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플러스]‘진한’ 모정부터 ‘웬수’까지…울리고, 웃기고, 공감하는 영화 ‘마마’

입력 2011-06-03 17: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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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도 너무 다른 엄마와 자식들의 똑같은 이야기 영화 ‘마마’. 사진제공=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지한테 아들은 부모 지라, 자식이 부모 없이 어찌 살 것소?" (옥주-김해숙)

철부지 엄마 옥주(김혜숙)는 함께 떠나자는 첫사랑 덕수(장항선)에게 자신의 묵은 상처를 내보이며 말한다. 의지할 곳 하나 없이 불행했던 결혼 생활에서 아들은 삶의 버팀목이었다고….

이렇게 영화 '마마'는 엄마가 엄마로서 버티어 낼 수 있는 것은 자식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우리는 엄마하면 먼저 희생이라는 단어와 함께 '모성 신화'를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영화는 엄마가 힘든 삶을 버텨 내는 원동력에는 자식이 있었음을 보여준다.

최익환 감독은 영화를 만드는 내내 "아, 나는 우리 엄마한테 이렇게 못 했는데…"라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영화는 이렇게 관객에게 자신의 엄마는 어떤 존재인지 묻는다. 또 나는 우리 엄마에게 어떤 존재일까 생각하게 한다.


▶ 달라도 너무 다른 엄마와 자식들의 똑같은 이야기

#1. 걷지도 못하고 5년 밖에 못사는 병에 걸린 아들 원재(이형석)를 키우며 살아가는 억척스러운 엄마 동숙(엄정화). 그런데 자기는 두 달밖에 못 산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듣는다. 아픈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한 엄마의 고군분투.

#2. 딸보다 자기가 더 빛나야 하는 엄마. 대한민국 넘버원 소프라노 희경(전수경). 딸 은성(류현경)은 우아한 체하는 엄마 뒷바라지하느라고 정신없다. 그저 딸을 무시하기만 하는 엄마와 그런 엄마가 지긋지긋한 딸의 한판 승부.

#3. 유방암 선고를 받고 여자가 한쪽 가슴을 도려내고 사는 건 못한다고 버티는 철없는 엄니 옥주(김해숙). 심지어 죽기 전에 첫사랑 덕수 씨를 만나고 싶다고 떼를 쓴다. 엄마에게는 영어 강사, 남들에게 조직폭력배로 불리는 아들 승철(유해진)의 '징허게' 눈물나는 사랑.

너무도 다른 세 엄마와 자식들의 이야기가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이 영화는 결국 같은 이야기를 한다.

'우리들은 엄마 없인 못 산다는 것.'


▶ 우리들의 엄마는 과연 누구를 닮아있을까?

병에 걸린 아들 원재(이형석)를 키우며 살아가는 억척스러운 엄마 동숙(엄정화). 사진제공=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불치병에 걸린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살아가는 엄마 동숙의 이야기는 '엄마'하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희생'이라는 상관관계에서 가장 보편적인 이야기이다.

엄마 동숙과 아들 원재는 존재만으로도 힘의 되는 사이. 당장 눈앞에서 사라진다면 하루도 살 수 없는…. "우리 엄마 살려주세요."라고 외치던 어린 원재의 눈물 호소는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또 지금까지 도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주로 맡아온 엄정화가 그리는 엄마는 어떨까? 많은 관객들이 궁금했을 법한 그녀의 억척스러운 아줌마 변신 역시 감동에 한몫 한다.

감동과 눈물 사이에서 코믹을 담당하고 있는 앙숙관계 모녀 희경과 은수. 은수는 여전히 엄마의 백댄서일 뿐이다. 잘나가는 소프라노 엄마를 둔 은수는 "천박하다."라는 엄마의 말에 충격을 받고 모든 꿈을 접고 더 천박하게 행동하고 소리친다. "엄마 같은 엄마를 둔 내가 제일 불쌍해"라며….

하지만 이렇게 앙숙인 두 사람도 어느 순간엔 서로가 꼭 필요한 존재였음을 깨닫는다.

딸 보다 자신이 더욱 빛나야 하는 엄마, 어떻게 이해할까 싶었지만 엄마라면 당연히 자식들을 위해 희생을 해야 한다는 천편일률적인 고정된 엄마의 모습에 반기를 들고 있어 신선하다.

유방암 선고를 받고 여자가 한쪽 가슴을 도려내고 사는 건 못한다고 버티는 철없는 엄마 옥주(김해숙)와 조직폭력배 아들 승철(유해진). 사진제공=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여기 무서운 조폭 아들이 있다. 그런데 엄마만 생각하면 눈물을 흘리는 '마마보이'다. 아들이라면 끔찍한 엄마가 실망할까 봐 영어 강사를 한다고 거짓말한다. 더는 우리 엄마 눈에 눈물나게 할 수 없으니까… 철부지 엄마 옥주와 마마보이 승철은 연인 같은 모자지간이다.

죽기 전에 첫사랑 한번 만나보고 싶다는 엄마를 위해 승철은 그녀의 첫사랑 덕수를 만나게 해준다. 함께 떠나자는 덕수에게 옥주는 "지한테 울 아들은 자식이 아니라 부모예요"라고 말한다.

영화는 엄마가 그렇게 힘든 시간을 견뎌낸 힘은 결국 자식에게서 나온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영화의 가장 괄목할 부분.

목숨이 정해져 있는 아들이 엄마의 희망이 되고, 폭력 남편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애인 같은 아들이 버팀목이 되었다. 너무 닮아서 평행선만 그리며 만나려고 하지 않는 모녀는 서로 잡아먹을 듯 하면서도 필요한 존재임을 매번 확인한다.


▶ 매일 싸워도, 눈물만 나도 결국 엄마와 나는 사랑!

대한민국 넘버원 소프라노 희경(전수경)와 딸 딸 은성(류현경). 사진제공=롯데쇼핑(주)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마마'는 '웬수' 같은 엄마, 철없는 엄마, 나 없으면 못사는 엄마를 그렸다. 사연은 달라도 세상에 하나뿐인 우리 엄마와 나의 이야기를 다루면서 진한 눈물과 감동, 뭉클한 웃음을 전한다.

다만, 아쉬운 점은 다양한 엄마를 다룬 신선한 접근 외에 이야기들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기존의 '엄마'를 다룬 이야기를 넘어서지 못한다는 것. 드라마적 요소가 강한 탓에 영화로서의 매력에 못 미치는 것도 그렇고, 억지 눈물 짜내기의 반복적인 요소도 극의 몰입을 방해한다. 결말도 좀 아쉽다. 진부한 결말로 관객들의 맥을 빠지게 한다고 할까?

그래도 중요한 것은 영화는 나 없이는 죽고 못 사는 엄마도 얼굴만 마주치면 으르렁대는 엄마도 그저 철부지 같은 엄마도 결국엔 사랑이라는 훈훈한 마무리는 가슴 깊이 남을 듯하다.

동아닷컴 이슬비 기자 misty8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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