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한류 실핏줄’ 흐른다]<1>진화하는 한류

입력 2011-06-22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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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대학생 “K팝 팬으로 시작… 한국 더 알기위해 유학 준비”

스페인 마드리드대 영어학과 2학년 벨트라미모르 루카스 씨(20)는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멤버인 나르샤의 팬이다.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나르샤의 사진이 인쇄된 티셔츠를 입는다. ‘나르샤 티셔츠’가 여러 장이어서 가능한 일이다. 요즘은 현빈 주연의 드라마 ‘시크릿가든’을 인터넷에서 내려받아 친구들에게 CD로 선물하는 게 취미. 케이팝(K-pop·한국대중가요) 가사로 배우기 시작한 한국어 실력은 한국 대학 편입을 준비하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그는 한국 유학을 떠나는 순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이집트 아인샴스대에 다니는 게하드 씨(22)는 한국 드라마(한드)를 거의 시차 없이 즐긴다. 최근 이어진 민주화 시위로 인터넷 접속 사정이 나빠졌지만 그의 한드 사랑을 막지는 못했다. MBC ‘최고의 사랑’과 SBS ‘시티헌터’가 요즘 즐겨 보는 드라마다. MBC 주말극 ‘내 마음이 들리니’는 울면서 본다. “한드엔 이집트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는 심금을 울리는 힘이 있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한류가 아시아에서 유럽 미주 아프리카로 문화영토를 확장하면서 이제 한국 대중문화는 전 세계인이 즐기는 문화상품이 됐다.

미국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의 한류 팬들은 SM 소속 가수들의 콘서트를 유치하기 위해 플래시몹(불특정 다수가 한 주제로 모이는 깜짝 집회)을 준비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의 한류 팬들이 플래시몹을 통해 SM 가수들의 공연을 성공적으로 연장한 데 자극 받은 ‘집단행동’이다. 페이스북과 유튜브에서는 “SM타운의 팬입니까? 미국 동부에 살고 있나요? SM타운 라이브 콘서트가 이곳 뉴욕에서 열리길 바라나요? 그러면 7월 6일 뉴욕 플래시몹에 동참하세요”라는 메시지가 퍼지고 있다.

이들은 다음 달 6일 오전 11시 뉴욕 펜역 근처에 모여 춤 연습을 한 뒤 오후 2시경 5번가에 있는 퓰리처 분수 앞에서 플래시몹을 펼칠 계획이다. LA 팬들은 같은 날 오전 11시 할리우드앤드하일랜드센터에서 만나 춤 연습을 하고 오후 2시 같은 곳에서 플래시몹을 가질 예정이다.

케이팝 가수들이 한 번도 찾지 않은 브라질에도 케이팝 열풍이 불고 있다. 이곳에는 한국 아이돌 그룹의 춤과 노래를 그대로 따라하는 마니아 그룹들이 여러 무대에서 공연하며 케이팝 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다. 지난달 21, 22일 열린 ‘제6회 한국문화의 날’ 행사에서는 2만여 명의 관객을 열광시켰다.

멕시코의 케이팝 팬은 약 4만 명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21일 멕시코의 한 지상파 방송사는 지상파 방송 사상 처음으로 케이팝을 소개하고 팬들을 인터뷰했다. 이 방송사는 포미닛, f(x), 샤이니, 동방신기, 빅뱅 등 5개 팀을 중남미에서 가장 주목받는 한국 그룹으로 소개했다.

게임, 애니메이션, 만화, 캐릭터 상품들도 세계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게임산업 수출액은 2005년 5억6446만 달러에서 2009년 12억4085만 달러(약 1조3376억 원)로 늘었다. 뽀로로, 뿌까 같은 캐릭터 상품의 수출액도 2005년 1억6366만 달러에서 2009년 2억3652만 달러로 증가했다.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은 한글과 한국 역사를 포함한 한국문화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1995년 개원한 러시아 한국문화원에서는 총 181회의 한국어 강좌가 열려 1만3288명의 현지인이 한국어를 익혔다. 매듭, 한지공예 등 문화강좌도 3938명이 수강했다. 2006년 문을 연 베트남 문화원에서는 지금까지 1만4614명이 한글을 배웠다. 각국의 문화원들은 “강의실이 한 곳뿐이어서 모집인원을 초과해 몰려오는 수강생을 돌려보내는 일이 다반사”라며 안타까워하고 있다.

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강은지 기자 kej09@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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