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길이는 얼마나 해주면 좋겠냐’는 미용사의 말에 저는 어깨를 두드리면서 여기까지만 해달라고 했지만, 남편은 ‘최대한 짧게’를 외치더군요. 거울 속에 비친 제 모습은 마치 다른 사람과 같았는데요, 남편은 마음에 들었는지 달라진 저를 보면서 계속 싱글벙글했습니다. 그날 집으로 돌아와서는 제게 ‘당신은 이 머리가 제일 잘 어울려, 진작 이렇게 하지. 정말 예뻐 보인다’면서 갖은 칭찬을 해줬습니다.
남편의 그 말에 저는 정말 예쁘려니 싶어 다음날 아침에 벌어질 일은 예상도 못한 채 곤히 잠들었죠. 이른 아침, 잠에서 덜 깨어 있는데, 남편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리더라고요.
“형! 나 배고파, 아침 차려줘 얼른” 이러는 거 아니겠어요?
저는 잠결에 무슨 형 타령이냐면서 시끄럽다고 짜증을 부렸는데, 알고 보니 그 형이라는 호칭은 저를 가리켰던 겁니다.
그래서 “지금 나한테 뭐라고 했어”라고 성질을 버럭 냈더니 남편은 “당신 머리 좀 봐봐, 딱 내 형인데? 형∼ 오늘 좀 예쁜데?”이러면서 계속 놀리며 웃는 거예요.
출근을 할 때도 “형 다녀올게!” 이러질 않나, 점심때는 “형! 오늘 밥 맛있게 먹었어?”하면서 문자까지 보낸 거 있죠? 정말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날 오후, 남편은 예쁜 아내한테 선물 하나 해줘야 겠다며 저를 백화점으로 불렀는데, 약속시간이 지나도록 남편이 도무지 나타나질 않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 전화를 해서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지금 시간이 몇 시인줄 알기는 알아?”하면서 윽박질렀죠. 그런데 남편은 “나 벌써 왔는데, 당신이야말로 대체 어디 있는 거야”하면서 실실 웃는 겁니다. 그리고 나타나선 하는 말이 “진짜 당신 머리 자르니까 남자 같아서 못 알아보겠어”이러는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기가 머리 자르자고 부추겨 놓고 어떻게 아내인 저를 몰라 볼 수 있죠? 이럴 줄 알았으면 머리 자르는 게 아닌데, 이미 잘라버린 거 다시 붙일 수도 없고, 후회만 가득이네요∼
From. 김미선|대전광역시 서구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