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leb☆ 오디션 스타 ‘셀럽’ 장재인 일거수일투족이 뉴스였다

입력 2011-06-08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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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위대한 탄생’에 출연했던 데이비드 오, 셰인, 이태권의 공통점은? 첫째, 길거리에 나서면 제법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졌다는 것. 둘째, 유명하긴 하지만 연예인은 아니라는 점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리얼리티와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많아지면서 가수나 배우가 아니면서도 그에 맞먹는 인지도를 얻어 이를 밑천으로 살아가는 ‘셀럽’(유명인·celebrity의 줄임말)이 양산되고 있다.

이들은 연예인과 달리 뚜렷한 분야의 활동을 통해 경제적 이득을 얻거나 뉴스거리를 만들어내지 않는다. 단지 유명하다는 이유만으로 인터넷 쇼핑몰의 모델이나 소소한 방송 프로그램 출연자로 활동한다. 높은 인지도 덕에 이들이 어디에서 누굴 만나 무얼 먹었는지 하는 시시콜콜한 일상은 인터넷에서 얘깃거리로 소비된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밥 그린이 정의한 것처럼 “뭔가를 해서 유명해지기보다는 존재 자체로 유명해진 사람들”이다.


○ 셀럽 어떻게 만들어지나


7일 오후 네이버는 ‘약수동 여신’ 기사로 들썩였다. 일반인들이 고민을 털어놓는 프로그램인 KBS2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에 전날 출연했던 이해인 양이 기사의 주인공이었다. 서울 약수동에 사는 이 양은 방송에서 “외모 때문에 남자들이 자꾸 대시해 고민”이라고 말했고, 인터넷 매체들은 ‘약수동 여신, 얼마나 예쁘기에’ ‘약수동 여신, 너무 예뻐서 피곤’이라는 제목으로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약수동 여신’은 포털의 인기 검색어가 됐고, 이 양의 사진과 그의 발언에 대한 누리꾼의 반응을 전하는 속보가 이어졌다.

셀럽이라는 ‘직업 아닌 직업군’에 합류하는 데는 몇 가지 경로가 있다. 우선 이 양처럼 예쁘거나 잘생겨서 유명해지는 방법이 있다. 2007, 2008년 방송됐던 엠넷의 ‘꽃미남 아롱사태’는 전국의 남자 얼짱들에겐 셀럽이 되는 등용문 역할을 했다. 출연자들의 미니 홈페이지 누적 방문자 수는 현재 수십만 명이다. 셀럽에서 한 단계 도약해 연예인이 된 경우도 있다. 배우 송중기,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종현이 이 프로그램 출신이다.

둘째, ‘악명’으로 뜬 셀럽들이 있다. 지난해 올리브 채널의 ‘악녀일기’ 시즌 7에 출연했던 홍콩 출신 맥신 쿠가 대표 주자다. 쿠는 방송에서 “얼굴 전체를 성형했다”고 고백하고 생일파티에 1000만 원 이상을 쓰는 등 거리낌 없이 부를 과시해 ‘홍콩 재벌녀’로 떴다. 그는 같은 해 tvN ‘러브스위치’에서 남자 출연자에게 “내가 돈이 많으니 넌 돈이 없어도 된다”는 식의 말을 쏟아내고, 최근엔 엠넷 ‘유아인의 론치 마이 라이프’에 나와 아무에게나 반말하고 소리를 질러 ‘악명’을 떨쳤다. 첫 TV 출연으로 쌓은 ‘악녀’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활용해온 셈이다. 또 다른 ‘악녀’ 바니도 방송 출연 후 유명해져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고 온스타일의 ‘가십 하우스’라는 프로그램 진행자로도 활동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재능이 있으면 연예인은 못 되더라도 유명인은 될 수 있다. 반짝이는 재능에 대비되는 ‘어두운’ 사연들이 있으면 금상첨화다. 재중동포로 주목받은 백청강(위대한 탄생), 학창 시절 집단 폭력을 당한 사연을 털어놨던 장재인과 배관공 이력이 화제가 된 허각(슈퍼스타K)이 대표적인 사례다. 장재인과 허각 등은 프로그램의 인기에 힘입어 ‘연예인’ 타이틀까지 얻었지만 이들이 셀럽의 단계를 넘어 직업 연예인으로 안착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 가십 메이커 셀럽이 필요해

셀럽의 등장 배경엔 스타 탄생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를 원하는 시청자들의 욕구가 자리한다. 김정운 명지대 여가경영학과 교수는 “리얼리티 쇼는 시청자에게 권력을 부여하는 프로그램이다. 시청자들은 자신이 스타를 배출해낼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이를 끊임없이 확인하고 싶어 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스타와 대중, 무대와 객석의 경계가 희미한 인터넷 공간이 이 같은 경향을 강화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미디어 환경은 새로운 셀럽을 끝없이 요구한다.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인터넷 매체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를 채울 콘텐츠가 부족해졌다. 이 때문에 리얼리티 프로 출연자들의 사소한 발언까지도 선정적으로 기사화된다”고 지적했다. ‘위대한 탄생’ 출연자들이 놀이공원 나들이를 했다거나, 백청강 할아버지의 고향이 경남 거창군 가조면 원천마을이라는 얘기는 7일 포털 사이트들이 오랫동안 내걸었던 ‘뉴스’다. 성 교수는 “누리꾼들도 출연자들에 관한 정보를 캐내고 댓글을 달며 뉴스 생산의 한 주체로 기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셀럽 스스로는 자신의 존재 이유인 인지도 유지를 위해 끊임없이 미디어에 스스로를 노출시킴으로써 화제를 만들어내야 한다. 트위터나 블로그는 셀럽이 사생활을 생중계하는 창구이다. 셀럽이 사진과 글을 올리면 누리꾼과 팬들이 이를 퍼 나르고, 인터넷 매체는 셀럽의 소식과 팬들의 반응을 기사화하는 구조다. 위대한 탄생은 출연진의 미투데이 주소를 방송 때 함께 공지하기도 했다.

탁현민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는 “2000년대 중반부터 방송이 누군가의 예술적 성취나 재능 대신 해당 인물의 일상과 삶 자체를 보여주는 경향이 강화됐다”며 “이는 사생활을 과도하게 노출해야 하기 때문에 해당 인물의 생명력을 갉아먹는 것은 물론이고 대중의 관음증적 경향을 더욱 자극하는 결과를 낳는다”고 지적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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