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 배우가 그 배우였어?”...‘천의 얼굴’ 유연석, 이제는 알겠죠?

배우 유연석. 사진ㅣ(주)킹콩엔터테인먼트 제공

“이 배우가 그 배우였어?”

배우 유연석(29)이 매번 작품을 할 때마다 듣는 말이다.

그의 눈매는 선한 듯 날카롭다. 날렵한 턱선은 앳된 소년 같으면서도 성숙한 청년 같다. 하나의 얼굴에서 1000가지 모습이 그려지는, 마치 백지장과 같은 매력이다.

이른 시각 만난 그는 천의 얼굴이라는 기자의 칭찬에 “어떤 역할을 들이밀어도 어느 정도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수긍하며 쑥스러운 미소를 내비친다.

유연석은 데뷔 후 이 같은 그의 장점을 십분 발휘해왔다.

영화 ‘올드보이’에서 묘한 인상의 유지태 아역, ‘혜화동’에서 찌질남 한수 역, ‘건축학개론’에서 수지의 짝사랑 상대 강남 선배 역, ‘늑대 소년’에서 박보영을 사랑하고 괴롭히는 지태 역은 모두 같은 배우인 유연석의 작품이다.

그 외 드라마 ‘종합병원2’, ‘런닝구’, ‘호박꽃 순정’ 최근 영화 ‘전국노래자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에서 개성 있는 역할을 표현했다.

“작품마다 오롯이 캐릭터에 스며들고 싶어요.”

그가 작품 속에서 오롯이 살려낸 인물들의 이야기, 그 인물들이 말해주는 배우 유연석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태서는 다작을 통해 만들어진 인물”

유연석의 다양한 연기 필모그래피가 차근차근 쌓여 ‘구가의 서’(극본 강은경, 연출 신우철 김정현) 박태서가 탄생했다.

“한 작품에서 이렇게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은 큰 기회였어요. 정말 재미있었어요. 후회하지 않을 만큼 최선을 다했죠.”

박태서 역은 박무솔(엄효섭 분)의 똑부러지는 아들이자, 최강치(이승기 분)의 우애 좋은 벗이다. 하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해 강치를 무섭게 배신하기도 하고, 복수의 칼날을 갈아 조관웅(이성재 분) 앞에 카리스마 있게 나서기도 한다.

“그간 다작한 것이 태서의 입체적 캐릭터를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그는 극의 갈등을 조장하고, 후반부로 가면서 사건에 점점 휘말리며 쉽지 않은 감정 연기를 펼쳐야했다.

“감독님이 제 연기가 안정적이라며 신뢰하고 많은 부분을 맡겨주셨어요. 집안이 몰락하면서 부모를 잃고, 동생을 지켜야하는 상황에서 친구를 배신하는 등 감정신들이 힘들었어요. 암시에 걸려 이성과 신체에 괴리감을 느낄 때도 정말 힘들었죠.”

하지만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 덕분에 그는 즐겁게 촬영에 임할 수 있었다.

“이승기 씨는 정말 유쾌해요. 예능에 출연해서 그런지 유머감각도 넘치고요. 가수 출신이지만 인기 드라마 주연들을 맡아온 만큼 연기적인 부분에서 이야기도 잘 통했어요.”

“수지 씨는 ‘건축학개론’ 후 두 번째 호흡인데 역시나 좋았어요. 당시 영화에서 그만큼의 매력을 이끌어낼 줄 몰랐는데 정말 대단했죠. 이번에도 숙련된 연기력은 아니지만 진실된 감정에서 나오는 솔직한 표현들이 좋더라고요.”

●‘구가의 서’, ‘늑대소년’…“반인반수, 탐나네요”

다작을 한 것에 비해 유연석이라는 이름 석자는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못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이 배우 또 나왔네’라는 말보다 ‘이 배우가 그 배우였어?’라는 말이 더 기분 좋다”며 “내가 지향하는 바다. 캐릭터 속에 배우 유연석이 아닌 매번 다른 모습을 비쳤다는 사실에 무척 만족한다”고 웃어 보였다.

배우 유연석. 사진ㅣ(주)킹콩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래도 유연석은 어느덧 데뷔 10년 차. 배우로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 불안했던 시절도 있었을 터.

“2007년 제대한 후 사실 막막했어요. 어떻게 다시 연기 생활을 시작할까. 5년 만에 드라마 ‘종합병원2’로 복귀했고, 다시 대중들에게 연기를 보여줄 수 있었죠.”

더딘 속도이긴 하지만, 작품을 할 때마다 배우로서 한 계단 씩 성장했다는 것도 그에게 큰 힘이 됐다.

“작품을 하며 다행히 하향세는 없었어요. 늘 호평을 얻고, 항상 희망적이었죠. 또 선배들이 조바심 갖지 말라고, 남자 배우는 서른 넘어서부터라고 늘 강조했어요.”(웃음)

유연석은 다작을 하다 보니 ‘늑대소년’과 ‘구가의 서’에서 반인반수 역할과 두 번이나 호흡을 맞춰보게 됐다.

“생각해보니 확실히 반인반수가 나오는 작품은 반인반수가 굉장한 주목을 받더라고요. 아무리 제가 극의 갈등을 조장하고 해도 소용없어요.(웃음) 다음에 반인반수 역을 할 기회가 꼭 닿았으면 좋겠네요. 정말 잘 할 수 있어요.”

●“부모님은 배우가 똑똑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죠”

“배우는 책도 많이 읽어야하고, 가장 똑똑해야해야하는 사람이야.”

유연석의 부모님은 아들에게 늘 강조했다. 덕분에 유연석은 뚜렷한 연기 철학을 가진 배우로 성장할 수 있었다.

“부모님은 제가 배우가 되겠다는 것을 반대하지 않으셨어요. 하지만 그저 껍데기뿐인 배우가 아니라 진정한 배우가 되길 바라셨죠. 그래서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어요.”

그는 공부도, 연기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학업 성적은 상위권이었고, 연기력도 점점 단단해졌다.

“어릴 적부터 반짝 스타는 꿈도 꾸지 않았어요. 제가 누가 봐도 잘생긴 조각 외모가 아니잖아요. 보여줄 수 있는 게 연기밖에 없다고 생각했어요. 장르 구분 없이 모든 연기를 잘 소화해내려고 노력했죠.”

다양한 얼굴, 반듯한 속내를 지닌 배우 유연석이 가장 행복할 때는 언제일까.

“작품을 통해 관객과 시청자들이 함께 공감할 때 가장 행복해요. 자기만족을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연기를 하지는 않아요. 하나의 예술로서 내 연기가 대중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가 제일 중요해요.”

‘그 배우가 이 배우였어?’라는 놀라움을 안기던 배우 유연석, 이제는 ‘역시 유연석이다!’라고 놀라게 할 그의 배우 인생을 기대해본다.

동아닷컴 원수연 기자 i2overyou@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