의 빗장을 꼭꼭 닫아거는 것이 아니어서, 쉬 드러냄은 또 다른 상처를 줄 것이니.

새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인터뷰를 위해 마주한 성유리와 대화를 이어갈수록 그녀가 주연한 영화 ‘토끼와 리저드’(감독 주지홍·제작 JM픽처스) 속 인물을 닮았다는 생각이 스쳤다.

아닌 게 아니라 “스스로 자신감이 없었고 딱 이거다 싶은 시나리오도 없”었던 그녀에게 “딱 이거다 싶은 시나리오”가 바로 ‘토끼와 리저드’였고 결국 그녀의 스크린 데뷔작이 됐다.

‘토끼와 리저드’는 어릴 적 입양된 여자(성유리)가 친엄마를 찾기 위해 서울로 날아온 뒤, 심장이 순간적으로 멈추는 희귀병을 앓는 택시기사(장혁)를 만나며 벌어지는 이야기다.

성유리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픔을 앓으며 등 뒤에 난 깊은 생채기처럼 마음의 상처를 안고 있다. 장혁은 세상의 마지막을 준비하며 그녀의 아픔을 보듬고 자신마저 새로운 시작을 맞이해간다. 영화는 이 같은 이야기로 상처를 안고 씻어가는 새로운 인연에 대해 얘기한다.

성유리에게도 ‘토끼와 리저드’는 새로운 인연인가보다.

성유리.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 연기자로 전환한 뒤 영화 데뷔가 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자신이 없었다. 딱 이거다 싶은 시나리오도. 출연 제안을 받아도 캐릭터가 대부분 (드라마 속에서 보여준 것처럼)밝고 명랑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경험상 인연이 닿는 사람은 운명이라고 생각한다. 또 그게 바람이기도 하다. 작품도 그렇다. 좋은 작품은 나와 인연이 아니면 노력해도 안되는 거다. ‘꽂힌다’는 말을 믿는다.”

-‘토끼와 리저드’가 그런 작품인가.
“별 고민 없이 선택했다. 이젠 조금씩 욕심도 난다. 어릴 때에는 욕심도, 샘도 많았지만 데뷔 이후에는 양보하는 게 더 편해지기도 했다. 예전엔 캐릭터나 작품이 마음에 들어도 내 것이 아니면 포기하곤 했다. 그러나 이젠 나와 인연이 닿는다면 연출자를 설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

- 이번 영화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 선보였다. 관객을 직접 만난 느낌은 어떤가.
"처음엔 긴장도 되고 떨렸다. 시나리오를 처음 보고 내가 느낀 것들을 관객도 느낀 것 같다. 첫 영화를 부산에서 소개하게 돼 영광이다."

- 영화 제목이 특별한 느낌이다.
"제목의 '빨간 토끼'는 남자에게는 희망의 상징이다. 어린 시절 막연한 기억이 남긴 아픔을 치유해즐 수 있는. ‘리저드’는 여자의 아픔과 알 수 없는 과거의 표출이다.“

- 당신에게 뚜렷하게 남은 아픔은 무엇인가.
“좋아했던 후배가 하늘나라로 갔다. 많이 힘겨웠다. 상처로 남기도 했다.”

성유리 임진환 기자 photolim@donga.com


- 당신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다. 드라마 캐릭터처럼 상당히 밝고 발랄한 모습일 줄 알았다. 캐릭터 탓인가, 지닌 성격이 그런 것인가.
“연기를 시작할 때 발랄함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계속 그런 모습만을 기대하는 출연 섭외가 잇따랐다. 스물아홉이 되고 이제 곧 서른이다. 뭔가 변화를 줘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토끼와 리저드’를 만났다. 사실, 내가 밝고 발랄한 이미지만으로 비쳐져 항상 그런 모습만을 보여줘야 할 것 같기도 하다. 솔직히 난 낯가림도 심하다. 친해지지 않으면 내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기가 쉽지 않다. 너무 어릴 때부터 연예 활동을 시작해 절제하는 것부터 배운 탓도 있다.”

- 스물아홉, 벌써 나이가 그렇게 됐나.
“(웃음)나이가 든다는 생각은 아직 많이 해보지 않았다. 일만 하다보니 우울함에 빠질 틈도 없다. 나이 서른이 두렵거나 싫지 않다. 오히려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는 게 궁금하다. 30대 여배우가 가장 성숙미도 있고 연기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 스물아홉 당신의 ‘빨간 토끼’는 뭔가.
“올해 가장 많이 느낀 건, 스물아홉에 첫 도전을 했다는 거다. 늦은 나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나이가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 배우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때로 서운하지 않은가. 특히 드라마나 영화나 흥행에 대한 책임을 유난히 배우가 져야 하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다.
“일일이 설명할 수 없는 일이다. 작품의 얼굴이 연기자인 걸 어쩌겠나. 그래도 조금은 알아주셨으면 할 때도 있다. 물론 작품 선택은 내가 했으므로 책임감도 있다. 하지만 함께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 솔직한 편인가.
“일에 대해서는 그렇다. 하지만 내 사적인 부분들에 대해서는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잘 얘기하지 않는 편이다.”

- 겁이 많은가.
“없다. 특히 일과 관련해서는. 작은 일에는 소심하지만 큰일을 결정할 때에는 내 생각대로 한다. 결정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결정하고 나서는 되돌릴 수 없는 것 아닌가. 후회는 하지 않는다. ‘내려놓음’이라는 말을 좋아하는데 그런 거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