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돌아온 천재 뮤지션 이적, 고독에 멜로디를 붙이다

입력 2013-11-16 00: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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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이 펄떡펄떡 살아 있다고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음악으로 대중의 마음을 보듬어 주는 가수 이적(이동준·39)이 겨울을 앞두고 ‘고독’과 함께 찾아왔다.

이적은 15일 정오 정규 5집 ‘고독의 의미’를 발매했다. 이적은 가수로서 가진 지난 3년간의 공백 동안 60여 곡을 만들었고, 앨범 제작을 위해 20여 곡을 신중히 선별했다. 이 곡들에 다시 한 번 편곡과 가사를 입혔고 또 한 번의 과정을 통해 탄생한 10곡이 정규 5집에 담겼다.

이적은 우리가 최근 방송을 통해 접한 즐겁고 유쾌했던 모습과 다른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그는 다시금 흥겨움을 내려놓고, 속에 숨어있던 ‘고독’과 마주했다.

이적에게 고독은 내재해 있던 감정의 묘한 충돌이다. 외로움과 쓸쓸함이 섞여 있고, 누군가에게 버려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끊임없이 부딪힌다.

그는 어쿠스틱을 기본으로 효과음과 디지털사운드를 배치해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조화롭게 섞인 사운드를 만들어 냈다. 이는 듣는 이로 하여금 새로우면서도 편안한 느낌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은 시적인 가사와 힘 있는 멜로디를 타고 마음에서 마음으로 이어져 귓가를 맴돌고 마지막엔 듣는 이들의 가슴을 보듬어 준다.

이적은 오는 12월 6일과 7일 양일간 경희대학교 평화의전당에서 개최되는 5집 앨범 기념 콘서트로 첫 단추를 끼우고자 한다.



이하는 앨범 발매를 앞두고 나눈 이적과의 일문일답.

-정규 5집은 이적이 가지고 있는 음악적 역량을 모두 응축해서 넣은 듯한 앨범인 것 같다. 5집의 의미는?
“정규 3집은 네 명이 모여 어쿠스틱으로 완성했다. 사운드적으로 한 밴드가 처음부터 끝까지 연주한 느낌이다. 어쿠스틱한 사운드를 꽤 했다고 했을 때쯤 4집에 현악 등을 더 넣어 조금 더 확장된 어쿠스틱 음악을 했다. 기존 어쿠스틱의 단조로움에서 벗어나고자 했다. 기존과 같다면 안주하고 정체된 느낌일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운드적으로 새로운 것을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난 집중력이 부족한 편이다. 5집은 기존 음악과 다른 음악을 하자고 하는 시도다. 할 수 있는 최선을 담았다.”

-그런 5집을 접한 소속사 식구들과 친한 동료 가수들의 반응은 어땠나.
“매우 좋다고 하더라. ‘잘 될 것 같다’라는 반응이 가장 많았다. 특히 내게 굉장히 까칠한 사람인 정재형은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을 처음 들려줬을 때 앞에서 울더라.”

-예능에 출연하며 가수 활동 당시와는 다른 이미지를 얻게 됐다. 가수로 다시 활동하면서 부딪히지는 않던가.
“난 윤종신처럼 예능을 많이 하진 않는다. 다만 ‘무한도전’을 했기 때문에 많이 기억하는 것 같다. 사실 존박이나 정재형만큼은 떴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소기의 성과라고 한다면 나를 모르는 어린 세대들에게 나라는 가수를 알린 것이다. 앞으로 예능에서 뭔가를 해보겠다는 생각은 없다. 무엇을 하든 정공법으로 돌파할 생각이다.”

-‘히든 싱어’에 섭외 제의가 왔다고 들었는데. 출연할 텐가.
“지금의 내가 출연하기에는 좀…. 난 목소리가 많이 변했다. 지금 내가 내 노래를 불러도 예전과는 매우 다르다. 다들 노래도 잘하던데 난 금세 떨어질 것 같다.”

-60곡 중에서 10곡을 추렸다고 했는데 나머지 곡은 어떻게 할 셈인가. 다른 가수에게 줄 생각은 없나.
“외장 하드에 있다. 누군가 마음에 든다면 줄 수 있겠지만 아직은 잘 모르겠다. 다음 앨범에 쓰진 않을 것 같다.”

-앨범에서 외로움과 고독함, 버려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느껴진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그런 정서가 내게 있었던 것 같다. 가족생활은 매우 행복하다. (웃음) 그것과 별개로 홀로 있을 때 드는 생각들, 나이가 주는 고독감과 위기감도 있었다. 그간 나도 날 속였는지는 모르지만 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컸던 것 같다. 언제까지 무대에 서고 사람들이 내 노래를 들어줄 수 있겠느냔 생각을 많이 했다. 음악 하는 사람으로서 대중들에게 버려지는 그런 마음, 버려지는 인생이라는 것. 어렸을 때 고독은 여자친구가 없다는 것을 의미했지만 지금의 고독은 그것과 다르다.”

-이번 앨범을 통해 얻고 싶은 것은.
“대중들이 내 노래를 듣고 ‘곡이 살아있다’라는 느낌 받았으면 좋겠다. 이번 앨범에는 조금이라도 상투적인 느낌이 들면 과감하게 버렸다. 사운드적인 면에는 변화를 주되 이적의 음악 내에서 통합해 나간다고 느껴지면 좋겠다.”

-이번 앨범으로 발전하거나 변화한 것이 있나.
“아직도 곡을 쓸 수 있다는 것, 괜찮은 곡을 만들어 냈다는 것이 내겐 큰 성과다.”

-변화를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통기타 하나, 피아노 하나로 곡을 쓴다. 기술적으론 변화가 별로 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 유재석과 ‘무한도전’을 하며 두 곡을 만들었다. 내 곡을 쓰는 것과는 또 다르더라. 대중적인 촉을 생각하며 만든 첫 번째 곡이었다. 촌스럽지 않되 대중적이어야 하고, 한 곡 안에서 조금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를 전달해야 했던 값진 경험이다. 그 경험을 통해 느낀 것들이 이번 앨범에 녹아있다.”

-트렌디한 음악 아님에도 오랜 시간 많은 세대에게 사랑받은 이유는 무엇이라 생각하나.
“난 한 번도 빵 뜬 적이 없다. 이게 비결인 것 같다. 여성들은 김동률, 웃긴 것으로는 유희열, 예능은 존박. 뭘 하든 내가 메인으로 빛을 받은 적 없다. 패닉 1집도 60여만 장 팔았지만 당시 톱10엔 들지 못했다. 이는 정점이 아닌 곳에서 오래가는 것을 의미한다. 모든 게 다 드러나지 않은 소모된 것이 없는 상태, 그게 힘이 아닐까. 다작하지 않은 것도 마찬가지다.”

동아닷컴 오세훈 기자 ohhoon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뮤직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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